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토론] 주제별 토론

종합토론


좌장

김주연  서울특별시 제1대 총괄 공공디자이너


패널

헬레 소홀트  GEHL CEO & 공동설립자

우베 크레머링  iF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 CEO

소지혜  로레알코리아 그룹홍보 및 지속가능성 부문장

디아나 유  뉴욕시 경제기회국 산하 서비스디자인 스튜디오 부국장

김병수  주식회사 미션잇 대표


아이스 브레이킹


[(좌장) 김주연]

오늘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고, 의미 있는 강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었고요. 그래서 오늘 참여하신 시민분들도 각자의 전공이나 현재 일하시는 분야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종합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입니다. 먼저 제가 질문을 드리면 연사 분들께서 의견을 나눈 뒤, 시민들이 미리 제출해 주신 질문을 한 분씩 여쭙겠습니다.


먼저 아이스브레이킹을 해보겠습니다. 

해외 연사 세 분께 여쭙겠습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셨나요? 다들 못 보신 것 같은데요, 그 작품에서 서울이 매우 다이내믹하게 묘사됩니다. 예를 들면, 한옥 같은 장면도 있고, 아주 높은 고층 건물도 나옵니다. 서울이 가진 다이내믹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데요. 해외 연사 세 분께서 보시는 서울의 도시 정체성, 그리고 다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가지씩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디아나 유]

아니요,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시청 예정 목록’에 올라와 있어요. 서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문화적 허브라는 점이라고 봅니다.

한국이, 제가 온 곳인, 미국의 뉴욕시까지도 미친 영향력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서울에 와 보니, 예술의 통합과,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또 사고하며 커뮤니티와 연결하도록 문화를 도입하는 데 기울이는 배려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그 점이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헬레 소홀트] 

저도 사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 사무실에는 그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직원들이 정말 많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제 직원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 영화가 젊은 대중문화와 깊은 문화유산의 결합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영감을 받고, 가져가고 싶은 부분은 서울에서 느낀 그 높은 수준의 야심입니다. 오늘 오세훈 시장님이 들르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차원에서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그래서 서울이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정말 도약할 기회가 있다고 보며, 이는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우베 크레머링]

제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모두 서울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도시라고들 하죠. 손님으로서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여기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특정한 장소는 없습니다. 그냥 걸어 다니다 보면, 대도시의 활기찬 역동성이 전통과 결합된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점이 서울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영화는 보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도 깜빡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좌장) 김주연]

감사합니다. 

세 분 답변을 들으니, 역시 서울의 큰 정체성은 다이내믹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민의 정서를 반영한 도시환경 조성 방안

[(좌장) 김주연]

서울시는 지금까지 ‘보여주는 서울’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들이 ‘정서적으로 따뜻하게 느끼는 서울’이 되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시청 앞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식사 후 잠깐 걸었을 때도,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정원, 디자인 오브제, 디자인 퍼니처 등을 보며 서울시의 회복탄력성과 시민들의 정서가 닿는 터치포인트가 되고 있다는 걸 느끼셨을 텐데요. 그래서 서울시는 자연과 디자인의 디테일들을 통해 도시 전반을 보다 정서 적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 질문은 헬레 소홀트 대표님과 디아나 유 부국장님께 드립니다. 현재 서울시 정책에 대해 어떻 게 보시는지, 여기에 도움이 될 만한 ‘플러스 알파’ 제안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디아나 유]

서울에서 녹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오전에 주변을 걸으면서도 그 녹지가 도시 안에 얼마나 잘 통합되어 있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정책적 의지와 노력이 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저는 뉴욕시 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실제로 교통국에서 다양한 녹지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방향성이 그런 흐름 위에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 혹은 함께 생각해 볼 부분은 ‘과정의 모든 단계’를 살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비스디자인 스튜디오 연구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이런 정원 프로젝트는 ‘참여형 리서치’를 진행할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즉, 정원을 조성하기 전에 어떤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지를 고민해 보는 거죠. 지역사회의 사람들을 초대하고, 현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그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도 커뮤니티가 참여하도록 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여러 단계마다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또 교통국에서의 제 경험을 돌아보면, 우리가 실제로 했던 일 중 하나는 뉴욕시의 녹지를 개선하기 위한 ‘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최종 완성품'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전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먼저 어떻게 조사하고 그 다음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런 전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사람들을 참여시키며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헬레 소홀트]

