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21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김현석 (홍익대학교 교수)


연결의 가치: 창의성과 상상력



2015년 저는 광주에서 개최되었던 국제디자인총회의 사무총장을 맡아 행사의 진행과 준비를 하였습니다.  ‘세계디자인의 역사 1,2’를 막 출간한 세계적인 디자인 역사가이자 이론가인 빅터 마골린도 광주에 연사로 참여하셨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광주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셨고 2019년 생을 마치셨습니다. 3권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었던 세계디자인의 역사는 아직도 마지막 볼륨이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빅터 마골린은 “오늘날 우리가 디자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생존을 위해 물질적 환경을 조직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지속적으로 연결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골린은 두 종류의 디자인을 정의했습니다. small "d"가 있는 디자인. 그의 정의에 따르면 사람들이 항상 필요를 충족하고 환경을 구성하기 위한 창작의 행위로서 디자인과, 오늘날의 대량 생산 및 매스 커뮤니케니션과 관련이 있는 big "D"가 있는 디자인. 이렇게 두 종류의 디자인으로 구분하였습니다. Margolin의 분석에 따르면 디자인은 항상 문화 창조의 중심이었던 활동입니다. 그러나 그는 디자인이 예술적 또는 미학적 실천으로만 주변화되어 해당 범주에 맞지 않는 모든 디자인과 디자인행위를 디자인의 범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세계디자인의 역사를 출판한 그의 목적 중 하나는 디자인과 그 역사가 과거의 경제, 정치, 문화 구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ID Two와 합병으로 IDEO를 창업한 데이비드 캘리는 스텐포드 대학교에 디자인대학을 설립하면서d.school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디자인대학과 d.school의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디자이너가 하는 행위에 ‘think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design thinking은 작은 d를 설명하는 중요한 용어로 정착이 되었습니다. 


Design Thinking의 프로세스는 일련의 질서있는 단계라기 보다는 Inspiration, Ideation, implementation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 겹쳐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Inspiration은 문제의 해결과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이고, ideation은 아이디어를 생성, 개발 및 테스트하는 과정을 말하며, implementation은 이러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제 사람들의 삶 속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세가지 영역은 항상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오랫동안 디자인은 제품, 공간, 시스템, 모델, 경험 등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디자인은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골린이 언급한 것과 같이 생존을 위해 물질적 환경을 조직하려는 기본적 욕구로서 디자인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실 세계에 있습니다. 사회와 환경에 대한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인류를 엄습하고 있으며, 디자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습니다. 문제 해결 도구로서 Design Thinking은 문제를 재정의하기 위한 단계에서 보다 모호하고 숨겨진 원인을 식별하기 위해 문제의 알려진 측면을 평가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선입견을 넘어 모험을 하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식별하기 위해 여러 측면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문제에 대한 기존 가설에 도전함으로써 Design thinking은 기존 사고 패턴을 넘어 새로운 사고 및 행동 수단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입니다.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존 솔루션의 단점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합니다. 따라서 디자인 사례를 수집하고 기존의 솔루션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를 개최해 왔고, 2017년부터는 영역을 확장하여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왔습니다. 작년에 이 두 세미나와 포럼을 합쳐 서울디자인국제포럼으로 통합하여 개최하였습니다. 이러한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국제 사회 및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디자인과 디자인적 사고를 통한 다양한 문제해결의 방법과 사례에 대해 논의해 왔습니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이러한 디자이너의 노력과 지식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포럼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디자인 사고의 첫번째 영역인 Inspiration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는 없을 지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의 웹사이트를 행사를 위한 웹사이트가 아닌, 역대 포럼에서 발제되었던 연사들의 발표내용을 정리하여 콘텐츠로 아카이브하고 지속적으로 사회문제해결디자인과 유니버설디자인 및 small D에 해당하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디자인 관련 논의와 사례를 소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제작하였습니다. 오늘 공식적으로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의 디지털플랫폼의 개설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 질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연결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제품을 연결하고, 서비스를 연결하고, 사람을 연결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과 연결되지 않은 제품, 공간과 서비스는 의미를 상실합니다. 그 연결은 공감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연결이 지향하는 것은 공감이고 공감이 있을 때 가치가 생성됩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가 ‘Re-Connect: 가치창조자로서 디자인’입니다. 과거의 포럼과 오늘의 포럼을 연결하고, 하드웨어 와 소프트웨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산업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그리고 시정부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들을 디자인이 어떻게 연결하여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펜데믹 및 지구온난화 등과 같은 전지구적 위기로부터 발생된 다양한 문제와 우리사회에 노출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연결하여야 할까요? 포용과 회복, 공정과 공감에 기반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시민에게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여 도시의 매력을 견인하기위해 연결하여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이번 포럼은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물론 답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회의 복잡성이 심화되고 기술발전의 혁신과 정보의 폭증 등으로 인하여 사회문제의 이해관계도 더욱 복잡해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연결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셜미디어는 오히려 우리를 더욱 배타적으로 만들고, 연결의 플랫폼은 개인의 정보를 자본으로 하는 시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결을 이야기 해야 하는 이유는 연결이 가지고 있는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단지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창의성은 연결과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현상이며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 또는 변형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연결의 가치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고 확산시켜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상상력입니다.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은 시민과 시정부가 창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지식의 연결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좌장 : 홍익대학교 김현석 교수

