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과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 윤혜경


2007년 3월30일, UN에서는 21세기 최초의 국제 인권법에 따른 장애인권리협약(CORD: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비준에 82개국이 서명한 날이다. UN장애인권협약은 신체 장애, 정신 장애, 지적 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가 있는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평등, 비차별의 원칙하에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협약으로, 2021년 12월 현재 비준국가는 182개국으로 전 세계 196개국을 기준으로 하면 93%의 매우 높은 참가율이다. UN은 이 협약의 성과를 ‘패러다임의 전환(a paradigm shift)’ ​1) 이라고 보도했으며, WHO(2002)도 장애에 대한 개념을 개인적 차원에서 다루는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에서 환경적 차원에서 보는 사회적 모델(social model)로 바꾸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적 과제 변화했다는 점과 ‘환경’이 사람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enable)’과 ‘장애(disable)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디자이너도 신체적 장애에 대응하는 소수를 위한 특별한 디자인에서 이제는 소수를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되도록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간혹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경우 ‘good design’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와 반대로 창의성이 많은 디자이너들이 ‘universal design’을 적용하여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 사례도 있으며, UN CORD에도 미국 건축가 론 메이스가 정의한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이 ‘특별한 개조나 특수한 설계를 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차별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고 이용하도록 처음부터 계획하고 제품, 환경, 서비스를 디자인 하는 것’이라고 액션플랜에 명시된 것은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이 사회에 인식되고 진화·발전하는데 매우 중요한 동력과 초석이 되었다.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20세기 산업혁명 이후 도시디자인은 경제성과 기능적 효율성에 기초한 기계론적 사고로부터 21세기에 들어서 개개인의 ‘가치’와 ‘삶의 질’이 중시되는 인간 중심적 접근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 분야에서 영향을 주게 되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차별해소, 평등’ 개념을 실천하는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은 ‘연령, 성별, 장애의 유무, 능력(이해력)의 차이를 두지 않는 평등한 디자인’, ‘모두를 위한 디자인’ 가치로 ‘공감·공유·공존’의 따뜻한 도시디자인으로 방향성을 제시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의 배경, 개념, 원리 등을 통하여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과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에 대하여 제언하고자 한다.


접근성에서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의 태동에는 눈에 띄는 두 가지 공통 분모가 있다: 첫째, 주로 대형 건축물에 장애인의 접근성에 관한 법적 규제가 제정된 점이며, 둘째, 고령사회를 위한 소비시장의 자발적인 대응방안이다. 고령사회 대응방안으로 영국 왕립예술대학 사례를 보면, 고령사회를 대비하여 ‘Design Age Institute’를 설립하여 학계-정부-산업체 파트너쉽 구성으로 고령사회에 필요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고자 했다. 이후 유니버설디자인 씽킹(thinking)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서, 미국,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인디아,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동남 아시아, 스위스 등으로 모든 나라들이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을 정책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건축법(1962),심신장애자복지법(1981), 장애인복지법(1989),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1998),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2005),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 실시(2008),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2011),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규칙(2015) 등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도시 조성 기본 조례(2016),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가이드라인(2017), 서울시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2018),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설립(2020) 등으로 ‘차별 없는 도시’를 위하여 활발히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시작 과정을 보면, 20세기 산업화는 경제 성장을 이끌어 인간에게 개선된 생활과 환경을 제공해주었으나, 시대정신인 ‘대량생산’, ‘평균’, ‘표준화’의 개념의 기계적인 사고방식으로 여전히 신체장애인· 노인·임산부 등의 소수의 사용자에게는 불편하고, 수치상 평균적 기준을 근거로 계획된 획일화된 도시 환경은 평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주었으며, 이는 도시 환경을 사용에서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구체화된 것은 미국에서 1950년대 인간의 평등에 관한 공민법 제정으로 시설물과 생활 환경에서 신체장애인이 경험하는 불편함을 제거하고자 하는 무장애 운동(Barrier-free Movement)이 시작하는 계기가되었다. 이 당시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 전쟁과 산업재해 등으로 신체적 약자 및 장애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시설에 대한 물리적 접근에 있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차별철폐에 대한 강한 움직임과 그 결실로, 장애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인권평등의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주류(mainstream)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는 1961년 미국표준협회(ANSI)에서 신체장애자의 접근이 용이한 건축물과 시설을 만들기 위한 ‘Accessible & Usable’이라는 미국표준을 공표하였고, 이어서 1968년에는 ‘건축장벽법(Architectural Barriers Act)’, 1970년에는 ‘장애인복지법(ADA)’, 1984년에는 건축에 관한 설계기준인 ‘접근성통일연방기준(Uniform Federal Accessibility Standard)’ 등이 계속 발표되면서 신체장애인의 무장애환경 즉 기존의 환경에서 장애를 제거하여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열망이 마침내 사회 속에 실행되게되었다. UN에서도 1974년 ‘무장애 디자인(Barrier-free Design)’ 보고서와 1975년에 ‘장애자 권리 선언’이 발표되었으며, 1994년 UNESCO에서는 ‘살라망카 선언문’을 통하여 ‘모두를 위한 포용적(inclusive) 교육’을 천명하고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가진 아동들은 반드시 일반교육환경에 접근하도록 각국 정부에게 촉구하면서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의 사회 통합을 실현하고자 하는 방향을 촉구하였다. 