오늘 제가 본 모든 것들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벌써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낍니다. 제가 사람과 공간을 하나의 전체적인 디자인 솔루션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는데, 오늘 서울에서 이미 그걸 직접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울의 녹지 정책, 즉 더 많은 녹지와 더 많은 공간, 작은 포켓 공원들을 만들어가는 정책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저는 그걸 더 많이, 더 크게 확대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서울은 더 푸르고 건강한 도시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의 신체적 · 정신적 건강을 모두 고려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조성 중인 공공공간이나 녹지공간이 단순히 ‘미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반드시 사회적 기능이 함께하도록 만들 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에 더 포용적인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좌장) 김주연]

네, 감사합니다. 

두 분의 답변을 들으니 서울시가 추구하는 방향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의 ESG 실천과 도시의 지속가능성

[(좌장) 김주연]

다음 질문은 우베 크레머링 회장님, 김병수 대표님, 디아나 유 부국장님께 드립니다. iF 어워드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이 단순히 ‘예쁨’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과 지속가능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평가합니다. 이 목표 달성에는 기업의 참여가 매우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CSR에서 CSV, 그리고 ESG로 발전해 왔습니다. 모리재단의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지수(GPCI)에서 현재 6위인 서울이 5위로 올라가는 데 기업의 ESG 활동이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이 서울 시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ESG 활동 방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우베 크레머링 회장님부터 부탁드립니다.


[우베 크레머링] 

예를 들어 ESG는 기업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저희는 삼성, LG, 롯데 등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만날 때마다 이런 주제들을 함께 다룹니다. 저는 이들이 만든 제품들이 서울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민간 부문, 즉 기업 부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너무 회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서울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직업상 전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지만, 솔직히 말해 ‘여기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도시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다릅니다.


[헬레 소홀트]

한 가지 덧붙이자면요, 우베 회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디자인 어워드를 좇는 과정에서 서울이 정말 집중해야 할 것은 ‘서울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로컬의 일상’ 입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 특히 앞서 봤던 그 아름다운 프로젝트 속 10%의 사람들까지, 모두가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외부 사람들에게도 환영받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런던이나 도쿄처럼 되려는 노력으로 상을 쫓지 말고,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생각하세요. 그것이 가장 중요한 길입니다.


[우베 크레머링]

이건 제 입장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김병수]

기업을 향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여쭈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업 내에 ‘접근성 위원회’ 같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서울 시민이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촉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큰 기업에 속해 있어 봤는데요. 큰 기업들은 의지는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려면 정책과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이벤트로 끝나고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 가능하게 실천하려면 기업에 접근성 혹은 지속가능성 전담기구를 설치해,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좌장) 김주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접근법이라 신선하고, 마음에 와닿는 답변입니다. 

뉴욕에서도 ESG와 관련된 경험이 있었는지요?


[디아나 유]

사실 저도 그 답변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그 이야기에 조금 덧붙이고 싶습니다.

조금 배경을 설명드리자면, 제가 있는 서비스디자인 스튜디오 팀은 처음에는, 정확히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민간 자금으로 시작된 팀이었습니다. 즉, 초기 팀이 사적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운영되었죠. 뉴욕시 정부에서는 이런 형태가 꽤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관료적 절차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은 뉴욕시를 ‘더 접근 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설립된 조직인데요, 처음부터 시정부 예산으로 출발한 게 아니라, 먼저 “민간 자금으로 이런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소규모의 민간 펀딩이 있고, 이걸로 접근성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시정부 팀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식이었죠. 그리고 그렇게 민간 자금을 통해 성과를 입증한 뒤, 시정부의 예산을 정식으로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도 뉴욕시 소속의 정규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이 서울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뉴욕시에는 정말 복잡한 관료제와 행정 절차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온 방식은, 그런 제약 속에서도 창의적으로 틈새를 찾아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과정은 깔끔하지 않고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시도들이 뉴욕시가 관료적 한계를 해킹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좌장) 김주연]

감사합니다. 

자료를 보니 미국은 개인의 펀딩이 많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기업의 펀딩이 많습니다. 그래서 ESG 활동을 여쭤본 것이었습니다.


