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의 주제는 'Re-connect: Design as a Value Creator'입니다. 시정부가 디자인을 통해 도시와 시민의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이를 위해 도시의 디자인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10년 전에 쓴 글을 인용해 보자면1) , 빠르고 심층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모두가 디자인을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는 개인과 단체, 지역사회, 기업, 협회만이 아니라 기관과 도시, 지방 또한 포함하며, ‘디자인’은 싫든 좋든 이 모든 개인과 집단이 디자인 역량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각각의 생활 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 전체를 거대한 실험실, 즉 전례 없는 사회적 형태, 솔루션 및 의미를 고안해 내고 사회적 혁신이 창출되는 공간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을 통해 도시와 시민 생활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시 당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디자인 기술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첫 번째는 전문가의 디자인 기술(전문가 디자인)이고, 두 번째는 시민을 비롯한 시민단체 가운데 널리 퍼져있는 잠재적인 디자인 기술(광범위한 계획)입니다.
도시의 경우에는 주된 목적이 시민과 관련 조직의 광범위한 디자인 역량을 촉진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도시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표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러한 틀에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은 시민과 관련 조직의 역량을 활성화 및 지원하여 그들의 광범위한 디자인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2. 시정부나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한 사례로 중요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공적인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가 몇 가지 있습니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시가 보여준 활동도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가치 및 시민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우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바르셀로나와 파리, 암스테르담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밀라노의 사례를 먼저 예로 드는 이유는 제가 잘 아는 사례이기도 하고, 이에 대한 방식이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밀라노에서는 지난 10년간 시의회가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시민 이니셔티브를 추진 및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가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시민과 도시의 협력을 확립하기 위한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층 연구(Politecnico di Milano의 Davide Fassi가 Nolo라는 특정 지역에 대해 실시한 연구 )에 따르면2) 개입과 관련해서는 지역사회가 도시의 거버넌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역할은 3가지 접근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지지자(Endorser): 일부 활동은 단순한 형태의 비금융적 지지를 포함하여 시 행정부의 지원을 받았고, 한편으로 이에 대한 혁신적 가치를 인정했습니다. 이는 해당 지역에 언론이 관심을 가지도록 했고, 이와 같은 관심의 결과가 시의회의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전달되어 제도적 영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 촉진자(Facilitator): 시의회는 지역 이니셔티브에 의한 활동에서 비롯된 일부 계획안이 실행되도록 촉진했습니다. 그 결과, 이는 다수의 행정 도구들을 고안해 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역 연구소 건설을 위해 시내 시장 내에 비어있는 공간을 할당한 ‘Off Campus Nolo’로, 여기에는 Polimi Desis Lab이 참여했습니다.
(3) 파트너(Partner): 일부 경우에는 행정부의 역할이 점점 직접적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의회는 지역 조직이 식별된 다수의 슬로우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해당 지역에서 실험을 실시하도록 지원했고, (코로나19 비상사태와 관련된 비상 규정에 따라) 공공장소를 사회적 공간으로 점유 및 임시 전환하는 요청을 처리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시의회가 지역사회의 풀뿌리 접근방식과 행정기구의 하향식 의사결정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여기에서는 전자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후자가 지원 도구가 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 혁신이나 공공 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요?
팬데믹은 비극적 사건이자 거대한 사회적 실험으로 수백만 명의 생활방식을 바꿔 놓았고, 여전히 이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명백한 사실이 있습니다. 도시에 대한 논의에서는 두 가지, 즉 새로운 미시적 사회성의 출현과 일상생활에서의 서비스 및 디지털 미디어 사용의 증가가 특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주변 지역의 새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 개발되었습니다. 그 결과, 위기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제가 케어랩(Care Lab)과 엘리사바 디자인공학스쿨(Elisava School of Design and Engineering)의 동료들과 함께 연구한 사례입니다.3) 팬데믹이 도시를 강타하자, 시민사회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며 당국이 직접대응에 차질을 겪고 있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보살핌을 제공했습니다. 중앙집중식 대형 병원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 처하자 수평적 연대가 집을 떠날 수 없는 노인 및 약자, 환자를 지원했습니다. 또한 이웃간의 관계적 연결성이 격리 상황에서 형성 또는 강화되었고, 인접성의 중요성이 팬데믹에 맞선 효과적인 대응에 있어서 강조되었습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그 중 상당수가 팬데믹을 통해 미시적 사회성, 즉 같은 건물에 살거나 실제 물리적으로 가까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의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의식 속에서 이웃과 작은 가게 주인들이 연대하여 집을 떠날 수 없는 환자와 노인들을 위해 식료품을 배달하고 그들의 상태를 살폈으며, 학생들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디지털 엽서를 보내고, 공식 상담전화 서비스가 붕괴되자 근처에 사는 의료 종사자가 이웃들을 보살피고, 사회복지사가 이웃과 함께 굶주리고 있는 가정에 식료품을 전달했으며, 한편에서는 복지 시스템이 팬데믹에 의한 불균형적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례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생존해야 하는 필요성에 따라 생겨난 ‘삶의 지혜(life hacks)’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모든 활동이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통해 가깝지만 멀리서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위기 상황에서 민간 및 공공 활동을 조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이니셔티브가 사회적 형태로 영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우리가 가까운 이웃들과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이 혼합된 세계에서 살게 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는 현재의 상황에 도전하고 기존의 중앙집중식 시스템에서 분산형 모델로 전환함으로써 현재의 대면식 의료 서비스를 보완하여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 Ezio Manzini, Design, When Everybody Designs (MIT Press 2015):
2) Davide Fassi, Events and the city: when Arnold meets NoLo». In In the neighbourhood, a cura di Davide Fassi e Barbara Camocini. Design International. Milan: Franco Angeli. 2017
3) Julia Benini, Ezio Manzini, Lekshmy Parameswaran, Care up, close and digital: Covid-19 learnings on hybrid proximity, in Design in the Pandemic: Dispatches from the Early Months, Design and Culture, Volume 13, Issue 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