‘차별해소와 평등’의 사회적 문제는 환경디자인분야에도 영향을 주어 무장애디자인의 접근성에서부터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점진적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무장애디자인이란 장애요소를 제거하여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장애에 대한 시각이 ‘신체적 장애자’ 개인의 ‘장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적으로 퇴화가 발생할 경우 노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겪는 고령화로 인한 신체장애, 사고로 인한 일시적 장애, 무거운 물건을 양손에 들고 문을 열어야 하는 경우 겪는 순간적 장애, 유아차와 자전거 등이 계단이 있을 경우 겪는 환경적 장애 등 누구나, 언제든지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장애에 대한 시각인 180도 획기적으로 바뀌어 누구라도 장애를 경험할 수 있으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었다.  따라서 환경계획의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장애를 경험하지 않는 환경을 계획해야 한다는 개념인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은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으로 생각되기 시작하였다. 유니버설디자인 용어는 1985년 미국의 장애자인자 건축가인 로날드 메이스( Ronald Mace)에 의하여 언급되었으며, 그의 마지막 강연이었던 ‘21세기 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 국제회의’에서 ‘유니버설디자인에 관한 견해(A perspective on Universal Design,1998)’강연에서 메이스는 무장애디자인(Barrier-free Design)과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의 차이를 분명히 하였다: ‘무장애디자인은 장애자와 이들의 접근성으로 한정되어 건축적 장애를 제거하는 장애 없는 환경을 제공하는 특정한(specific) 디자인, 그리고 소수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이며,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처음 계획할 때부터 장애가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디자이너는 사용자 범주를 ‘보통의 정상인’에 맞추기 보다 ‘모든 사용자’ 즉 연령·성별·국적·장애유무에 관계 없이 다양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고 차이점을 구분하였다.


