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20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데스 페이건 (랭커스터 대학교 건축학과 학부장)


사회적 거리 연구소(Social Distancing Lab) 프로젝트

여러 가지 다양한 초고층 건축물(hyper buildings)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연구 중, 약 3개월 전에 종료된 ‘사회적 거리 연구소’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 국회의원 Ted. Kennedy는 “What divides us pales in comparison to what unites us.”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은 우리를 하나로 연합하도록 하는 힘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확산 기간 동안 사람들을 격리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결국 공유된 경험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결속감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길 바라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것이 전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현대 과학계의 대체적 입장은 사람 간 거리의 확보가 호흡기 교차 오염 비율 감소의 중요 요소라고 말한다. 공기 전파의 원리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거나 기침을 할 때 비말이 배출되고, 서로의 간격이 2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흡입하게 되면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 간 거리가 줄어들면 감염 위험이 증가하고, 이에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도입함으로써 사망자 수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확진 사망자가 감소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유효했음을 나타내고, 이는 곧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대응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코로나 19는 단지 인간의 삶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연구 중에 흥미로웠던 내용은 국가들이 채택한 사회적 거리 측정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접근 방식이다. 영국 캐나다는 2m 미국 1.8 한국은 1.3m 중국, 프랑스와 홍콩은 매우 짧은 1m로 보았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사회적 거리가 같은 종류의 병에 대해 매우 다른 과학적 해석을 내놨는데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각 국가가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병원과 의료 부서의 초기 환자 수를 감소시킨다는 것, 바로 감염의 곡선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유도 사인 사례



각 국가들은 해당 국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 확보를 유도하고 있었다. 대유행 초기에는 여러 방법이 혼용되었는데. 일부 국가의 사례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난해한 가이드라인도 존재하고 있었다. 대부분 자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가이드라인을 표시하였다. 분필로 바닥에 원을 그리거나, 그래피티로 표현하기도 했고 아스팔트에 선을 그려 단순하지만 효과를 극대화 한 사례도 있었다. 





서방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표시했는데, 당시 검정색과 노란색의 산업용 테이프 판매가 급증했다.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은 강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거리를 유지하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고, 영국 테스코 매장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색상, 글꼴을 포함해서 자체 브랜드 표지를 디자인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급하게 인쇄된 a4 용지를 사용해 급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태국에서는 공공 장소의 의자에 한 칸씩 띄워 앉을 수 있도록 해당 좌석에 직접 붙여놓는 방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감염병 초기 이처럼 대다수의 도시에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메시지들을 표시해 나갔다. 시급하고 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심미적 요소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해보았다. 전세계 인류가 처한 상황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같은데 왜 모두 각자 다른 방법을 추구하고 있을까? 디자인 방법으로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사회적 거리두기 연구 질문

네 가지의 주요 연구 질문을 가정해 보았다. 

첫째, 컴퓨터 시스템 및 생성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를 자동화할 수 있을까? 둘째, 사인 디자인(Signage Design)은 사회적 거리 두기 측정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셋째, 사인 브랜딩(Signage Branding)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어떤 영향을 미칠까? 넷째, 비용 효율적으로 목표에 달성할 수 있을까?


이후 시나리오를 통해 모든 질문에 대한 테스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우리는 신속하게 디자인을 진행하고 테스트 공간을 설정한 다음, 사람을 초대해서 데이터를 평가하고 수집했다. 우리는 이것을 랭커스터 소셜 디스턴스 랩(Lancaster social distance Lab)이라고 명명했고, 이 연구는 랭커스터 대학의 우수한 디자인 연구를 지원하는 1,320만 파운드의 비욘드 이매지네이션(Beyond Imagination) 프로젝트의 일부 부분으로 자금을 지원받아서 실행되었다. 

프로젝트 초기 디자인 개발의 어려움 중 상당 부분은 대유행이 시작될 때 발생했다. 영국에서 전체 디자인 팀이 대면미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이크로 소프트 팀즈(MS Teams)에서 회의를 하고 함께 디자인을 했는데 이는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다. 우리는 이렇게 전염병과 맞서 싸우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다. 프로젝트는 

맨체스터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영국의 랭커스터에서 진행되었고, 우리가 선택한 건물은 랭커스터 시티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사무실, 카페 ,비즈니스 회의 시설, 댄스홀과 강의실을 갖춘 다기능 건물이었다. 상호를 표시하는 사인 시스템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복잡한 배열을 테스트하기에 아주 이상적인 조건으로, 계단실과 벽의 패널 등 공간의 구조가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브랜딩

우리가 테스트와 평가를 진행할 첫 단계는 새로운 사인물의 유형에 접근하는 방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브랜딩 된 사인물과 시각적 어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에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시각화 된 다양한 유형의 이미지들을 보여주었다. 유니버설 또는 기성품 스타일의 사인물을 제시하여 테스트를 한 결과 63%만이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영국 정부의 사인물에 대해서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일부는 너무 공격적이고 강력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의회의 색상과 로고가 적용된 사인물 같은 경우에는 65%만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 했으며, 상점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전용 사인물은 너무 쉽게 배경에 묻히거나 인식성이 떨어져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 중, 72%에 달하는 응답자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힌 사인물은 디자이너에 의한 맞춤형(designer bespoke) 사인물이었다. 