패널 : 서울시 디자인 정책과 이혜영 과장, LG전자 황성걸 전무, LBS 테크 이시완 대표,

       연세대학교 백준상 교수, KDI 정책대학원 주유민 교수



<좌장> 

오늘 진행되고 있는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의 주제는 Re-Connect: 가치창조자로서의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주요 목적이 새로운 가치의 창출에 있다면 다른 영역에서의 가치 창출과 다르게 디자인이 중점적으로 이끌어 내야 할 가치 창출은 무엇일까? 기업의 관점이나 공공의 관점에서 이러한 가치 창조의 관점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백준상 교수>

가치창출의 과정을 ‘가치를 포착하고 창출하며 그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보았을 때, 우선 가치를 포착함에 있어 공공의 관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쉬운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의 서비스 제공자로서 편의 또는 부처 간의 사일로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시민 관점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시민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역량 또한 중요하며,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할 필요성도 있다. 그것이 결국 민주주의이고, 접근성 높은 공공 플랫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공공성과 형평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을 위한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특히 소외된 계층을 위한 가치를 잊지 않고 강조해야 한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와 팬데믹의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고, 디지털 리터러시가 약한 계층은 더욱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포착하고 이를 제공하거나 충족시킬 수 있는 과정이 바로 공공의 관점에서 가치 창출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이시완 대표>

기업의 가치 창출은 고객 지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제안되는 가치는 고객을 기업으로 유도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가 확장되면 공공과 맞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각장애인이나 소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사회의 최약체 구성원을 위한 시스템에서 시작하여 사회 전체를 위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발전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규모로는 모든 구성원의 가치를 연결하거나 해결할 수 없지만, 가장 약자라고 생각되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가치 창출 활동의 시작은 점차 진화와 성장과정을 거쳐 사회 전역을 대상으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이에 집중하고 있다. 



<좌장>

한국에 공공디자인 또는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시나 공공기관, 국가 정부의 정책으로 입안되기 시작한 것이 이제 약 15년 남짓 된 것 같다. 정부나 지자체는 공공디자인 관련 직렬을 신설하고, 전문가를 고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디자인 조직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최우선적인 것은 무엇일까? 또는 기업에서 디자인 조직 구성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와 공공에서 디자인 조직을 구성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차이나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황성걸 전무>

기업 역시 변화에 대한 면역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 자체는 기업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 존재해왔고 공공기관보다 일찍이 수용되었지만 여전히 변화를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의 차이는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조직 구도상 디자인 조직이 꾸려진다는 것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중요한 것은 탑다운의 노력이다. 결국 우리가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나 아젠다를 제대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상부에서부터 많은 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조직이나 기관의 리더십이 디자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 활용도와 임팩트를 잘 알고 있어야 더 빠른 시간 안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조직이 생성되었을 때 초반에 유예기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디자인 조직이 새롭게 생겼다고 가정했을 때 독립된 예산이나 인사 역량을 제공하고 소프트 랜딩 기간을 가진 후 온전히 정착할 수 있게끔 유예기간을 가지고 돌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혜영 과장> 