유니버설디자인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에는 장애자를 위하여 장애를 제거하는 의미로 무장애디자인(barrier-free design)이 사용되었으나, 1961년 스웨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장애자를 위하여 장애를 줄이기(reduce the barriers to the disabled)’라는 문구가 ‘접근성(accessibility)로 재정의되어 사용되면서 ‘접근 가능한 디자인(accessible design)으로 불려지지만, ‘유니버설디자인’ 이 좀 더 세계적으로 우세한 용어로 사용되는 편이다.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유사개념을 제시하면, 무장애디자인(barrier-free design), 접근 가능한 디자인(accessible design), 수용 가능한 디자인(adaptive design), 생애주기디자인(lifespan design),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초세대 디자인(trans-generation design), 공용품(universally useful products),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정상디자인(normalization) 등 이다.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의 기본 이념은 환경디자인에서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장애들을 디자인 계획 단계에서부터 진단이 시작되어 이에 대한 장애 제거 방안을 모든 사용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모색하여 다양한 약자들(다양한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이 환경으로부터 물리적·정서적 차별을 인식하지 않도록 디자인하는 마음가짐(mind set)에서 시작되는 따뜻한 인간중심의 디자인 접근방식이며,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은 진화하고 응용되어 정책, 설계 분야는 물론 교육, 비즈니스, 사회전반에 퍼져나가고 잇다. 이러한 패러다임 발전은 공감·공유·공존의 도시환경복지사회 즉 유니버설디자도시를 만들어가는 인식의 틀에 있어서 구심점이 되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으로 보는 ‘보편성’ 원리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학자들이 정의한 개념은 조금씩 관점이 있으나 유니버설디자인 창시자인 론 메이스(R. Mace)는 유니버설디자인은 특별한 개조나 특수한 설계를 하지 않더라도 연령, 성별, 장애유무, 능력에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차별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이용하도록 처음부터 제품· 환경·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기능적이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고 저의하였다. 또한 유니버설디자인은 디자인 스타일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철학이라고 하였는데 이 부분이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구체적인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서 고려되어야하는 모든 사용자를 포함한다.

“Simply a WAY of designing a building or facility at little or no extra cost so it is both attractive and functional for all people disabled or not.” ​2)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철학을 제품·환경·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하여 메이스가 재직하였던 노스 캘로라이나 주립대학의 유니버설디자인센터(Center for Universal Design)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한 지침으로 7대 원리(7 Principles of Universal Design)를 제시하였다. 다음은 7대 원리와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다.   


원리 1>  누구나 공평한 사용 (Equitable Use): 사용자의 능력 차이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  

        ◾ 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디자인

        ◾ 사용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배제된 디자인

        ◾ 모든 사용자의 마음에 들도록 디자인

원리 2>  사용의 융통성( Flexibility in Use): 개인의 선호와 능력을 폭넓게 수용하는 디자인

        ◾ 사용 방법의 선택가능성 제공하는 디자인 

        ◾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 사용자의 정확히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보조에 맞추는 융통성을 제공하는 디자인

원리 3>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 Simple & Intuitive Use): 사용자의 경험, 지식, 언어능력에 무관하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

        ◾ 불필요한 복잡성이 없는 디자인

        ◾ 사용자의 경험과 직관에 일치하는 디자인

        ◾ 안내문은 중요도에 따라 일관성 있게 정보 배치

원리 4>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 (Perceptible Information):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

        ◾ 중요한 정보는 그림, 음성, 촉각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표시

        ◾ 중요한 정보는 주변부와 대비효과로 가독성(legibility)을 최대화하는 디자인

        ◾ 감각에 제한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계의 호환성 제공

원리 5>  실수의 허용성(Tolerance for Error): 위험성·사고성 및 의도하지 않은 행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

◾ 위험요소를 제거 등을 통한 실수의 최소화 고려

        ◾  위험이나 실수에 대한 경고 제공 및 이중 안전장치 형태 제공

        ◾ 주의를 요하는 작업에 대해 무의식적인 행동을 방지 고려

 원리 6>  신체적 피로 최소화 (Low Physical Effort): 최소한의 피로감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디자인

        ◾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신체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함

        ◾ 반복적인 조절행위 최소화

        ◾ 지속적인 신체적 노력 최소화

원리 7)  사용하기 쉬운 공간 확보(Size & Space for Approach & Use): 사용자의 체형, 자세, 움직임과 관계없이 접근 및 조작이 가능한 크기와 공간 제공

