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제프리 고
제프리 고 / 싱가포르공과대학 부교수
1.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에서는 다양한 세금 인센티브와 정책을 통해 디자인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산업의 성장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정부 지원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싱가포르의 디자인 산업은 반드시 한국과 같지는 않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디자인이 주로 물건을 만들거나 흥미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디자인이 프로세스 재설계에 더 중점을 둡니다.
정부는 서비스 디자인을 디자인 적용의 주요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합니다. 가구나 패션 같은 제품 디자인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가 이루어지며, 시민이 세금을 납부하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정부 서비스를 경험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 다소 고집이 있으신 클라이언트를 다룰 때 문제를 해결하는 교수님만의 경험이나 팁이 있으신가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두 번째 단계이고, 첫 번째 단계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경우, 해결하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클라이언트와 작업할 때는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클라이언트와 내가 문제의 본질에 동의했을 때만 비로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클라이언트를 다룰 때는 그들을 여정에 동참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파트너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과 협업할 때 저는 의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클라이언트를 만났을 때는 그들을 팀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싱가포르 대학들은 미래를 대비한 디자인과 커리큘럼 측면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싱가포르에서는 ‘디자인 성향(Design Disposition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공감, 창의성, 실험 정신 등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기술과 태도를 의미합니다. 디자인 학교에서는 여전히 아름다운 물건과 그래픽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시민이자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제가 재직 중인 싱가포르 공과대학교(Singapore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는 별도의 디자인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대신 간호학, 공학, 컴퓨터 과학, 경영학, 회계학 등의 전공이 있으며, 모든 학생이 디자인 원칙을 배워야 합니다. 비디자이너라도 공감 능력과 창의적 실험 정신을 배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디자인이 수학이나 언어처럼 필수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