서울시에는 예전 디자인 총괄본부라는 조직이 있었고, 현재는 문화 본부 안에 ‘디자인 정책과’라는 부서로 존재하고 있다. 사실 디자인은 특정 영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영역들과 맞닿아 있어, 그 가치를 고도화 시키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디자인 전문가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사회복지 종사자, 건축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 모두 내부 조직에 채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건상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울시는 외부의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조직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역할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부의 인원들이 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고, 열린 사고로 기획할 수 있는 디자인 씽킹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내부에 와서 일하는 방식에 대하여 디자인과의 조직구성과 운영의 큰 틀에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민간의 경우 고객층이 굉장히 명확하기 때문에 기획과 마케팅 전문가가 특정 고객의 취향과 트렌드를 좇아서 제품을 기획하거나 생산하겠지만 공공의 영역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시민들 모두가 해당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좀 더 고려해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디자인 관련 조직의 인력 구성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주유민 교수>

기업과 달리 공공에서 디자인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사용자를 위한 전문가가 제안하는 디자인이기 보다는 시민과 함께 하는 디자인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즉, 시민과 함께 의제를 찾고 함께 논의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함께 우리 일상 생활에 밀접하고 꼭 필요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시민들 스스로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공공디자인을 추진할 때 시민과 전문가, 그리고 다양한 유관 부서의 관료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자체의 디자인 조직은 이를 고려해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 시 소통에 능한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기획자 등도 포함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좌장>

이번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은 지식을 확산하고, 사례를 연결하기 위하여 온라인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지식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는 것 같다. 서울디자인포럼의 온라인플랫폼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누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의 디자인 비전을 수행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시완 대표>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고민하는 시니얼이라고 하는 소셜벤처의 모임이 있다. 이 모임에서는 하나의 의제를 놓고 다양한 방법론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고민하곤 한다. 이 플랫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주요한 의제나 안건이 있다면 그 해결책과 방법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플랫폼을 통해 얼마나 쉽게 공유하고 이를 얼마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단순한 포럼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템플릿의 형태, 또는 쉽게 업데이트 가능한 플랫폼의 형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황성걸 전무>

이제 우리는 서울의 특성을 보아야 한다. 서울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도시이기 보다는 수 많은 위성도시와 공존하고 있고 한강으로 남과 북이 나뉘어져 있으며 이를 잇는 많은 다리가 존재하는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도시이다. 도시의 모습 자체가 다양하고, 또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대 또한 다양하다. 이처럼 세대와 문화의 측면에서 다양성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도시로써 플랫폼이 구축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물리적인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겠지만 온라인 플랫폼으로 바이럴한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성을 수용하여 존중해야 한다. 최근 MZ세대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행어나 유행하는 세대가 존재한다. 플랫폼은 이러한 다양한 취향과 트렌드, 유행의 흐름이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될 수 있고, 상호 존중에 기반하여 소통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콘텐츠 도메인을 고려하여 로드맵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좌장>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공공 인프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시설을 의미하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시민은 디지털과 온라인을 통해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학생들도 이제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 지고 있고, 시정 관련해서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메타버스와 관련된 김상균 교수님의 발제도 있었는데, 이러한 펜데믹이 가져온 디지털 가속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도시는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특히 기울여야 할지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백준상 교수>

디지털 가속화는 디지털 격차의 가속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모 신문에서 본 기사에 따르면 미술관에 있는 이건희 컬렉션을 보려면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효녀, 효자를 둔 부모만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앱을 통해 코로나 잔여 백신을 신청할 때, 매크로라는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예약에 성공한 후 이를 유료로 거래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이처럼 우리는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의 격차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역할이자 노력은 무엇보다 시민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은 디지털 기술의 소비자를 넘어서 그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작년부터 공공도서관, 그리고 시민 단체와 함께 서울디지털 사회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민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시민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중에서 디지털 격차를 다루는 팀이 있는데, 예를 들어 키오스크 사용에 있어 어려움이나 스마트폰에 대한 어려움과 같이 노년층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격차를 조사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시가 이런 디지털의 격차를 인지하고 디지털 기술에 소외된 사람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유민 교수>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등 기술의 발달이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팬데믹이 이를 아주 갑작스럽게 가속화 시켰는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생활 방식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빨리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한 변화가 불러일으킨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도시 정부가 디지털 가속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이 부작용을 최대한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화에서 누락되고 있는 소외계층은 없는지 살펴보고, 공공에서는 어떻게 이에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인터넷 연결과 기기를 소유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온라인 수업이나 근무를 할 수 있는 공간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등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고려했을 때, 이를 충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빈곤층이나 노년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노년층에게 어떻게 하면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여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빈곤한 가정에는 인터넷을 조금 더 저렴하게 보급하는 정책을 전개하였다. 또한, 온라인 업무가 증가하면서 여러가지 피로도가 누적되는데 시각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도심 속 안식처와 같은 공공 공간을 마련하고,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좌장>