        ◾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확실히 볼 수 있는 시야 제공

        ◾ 다양한 신체 크기 고려

        ◾ 보조기구를 사용하거나 보조인인 있을 경우를 고려한 적절한 공간 제공


위의 7대 원리와 각각이 가이드라인은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에서 핵심적이나 유니버설디자인을 실현하기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 7대 원리와 가이드라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하여 유니버설디자인이 제품·환경·서비스 등의 디자인에 적용되어 편리한 디자인 솔류션이 되기도 하며, 그리고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인증 또는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유니버설디자인의 7대 원리가 다가오는 세상에도 유용한 지속성을 가지려면, 7대원리는 사회의 새로운 요구에 따라 변화와 진화 해나가면서 수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프레이저(W. Preiser)는 유니버설 디자인 7대 원리에 포함되길 바라는 분야로 일치성(coherence), 비용효율성, 자급자족 디자인, 지속가능성, 문화적 맥락성, 모듈성, 환경보호, 빈곤, 쓰레기시스템, 지속가능한 포장, 응급상황, 재난구조, 환자안전, 표준, 사람중심, 시민참여 등에 관련된 개념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시한 것과 같이, 유니버설디자인 원리는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조정해가야 하는 과제가 지적되고 있으므로, 이런 과정을 통하여 동적이고 역동적이며, 신뢰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좀 더 융통성을 갖는다면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은 마이크로 차원(micro level)의 환경분야의 패러다임에서 진정한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사회를 변화시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족시키는 매크로 차원(macro level) 사회 패러다임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면, EIDD(European Institute for Design and Disability)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협회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다양한 사람들, 사회적 통합, 그리고 인간 평등을 위한 디자인이다(Design for All aims to enable all people to have equal opportunities to participate in every aspect of society)’라고 하였다.​3)  또한 유럽은 사람들의 연령, 문화, 능력에 있어서 보다 다양해지고 있으며, 예전과 달리 사람들은 질병, 사고로 인한 부상, 장애를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서, 고령자, 장애자, 이주민을 포함 가능한 사회 통합(inclusion)의 원칙을 중심으로 모두가 사용 가능한, 책임감 있는 디자인으로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알려준다. EIDD는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 시각은 디자이너가 장애를 ‘문제(problem)’로 인식하는 것으로,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법과 규제에 제한되어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데 미흡하게 된다. 두 번째 시각은 환경디자이너가 장애를 ‘도전 과제(challenge)’로 인식하는 것으로, 환경 디자이너는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 적극적인 접근방식을 활용하여 현실의 문제 상황에 대한 진정한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이 두 가지 관점의 비교를 통하여 환경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무를 알려주고 있으며, 또한 ‘좋은 디자인은 가능하게 하며, 나쁜 디자인은 불가능하게 한다(Good design enables, bad design disables.)’는 선언문에서 명시하였듯이, 디자인의 역할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 개념과 7대 원리에 내재하는 보편성은 ‘평등성’, ‘다양성’, ‘포용성’, ‘공존성’, ‘사용자 중심’, ‘삶의 질’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으며, 이미 4차 산업혁명 사회로 진입하였고, COVID-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비대면 회의 등 ‘뉴노멀(new normal)’ 의 새로운 사회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유니버설디자인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등 사회를 인간중심적, 다양성, 포용성, 시민참여, 공정 사회로 나아가게 되는 기본 철학으로써 사람이 살기 편한 따뜻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실천적 패러다임으로,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에 내재한 보편성은 도시공간을 위한 새로운 유기적인 플랫폼 구축에 전략적 해답을 제공하리라 기대해 본다.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필요성