유니버설, 기성품 스타일 적용

영국 정부 사이니지 적용

지역 의회 사이니지 적용

상점 자체 사이니지

맞춤형 사이니지

사람들은 새로운 전염병에 있어서 기존 브랜드나 스타일을 적용하기보다는 새로운 간판 접근 방식을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따뜻함, 안전, 자신감, 차분함의 심리를 반영하는 색상 팔레트를 도출했고 폰트는 에리얼(Arial)를 활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로 보행자 표지판에 대한 보편적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새롭거나 낯설지 않도록 메시지, 지시 방향에 대한 모형을 가진 도로 표지판의 형식을 새로운 사인물에 활용하였다. 기호의  유형에 따라 간단한 원리를 설정하여 거리 유지와 같이 조언을 제공하는 메시지에는 원형을, 지시사항을 전달하거나 해당 사항이 없음에 대한 메시지는 육각형, 방향을 제시하는 화살표 등을 만들어 새로운 표지판을 개발하고 일련의 사용자 검토과정을 거쳤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기존 계획과 관련된 사인물의 위치 전반에 걸쳐서 동선과 패턴의 최적화를 진행하고, 기존 정보를 활용하여 소매점 별 판매 현황도 확인했다. 





알고리즘의 활용

우리는 라이노(Rhino)와 그래스호퍼, 파라메트릭 등을 활용했고, 복잡하지만 최적화 된 알고리즘을 통해 테스트할 평면도의 설계가 자동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소매점의 구조는 단위 면적 당 최적의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므로 이러한 원칙을 고려하여 알고리즘을 업데이트 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거리두기 원칙에 따라 평방미터 당 사람, 의자, 테이블을 놓는 레이아웃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평면도’를 생성하였다. 






건물 내 카페의 의자 위치가 표시된 오토캐드 도면에서 흰색 선은 개인과의 사회적 거리 오프셋을 나타내고 노란색 선은 개인이 안전하게 앉을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낸다. 개인 안전 거리의 버블을 보여주는 것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디자인이 생성된 후, 프린팅과 제작 및 설치 과정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벽과 바닥에 붙이는 사인을 비닐로 제작했고, 이를 정확한 위치에 부착할 수 있도록 조심스레 작업을 진행했다. 결국 우리는 오히려 굉장히 역동적인 사인에 대한 새로운 분류 체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명확하고 선명하지만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방법으로 메시지를 제공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연구소를 처음 열었을 때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개소 후 첫 주를 굉장히 바쁘게 보냈다. 명확한 사인물이 적용된 공간을 보고 연구소를 방문한 많은 사업주들은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했고, 그들 중 91%가 사인물의 설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인지하였다. 이를 통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86%는 고객 또는 사용자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고, 76%의 사람들은 관리인이나 건물 소유주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프로젝트 결과물
우리는 이 연구 결과의 실행이 커뮤니티의 이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사인물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여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운로드 가능한 사인물 패키지는 사용자 필요에 따라 크기와 모양을 변형하여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영향 및 평가 ; 실질적 활용과 확장
프로젝트의 완성된 결과물은 랭커스터 주변과 사무실, 도시 곳곳의 계단과 건물 입구에 적용되어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실제 활용으로 연결되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기뻤고, 장소 적용 사례는 또 다른 장소에서도 응용 및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해당 연구를 영국 전역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영국 혁신 기구에 펀딩을 신청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활용하여 온라인 포털을 만들고,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그래스호퍼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직접 도면을 변경하는 것보다 온라인 포털에 사회적 거리두기 알고리즘을 업로드 해두면, 병원이나 학교, 양로원, 기업 등 빌딩 소유자가 즉각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도면과 사인물을 생성하여 최적화된 레이아웃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행된다면 다양한 설계 접근 방식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건물 재배치 디자인을 진행할 수 있고, 건물 내 공간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되므로 궁극적으로 영국 경제는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론
연구 프로젝트는 비록 매우 짧은 시간 진행되었지만 개념을 증명하는 데 있어서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복과 기억으로 학습되는 사람들에게 점차 이 사인물의 존재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지만, 초기 단계의 사인물 설치와 인식은 특별히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유도할 것이다. 
우리는 한 사회 내에서 물리적 공간과 거리가 구성원 간의 공감이나 인간성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은 오히려 정서적 관계에서 이전보다 가깝게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고,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굉장히 많은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을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단결시키는 것과 분열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What divides us pales in comparison to what unites us.”
Ted. Kenn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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