흐름: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하여 움직이는 데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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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2021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데일 싱클레어 (AECOM의 디렉터)


도시는 수 세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해왔다. 도시의 변천사에는 크게 두 가지의 핵심 패러다임이 있다. 첫 번째는 20세기 말 집중적으로 진행된 인프라의 대대적인 구축, 두 번째는 자동차의 도입과 확산이다. 여기에 데이터와 관련하여 스마트 시티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언급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사용해야 할 기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건설 기술에 대한 지도를 보면, 빔을 사용하여 건물을 설계하고 만드는 오늘날 보편적인 방식은 이 도표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기술 중 하나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양한 노드의 조합으로 여러가지 방법을 구상할 수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과제는 어떤 기술을 사용할 지 파악하는 것과 그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떠한 데이터 리소스를 이용하여 더 나은 도시를 구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기 전에 넷 제로(Net Zero), 즉 탄소 중립이 도시를 디자인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와 데이터에 대하여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Adaptive 도시의 적응

첫 번째는 도시의 적응에 관련된 내용이다. 미래 도시의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서는 어떠한 데이터가 필요할까? 2018년 AECOM은 오피스의 미래에 대한 책을 출판하였다. 당시 우리는 주택 가격 및 기타 동인으로 인하여 도시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도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술하였다. 현재 팬데믹으로 인하여 일하는 공간과 방식이 재정립되고 변화가 가속화 되고있는 가운데 우리는 커뮤니티 내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공간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도시의 차원에서도 사용자와 협력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도시 내 시설물과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AECOM에서는 도시와 공간의 활용에 있어서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하고 있는 건물 뿐만 아니라 의료 및 치유를 위한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일부 헬스케어 분야의 공간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보건 의료 프로젝트의 경우 컨설턴트와 의사들이 원격진료의 보편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재택근무의 형태 또한 고려하고 있다. 로봇 기술이 정교해지고 이를 이용한 수술의 수준이 성숙함에 따라 우리가 의료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정교하고 작은 센서를 이용해 진단 과정을 개선하여 환자들을 더욱 빠르게 병원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고, 다양한 의료 솔루션들이 만들어져 병상이 필요한 환자의 숫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 우리는 옥스퍼드 대학병원과 협업하고 있는데,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구축하면서 캠퍼스의 모든 것을 유연하게 만들고자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새롭게 설계된 병동이 미래에 다른 시설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였고 의료 공간의 변화에 따라 실험실 및 진료 공간의 유연성도 고려하였다. 무엇보다 우리는 캠퍼스 내부를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고자 하였다. 새로운 형태의 교통 수단을 고안하여 의료 캠퍼스를 훨씬 더 안전하고 건강한 장소로 만들기 위함이다. 물론 미래에는 우리가 의료시설에 직접 찾아가는 방식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가 환자를 찾아가도록 변화할 수도 있다. 현재는 고령의 환자를 병원으로 모셔가지만 미래에는 병원이 환자를 찾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AECOM은 헬스케어 분야의 서비스에 있어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직접 찾아가 진단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료 시설의 물리적 공간을 줄이고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동할 필요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런던에서도 시의 허가를 받아, 연구 및 임상 시설이 있는 주요 안과 진료 시설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적응형 병원(adaptive hospital)으로 설계되었고 순환 경제 원칙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병원 공간은 장기적으로 외래환자를 위한 공간이나 수술 공간, 연구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고 관계자들이 병원의 이전을 결정한다면 기존의 건물은 주택이나 호텔로 개조될 수 있다. 이처럼 미래에는 건물의 수명이 훨씬 길어짐과 동시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많은 도시들은 보행자를 고려하기 보다는 자동차를 위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이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가 주변이나 외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중 교통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보편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을 위한 안전한 시설이 구축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교통수단의 변화는 도시 설계를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인 암스테르담에서도 최근 전동 자전거 사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자전거와 외형은 유사해보이지만 도시 내에서의 이동 방식을 확연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건물이나 공공 공간에 충전소를 설치하게 되어 공간 활용 방법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전 세계가 마주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전동 스쿠터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사용이 끝난 전동 스쿠터의 경우 도시 내 여러 공간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교통부에서는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해당 이동 수단을 사용하는 이유와 만약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여 도로의 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기 위함이며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를 위한 가상의 주차공간을 만들었을 때, 도시 전역에 전동 스쿠터가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고 실제로 이러한 조치가 전체적인 운송수단 시스템의 일부로 편성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도시의 회복력과 적응력은 지상에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하에 형성된 시설들과도 관련이 되어 있다. 우리는 평소 물과 전기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다르게 되고 폐기물과 가스가 어떻게 건물 안으로 유입되는지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미 100여년 전 빅토리아 시대의 조상들이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복잡하고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러한 시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프라들은 이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재평가되어야 한다. 우리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크게 줄여야 하기에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사용자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기술을 이용해서 건물의 실제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많은 프로젝트에서는 실제로 사물인터넷(IoT)이 건물의 운영 비용을 30%가량 절감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은 에너지의 소비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 또한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에너지원에 대하여 설계된 건물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에 신축 건물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다. 폐기물 시스템의 열 수지와 재생 가능 에너지, 바이오 매스 등 다양한 솔루션을 생각하고 있다. 점차 더 많은 건물에서 이처럼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각 건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 우리가 설계한 런던의 한 병원의 사례로 다시 돌아와보면, 한 채의 건물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순환 경제를 비롯하여 탄소 중립과 관련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 소스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도시의 관점에서는 모든 건물에서 가공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된 많은 양의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확보하고 이를 서로 연결했을 때 진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건물의 설계와 운영이 집단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도시에서 자산을 디지털화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학적 정보가 점차 풍부해지고 있고, 이를 도시 개혁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대한 활용 또한 활발해지면서 디자인 개선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의 CDBB (Centre for Digital Built Britain)는 ‘시스템의 시스템(systems by system)’이라고 불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서로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가 연결되었을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 이는 미래의 영국이 에너지를 덜 소비하도록 하고 건물이 미래 환경에 효율적일 수 있도록 하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이니셔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Resilient 도시의 회복력