유니버설디자인 도시란 모든 시민이 차별 없는 사람중심의 포용적 도시이며, 시민이 살기 편리한 도시를 의미한다.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초고령 사회 준비,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웰빙문화에 의한 ‘삶의 질’의 중요성, 외국인 관광객 증가, 다문화가정 증가, 4차 산업혁명사회, COVID-19 팬데믹에 의한 뉴노멀 사회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는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현실에,  ‘사람중심’의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은 전세계의 많은 학자들로부터 도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택되고, 또 지지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2018)’으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모델을 선제적으로 연구하였다.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비전(vision)은 ‘모든 시민이 차별 없는 인간중심의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서울’이며,  10대 목표 키워드는 ‘공존’,’공감’, ‘공유’, ‘공평’. ‘포용’, ‘생활안전’, ‘더불어 사는 공동체’, ‘숨쉬는 도시 공간’, ‘혁신적 글로벌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제시하였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프레임워크는 (그림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민· 관· 학 상호협력의 종합적 접근방식으로 계획되었다.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핵심적 가치는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도시 서울: Seoul, BEST To U’로 Barrier-free, Equity & Equality, Security & Safety, Technology of Information & Communication, Together, Universal Design을 의미한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의 선도과제로는: 유니버설디자인 마을(UD-Village)조성, 유니버설디자인 스쿨(UD-School) 조성, 유니버설디자인 대중교통(UD-TBS)정착, 영·유아 시설/학교 주변시설 UD시스템 개발 및 보급, 외국인 밀집지역, 낙후시설 안전시설 확충 및 정비, 소방/재난 대응 유니버설디자인 기초 확립, 지역특성 기반 맞춤형 도시조성,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설립·운영이 선정되었으며, 점진적으로 10대 과제를 정책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인구고령화에 대한 도시환경적 대응은 시급한데, 그 이유는 우리 나라는 고령화사회(2000)에서 고령사회(2018)를 진입 후 5년 후엔 초고령사회(2026)로 진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든 변화를 2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경험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도시는 초고령화에 진입할 준비가 완료 되었는가? ‘아직 아니다(Not yet.)’. 초고령사회에 진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예(Yes.)’로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조례 또는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도시환경디자인 정책에 반영하고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혹시라도 도시 기반시설이 공평하게 사용 될 수 있는 환경이 미리 계획되지 못할 경우에는 하드웨어적 문제점들이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연결되어 사회 통합의 저해, 사회적 배제(exclusion), 사회 및 환경적 불평등 과 같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어 불안한 사회를 만들어가게 된다. 도시 속의 시민들은 보편적인 ‘삶의 질’이 매일 매일 향상되고 생활과 사회 서비스 시설 사용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살기 편하며, 따뜻한 도시를 기대하기 때문에, 시민이 희망하는 도시를 만들려면, 유니버설디자인 패러다임이 적용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림1.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Framework 

출처: 서울시유니버설디자인기본계획(2018)


​1) Kuhn(1962)은 패러다임(paradigm)이란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사람들의 신념과 인식의 체계 또는 이론적 틀(framework)로 정의되며,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란 인식의 전환이며,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 변화라고 하였다.

​2) 로널드 메이스, Universal Design: Barrier-free Environments for Everyone, LA: Designers West 33(1): 147-152, 1985. 

3) EIDD, 스톡홀름 선언문, 2004.


참고문헌

서울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 ISBN 51-6110000-001977-01, 2018.

통계청, 2021 고령자 통계.

Center for Universal Design, Universal Design Exemplars (CD-ROM), Raleigh, N.C.: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2000a.

Connell, B. R., M. L., Jones, R. L., Mace, J. L., Mueller, A. Mullick, E. Ostroff, J. Sanford, et al., The Principles of Universal Design, Version 2.0, Raleigh, N.C.: Center for Universal Design,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1997.

Goldsmith, S., Design for the Disabled, London: RIBA Publications, 1963.

Kuhn, T.S.,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Mace, R., “Universal Design, Barrier Free Environments for Everyone,” Designers West, November 1985.

McGuire, J.M., and S.S. Scott, “Universal Design for Instruction: Extending the Universal Design Paradigm to College Instruction,” Journal of Postsecondary Education and Disability, 19:124-134, 2006.

Mullick, A., and E.Steinfeld, “Universal Design: What It Is and What It Isn’t,” Innovation,The Quaterly Journal of the Industrial Designers Society of America, 16:1, 1997.

Preiser, W.F.E., “Paradigm for the 21st Century: The Challenge of Implementing Universal Design,” in Inclusive Buildings, Products, and Services: Challenges in Universal Design, T. Vavik(ed.), Trondheim, Norway: Tapir Academic Press, 2009.

Tauke, B., “Diversity and Design,” Universal Design Education Online, http://www.udeducation.org,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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