고령화 시대의 세대별 특성을 반영한 포용적 도시디자인 방안

[(좌장) 김주연]

서울은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한국은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었습니다. 최근 밀라노 에서 활동하는, 황금 콤파스상(Compasso d'Oro Award)을 세 번 수상한 디자이너, 이코 밀리 오레(Ico Migliore)와 함께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그분이 흥미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세대를 깊게 6개 정도로 구분해 도시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대별 니즈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뭉뚱그리면 반영이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번 질문은 헬레 소홀트 대표님, 김병수 대표님, 소지혜 부문장님께 드립니다. 도시디자인에서 세대를 구분한다면 어떤 세대, 어떤 관점이 중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먼저 헬레 소홀트 대표님 부탁드립니다.


[헬레 소홀트]

아주 흥미로운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여섯 세대 구분이라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지만, 저는 ‘어르신’과 ‘어린이’ 두 세대에 모두 초점을 맞추면 우리가 바라는 결과, 즉 더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겔에서는 특정 사용자 집단만을 대상으로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포용적 건강 도시공간’이라는 프레임워크를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 과 함께 개발했습니다. 6년에 걸쳐 보건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모든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도시 설계 기준을 마련했죠. 이런 접근이야말로 우리가 도시에서 보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제안드리고 싶은 접근 방식입니다.


[(좌장) 김주연]

아마 ‘올 인클루시브’라는 말이 자칫 세대 간 배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에서 나온 제안 같기도 합니다만, 결국 ‘올 인클루시브’에 포괄되는 해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헬레 소홀트]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부서’ 설립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공공생활국’을 설립하도록 지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부서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도 포함되어 있죠.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는 ‘영유아 정책 부서(Ministry for Early Childhood Development)’를 신설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체계를 구축할 때, 초기에 전담 부서나 기관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해야 이후에 그 가치와 접근 방식이 시정부 내 다양한 부서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김병수]

어떤 세대를 우선순위로 둘지 고민하다가 제 딸을 떠올렸습니다. 저희 딸이 초등학교 2학년, 저학년입니다. 이 아이가 집 문을 열고 스스로 학교까지 다녀올 수 있는 도시 디자인, 즉 어린 아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로 보행동선, 차량 구역, 교통체계, 보도의 폭 등 고려할 것이 매우 많습니다. 아이들은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기에, 어린이를 먼저 고려한다면 누구에게나 편안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장) 김주연]

네, 좋습니다. 소지혜 부문장님 답변 부탁드립니다.



[소지혜]

뷰티 기업의 관점에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것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합니다. 아름다움, 뷰티에 대한 열망은 어린아이부터 연세 많은 어르신까지 공통된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뷰티 기업으로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도시 디자인도 비슷한 맥락과 비슷한 흐름을 같이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아까 언급된 ‘제품 접근성’과 관련해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저희는 교육부 및 국가문해교육 센터와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읽고 쓰는 문해교육을 넘어서 생활문해를 강화하기 위해, 맥도날드와 협력해 키오스크 사용법 교재를 만들고, 하나은행과 협력해 온라인 뱅킹 교재를 만드는 등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뷰티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감사하게도 저희를 찾아와 주셨고, 저희 역시 그 니즈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어르신분들이 집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셀프 염색을 할 수 있을지, 뷰티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스킨케어 루틴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선크림의 SPF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등 ‘뷰티 리터러시’ 교육이 정말 필요했습니다. 공공에서 그 니즈를 파악해 저희에게 찾아와 주셨고, 저희는 보유한 리소스, 특히 트레이닝 관련 리소스를 적극 활용해 협업했습니다. 그 결과 컬러에 대한 교과서와 스킨케어에 대한 교과서를 공동 제작해 배포 했고, 문해교육을 하시는 분들 300명을 모아 그분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서비스디자인의 영역이자, 기업과 공공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좌장) 김주연]

감사합니다.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세대별 정서적 욕구를 잘 포착한다면, 도시디자인이 더 잘 되고 모두에게 인클루시브한 도시가 될 것 같습니다.