미래의 도시는 회복 탄력성을 지녀야 한다. 우리는 팬데믹 기간 중 사람들이 건강과 웰빙에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개발하는 새로운 기술도 이러한 웰빙과 건강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사용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웰빙과 가치의 개념은 도시가 어떤 인프라와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하였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접근하는 녹지공간과 같은 영역 또한 도시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녹지를 구성하는 나무와 식물이 충분히 자라기 위해서는 40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녹지 공간이 형성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구축하여 원하는 비례의 녹지공간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고, 도시에서 적응력과 회복 탄력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즉, 우리가 새롭게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맞추어 주거 공간과 업무 공간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공간의 활용이 우리의 건강과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을 위해 도시를 탄력있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팬데믹을 통해 도시 회복력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팬데믹은 사람들을 점차 야외로 나가도록 유도하였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 식사하기 좋은 공간을 찾아 나섰고, 더 많은 녹지공간을 찾게 되었다. 따라서 도시 적응력과 회복력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영구적인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선형 인프라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공간들이 도시의 새로운 솔루션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Material 재료

마지막 키워드는 미래의 도시에서 우리가 이용하게 될 적응력과 회복력을 넘어선 ‘재료’의 개념이다. 우리가 목격하고 경험해 온 많은 도시들은 전통적 건축자재인 돌과 같은 재료들을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건축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변화하고 있다. 건설 분야의 생산성은 항상 정체되어 있었고,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건설이 제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조 중심으로의 전환은 단지 현장에서의 작업량이 줄어들어 공사가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의 향상과도 연결되어 있고,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건설과 제조업의 분야가 점차 융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도시에 공장을 설립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환경적으로, 물리적으로 여러가지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다. 다양한 제조 기술은 건축 현장에서 효율적 건설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컨테이너를 이용하여 비교적 간단하게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도입되고 있고, 로봇을 이용하여 전통적 자재의 조립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의 기술로 진행했던 일들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면서 우리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자재의 재 발명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시설 구축에 대한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 좋은 재료를 고민하고,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를 다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다양한 유형의 단열재 가운데 우리가 상대적으로 쉽게 구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은 가장 높은 탄소배출량을 가진 재료들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재료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점진적으로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고 그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현재 사용 가능한 재료에서 이를 전환하는 간편한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해야 할 미래 도시는 장기간에 걸쳐 변화할 수 있도록 적응력과 회복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건축 자재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현지 조달 가능한 재료의 활용과 생산 가능여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고,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현지에 공장을 설립할 수도 있다.. 풍부한 데이터와 다양하고도 새로운 기술에 의해 미래 도시 모습은 매우 흥미롭게 구축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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