이혜영 과장님께서는 이와 관련하여 시에서 별도로 마련하고 있는 계획이나 추진중인 사업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혜영 과장> 

서울시도 디지털화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실제 서울 시정을 모두 가상 공간에 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고, 이에 앞서 버추어 서울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게임을 통해 서울 관광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중에 있으며 온라인 실감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실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특히 디자인 영역에서는 가상 공간 즉 메타버스에 대응하기 위하여 UD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UD는 몸이 불편한 분들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편리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UD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디자인은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가치들을 창출할 수 있고, 서비스 디자인이나 경험 디자인 분야에 특화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분야와 결합하여 시대 흐름에 따라 메타버스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좌장>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여기 함께 계시는 워킹 그룹 교수님들과 함께 ‘서울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디자인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도 기업의 Vision Statement나 Mission Statement 같은 것들로 기업의 방향성과 목표를 정의하여 기업활동을 하는데, 서울시의 디자인 비전이나 미션을 정의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부분은 무엇일지 각자의 견을 부탁드린다. 


<황성걸 전무>

과거의 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을 참고하여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하곤 하였다. 오늘날의 우리 기업들은 선두의 위치에 있는 분야도 많다 보니 참고해야 할 선진 사례가 있다기보다 스스로의 자세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 세계 많은 도시를 다녀봤지만 서울시가 더 이상 참고해야 할 그 이상의 대상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서울시만의 절대적인 가치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전처럼 데스크탑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다운 받고 레퍼런스를 구축하거나 벤치마킹을 하려는 분산의 노력보다는 서울 시민만의 공감을 이해하고 파악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타깃 고객을 위해 디자인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면 특정한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인지하면 데스크톱 앞에서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저 추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우리가 공공 기관에 있든, 기업에 있든간에 좀 더 배우처럼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현장에 가서 몰입하고 그 대상이 되어 보는 것이 중요하며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기보다는 현장에 나가고 직접 경험하며 그 대상이 되어보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화두가 되어야만 우리는 레퍼런스가 없는 상태에서 절대적 가치를 파악하고 우리에게 잘 맞는 정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다른 어떤 나라, 또는 다른 도시에게 서울시가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시완 대표>

좋은 비전과 미션을 세워야 하고 커다란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그 미션이나 비전을 이루기 위한 현재의 상태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션과 목표의 레벨을 파악하면 현재와 간극이 얼마나 큰지 알아야 단계별로 접근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중간 단계에서 만나는 사용자들과 어떤 형태를 통해 발전해 나갈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중간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현재 전개중인 비즈니스를 사례로 보면, 초반에는 교통 약자와 보행 약자 전체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였으나 우선 가장 단순한, 가장 최약체인 시각장애인 조차 쓸 수 없는 시스템이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1단계는 시각장애인, 2단계는 지체장애인으로 단계를 명확하게 정의하였고, 기술의 시간이 아닌 사용자의 시간, 그리고 사회 인식의 시간이 적절하게 맞물렸을 때 구축된 시스템이 제대로 발현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서울시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구축했는데, 기술 개발은 거의 완성되었으나 가장 문제는 사용해야 할 공간에서 이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사용자들이 공간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또 다른 불편함이 초래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아직은 사회 인식 개선의 속도 개선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진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사용자와 참여자들이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과정과 단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백준상 교수>

서울시의 디자인 비전과 미션을 정의할 때에는 지금까지 서울시가 쌓아온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성찰하고, 또 우리가 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맞추어 디자이너의 역할도 물건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또는 사회혁신디자인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디자인의 역할이자 공공 섹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고, 디자인 정책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부터 쌓아온 좋은 모습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서울은 이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사회혁신 및 사회문제해결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리더십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비전과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이를 지켜가고자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유민 교수>

서울시에서 디자인 비전과 미션을 정의할 때 서울 시민들로부터 공감받고 시민들을 통합할 수 있는 내부의 아이덴티티와 정체성의 형성이 필요하다. 그 동안 많은 도시들이 외부에 보여지는 이미지 형성에 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왔는데, 결국 시민들이 애착을 가지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도시야말로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서울 시민들이 서울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정체성을 지녔으면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글로벌 도시로서 SDG나 기후 변화 등 오늘날 범지구적 이슈들에 디자인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울 시민 중심의 방향성과 함께 정책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성과 실용성이 디자인 미션으로서 강조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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