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 -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생활안심 디자인 / 마포구 염리동


범죄자의 은폐나 도망이 용이했던 좁고 복잡한 골목을 건강한 커뮤니티 콘텐츠로 개선했다. 주민센터와 구청, 경찰 등의 긴밀한 협조에 의해 주민 간 유대가 강한 지역으로 형성되었다. 31세 직장인 A 씨는 늦은 밤 퇴근길이 무섭다. 노후 주택 밀집한 ‘달동네’가 재건축 중단 이후 어쩐지 더 음침해진 탓이다. 금천구 가산동에 거주하는 B씨도 비슷한 사정이다. 주택과 영세 소공장이 혼재된 곳을 인적 드문 야간에 걷고 있자니 그야말로 스산하다.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으로 가는 길이 가장 두려운 길이 됐다. 이와 같은 안타까운 역설에 서울시는 ‘디자인’으로 현실적인 방책을 마련했다. ‘가장 두려운 길을 즐거운 길로 바 꾼다, 주민이 모이게 한다, 범인이 알게 한다’라는 도출 과정에서 비롯된 솔루션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수치가 성과를 증명한다. 걷기 무서웠던 마포구 염리동 골목길에 범죄 예방 디자인 (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을 접목한 지 5개월, 범죄예방효과는 78.6%, 만족도는 83.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꼈던 지점들을 연결하여 운동코스로 개발한 1.7km ‘소금길’에 관한 이야기다. 금천구 가산동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고보조명, 사운드 시스템 등으로 정보를 명확히 제공함과 동시에 공공영역과 사적영역을 구분했다. 소리와 빛으로 생활안심 디자인을 개발한 사례다.


디자인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사업은 마포구 염리동을 시작으로 1인 가구 밀집 지역, 야산 인접 지역, 부정형 골목 지역 등 20개 유형의 ‘생활안심 디자인’ 패키지 및 시스템을 고안하며 쾌적한 공간을 조성해왔다. 시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여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다.




 
생활안심 디자인 / 양천구 신월3동


조밀한 골목길과 공개공지가 부족했던 주거지로 관리되지 않은 공공장소의 불안요소를 없애기 위해 시야를 가리는 식재를 제거하고 공원을 개방했다.


 

생활안심 디자인 / 강북구 삼양동


시각적으로 무질서했던 환경,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였던 폐가를 안전 가림막으로 차단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건네준다. 


서울시의 원칙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시민’과 협력하여, ‘디자인’을 통해, ‘효율적’인 해결 방법을 강구 하는 것. 이른바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이다. 적용 대상과 분야는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생활안심 디자인 외에 인지건강 디자인,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 디자인 거버넌스가 바로 그것이다. 시민이 느끼는 사회문제를 주제별로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도출을 위해 디자인 씽킹을 추진한다. 물론 물리적 공간 변화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소통’, ‘인식 개선’ 등 관계 중심 사업으로 주제를 확장한다. 범죄, 치매, 고령화, 스트레스, 학교 폭력 외에 또 다른 문제 유형과 대상이 도처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이슈에 따라 디자인의 폭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기능과 효율 중심의 하드웨어 디자인에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자인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다.



청소년 문제해결 / PLAY 공원

청소년들의 놀거리가 부족했던 공원에 바둑, 보드게임, 간단한 운동 기구 등을 배치하여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청소년이 지역 어른들을 위해 직접 만든 장기판을 부착, 바닥놀이&고보조명으로 공간에 생기를 더했다. 

핵심은 시민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을 시민과 함께 풀어낸다는 것이다. 사회문제란 늘 여러 이해관계자의 가치가 상충하거나 상호 의존하는 복잡한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접근은 예기치 못한 갈등과 긴장, 그리고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사업들의 추진 방식은 시민, 전문가, 기관,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가 현장 중심의 지역주민 참여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다. 대표적으로는 디자인 거버넌스 사업이 있다. 학대 피해 아동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서비스 디자인, 뇌성마비 아동의 의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디자인, 올바른 의약품 폐기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등이 시민과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거버넌스가 극대화된 사례이다. 시민이 서울시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design.seoul.go.kr)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면 전문가 검토 후 투표를 통해 사업 주제를 선정하고 팀원을 모집하여 함께 구현해 나가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사회문제의 다면성을 이해하는 ‘서비스 디자인’이 요구되는 시대다.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도시의 경쟁력은 수려한 도시 경관이나 수준 높은 교육, 문화 예술, 경제적 가치 너머 ‘삶의 질’로 체감한다. 행복한 시민, 안전한 도시를 위해 서울시는 보다 ‘긴 호흡’으로 디자인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디자인 거버넌스 / 한강공원 야간 자전거 안전운행 유도 디자인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 시간대에 공원을 지나다니는 고성능 자전거들이 늘어나며 사고도 지속해서 증가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라이더가 적정 속도 주행을 할 수 있는 안전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전거가 다가오면 보행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괄호등', 보행자가 있음을 라이더에게 알리는 '쉼표등'이 바로 그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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