협력과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디자인 전략

[(좌장) 김주연]

요즘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매우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번 질문은 우베 크레머링 회장님과 소지혜 부문장님께 드립니다. iF 디자인 어워드나 프로젝트 중에서 지속가능성의 가치가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셨던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베 크레머링]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저희 업계의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단지 저희의 시각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흐름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버튼 하나를 누르면 해결되는’ 쉬운 개념이 아닙니다.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주제입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 환경적 지속가능성, 예를 들어 대체 가능한 소재의 사용이나 자원 절약,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만날 때입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사례, 특히 도시생활 속에서 그 균형이 실현되는 모습을 볼 때, 그것이야말로 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지혜]

저는 개인적으로 로레알 코리아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내부 · 외부와 함께 협업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고 느낄 때입니다. 저희는 수입 브랜드가 많아 운송 과정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항공 운송 빈도를 낮추고, 철도·선박 운송 전환을 고민합니다. 폐기물 감축, 용기 재사용을 통한 리필 활성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활용품에 비해 럭셔리 뷰티에서는 리필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6월 16일 ‘세계 리필의 날’을 알리고, ‘조인 더 리필 무브먼트 (Join the Refill Movement)’ 캠페인을 론칭했습니다. 쿠팡·네이버 등 e커머스와 함께 진행했는데, ESG팀뿐 아니라 비즈니스팀도 적극적으로 지속가능 소비 촉진의 기회로 보고 공동으로 리소스를 투자해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리필 매출 비중 확대 등 좋은 비즈니스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성이라는 것 자체가 뷰티 업계를 포함한 모두를 하나로 협력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는 파트너 · 협력업체뿐 아니라 경쟁사와 협업할 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우베 크레머링]

방금 말씀하신 내용에 덧붙여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속가능성은 흔히 환경적 책임과 연결되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사회적 측면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를 이야기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고립감’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한국의 구체적인 통계는 모르지만,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보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도시계획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다시 연결할 수 있을까?’ 물론 도시계획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정부와 도시계획가들이 이런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좌장) 김주연]

감사합니다. 

물리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적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는 말씀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서울 디자인의 정체성과 핵심 키워드

[(좌장) 김주연]

오늘 포럼은 ‘시민이 바라는 디자인 매니페스토’로 시작했습니다. 재밌게 보셨으리라 기대합니다. 전체 행사를 지켜보시며, 각자 ‘서울의 디자인’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정의해 주시면 흥미 로울 것 같습니다.


[디아나 유]

저는 ‘서울의 디자인’을 ‘기회’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디자인이 얼마나 폭넓은 개념인지를 보여줍니다. 디자인은 건축일 수도 있고, 서비스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이 지금 하나의 산업으로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서울은 그 변화를 아주 잘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이 포럼이 시민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오세훈 시장님이 말씀하셨듯이, “모든 시민이 디자이너다.” 모든 사람은 디자인의 기술과 감각을 가질 수 있고, 저는 그 집단적 사고방식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뉴욕으로 돌아가서 가장 전하고 싶은 영감입니다.


[헬레 소홀트] 

만약 제가 ‘서울의 디자인’을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회복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울은 오랜 세월 동안 도시의 구조 속에서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왔고, 그것이 서울의 문화와 정체성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복력은 단지 물리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의 디자인 속에 담긴 이러한 회복력의 요소를 앞으로 어떻게 더 깊이 탐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앞서 우베 회장님이 말했듯, 도시디자인은 반드시 사회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사회적으로 분열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주거의 접근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는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복력’이 앞으로 서울이 집중해야 할 아주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우베 크레머링] 

이 질문을 받고 어떤 답이 적절할까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서울에 올 때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균형’입니다. 

전통과 혁신의 균형,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균형, 자연과 첨단 기술의 균형, 그리고 지역적 정체성과 세계적 비전의 균형 말입니다. 저에게 서울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단어는 ‘균형’ 혹은 ‘조화’입니다. 저는 이런 균형의 개념을 아주 좋아합니다. 서로 다른 극단들을 지혜롭게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소지혜]

저는 중요한 키워드를 ‘참여’로 봅니다. 

시민 참여를 통해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다양한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업 내에서 직원들을 이끄는 일을 하다 보니, 사용자로서의 시민뿐 아니라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면 더 큰 주인의식과 참여 확대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그런 디자인이 서울이 말하는 디자인이자,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공감합니다.


[(좌장) 김주연]

감사합니다. 아마 코-디자인(Co-design)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병수] 

저는 ‘누구나 닿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한국의 배달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 있어 누구나 집 앞에서 하루만에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음식을 먹기 쉽고, 아플 때 병원 접근성과 의료 시스템도 좋고, 서울시는 저상버스 도입이 많아 이동성도 좋습니다. 건강, 이동, 식생활 등에서 ‘누구나 닿을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임파워먼트(Empowerment)’에 가깝습니다.


[(좌장) 김주연]

감사합니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지만, 서로를 아우르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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