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국제포럼

소셜벤처를 위한 임팩트 비즈니스 디자인

관리자

해당 콘텐츠는 2019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한상엽 ( sopoong 대표)

sopoong

시작하는 소셜 벤처의 파트너sopoong

우리가 일상에서 어떠한 문제점에 마주하거나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그 일을 해결하기도 하고 비영리단체가 나서기도 하며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문제에 대해 각별을 기해야 하고, 해결책을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이것을 정부가 다 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는 제도와 정책으로 풀어질 수 있고, 제품과 서비스로 풀어질 수도 있다. 공공의 서비스가 될 수도, 유료로 이용해야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오늘날 기업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 기업 자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조직 내지는 제도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기업이 만들었고, 기업의 생산활동을 가능하게 한 건 우리, 바로 사람이다. 결국 사람들이 기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해서 서비스를 구축하거나 필요한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해 왔고, 이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Sopoong은 이처럼 기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한다.

sopoong과 함께 진행한 소셜벤처

‘SOcial POwer Of Networked Group’의 약자인 ‘sopoong’은 사회문제를 기업으로 해결하는 이들에게 임팩트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소셜 벤처 인큐베이터다. 2008년부터 쏘카, 텀블벅, 스페이스 클라우드 등 46개 기업의 시작을 함께하였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책을 만드는 신생 및 초기 소셜 벤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부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였다. 사회문제는 기본적으로 다수가 겪고 있는 불편과 고통이기에 이것을 해결함에 따라 부가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sopoong은 10년 전 설립된 기업으로 현재 3기 경영 중에 있으며, 2020년부터 4기 체제로 변환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 흑자전환이 시작되어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진행 중에 있으며 자본금을 활용해 투자와 회수를 반복하고 있다.

sopoong은 투자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 젠더의 관점을 넣는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렇듯이, 현대 사회는 여성들이 창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우리나라의 창업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30%를 차지한다. 공개되어 있는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2019년 벤처펀드 조성은 대략 5조, 투자는 2~3조로 추정된다. 그 중 여성 창업자가 투자를 받은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통계 자료에 의하면 미국과 한국 두 나라 모두 대표자가 여성인 경우 긍정적 사업 평가를 받는다. 그 배경에는 유리 천장으로 인한 역량의 두드러짐이 있기도 하지만, 편견과 함께 투자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Sopoong에서 투자를 진행한 기업 중 여성 대표의 비율은 34%에 달한다. 이제 투자 생태계에서도 젠더의 관점과 젠더를 넘어선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와 액셀러레이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에 대한 논의는 1970년부터 활발하게 존재해 왔다. 이처럼 논의가 지속되어 왔을지라도 충분한 자본이 없다면 투자도, 고용도, 운영도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본에 대한 이야기는 2000년도에 진입한 후부터 활발해졌고, 2007년도 이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되었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기업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시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사회적 기업 순으로 보았을 때 시민들은 사회적 기업에 엄청난 신뢰를 보인다.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시도에 기대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또한,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대기업이 사회문제를 잘 해결해왔지만 기본의 방식에 피로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sopoong은 사회문제해결, 즉 사회혁신을 위해 기업적 접근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소셜 벤처와 창업가에게 투자한다. 사회문제 해결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셜 벤처의 목적이며, 기업적 접근은 기술과 전문성에 기반하여 빠르게 규모를 만들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벤처의 운영방법이다. sopoong은 임팩트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한다. 임팩트 투자란 2007년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에서 최초로 도입된 용어로, 의도적으로 재무적 수익과 측정 가능한 사회적 영향(임팩트)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방식을 의미한다.

모든 투자사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바라는 것은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 이상인 기업을 뜻한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4000억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sopoong의 평균투자액은 2억원이다. 투자하는 회사가 유니콘 기업이 될 가능성에 대한 씨앗은 볼 수 있으나 피울 수 없는 것이다. 따라 sopoong은 ‘유니크’를 지향한다. 유니콘이 되기 이전, 사회문제에 대한 유니크한 솔루션, 유니크 벨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니크하다’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혹은 기존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어떤 것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정의한다.

임팩트 투자

소셜 미션

그렇다면 어떻게 유니크를 찾을 것인가? 유니크의 시작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회문제는 총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에 존재해왔으나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 사회변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것, 그리고 아직 우리 사회에 도래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문제가 될 것. 창업가와 액셀러레이터는 제 3의 눈으로 해석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좋은 질문, 끊임없는 대화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를 도출한다. 이것이 ‘소셜 미션’이다.

SPA(Social Profit Aliment) 추구와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IBM)

사회문제를 기업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가 수익, 두번째는 사회적 가치이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 것이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이다. SPA추구는 임팩트 투자자로서 sopoong이 추구하는 이중 수익률 극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이자 전략이다. SPA를 지향하고 달성한 소셜 벤처가 성장할수록 사회적 편익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수익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을 설계하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도, 이윤도 창출되지 않는다. 이윤은 지속가능성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며, 유지에 필요한 자금이다. 따라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와 같이 소셜 비즈니스 임팩트 비즈니스는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는 환경적 가치를 모두 포괄하며 사업이 지향해야 될 것들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노동, 인권, 불평등, 장애, 삶의 질 등을 내포하는 것이다. 이렇듯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사회적 가치라면 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실제로 창출하는 것 자체를 소셜 임팩트의 창출이라 본다.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포함된 것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전체 프로세스는 사회 혁신이 될 수 있다.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면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임팩트와 비즈니스가 결합되는 정도가 강한 모델도 있을 수 있고, 약한 모델도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둘이 강하게 연결되는 기업의 수는 드물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기 원한다. sopoong은 1년에 평균 400~500팀을 만나 실제 미팅을 진행한다. 자료를 받거나 검색해 만나는 팀까지 포함하면 1000팀이 넘는다. 이 대부분의 기업들은 ‘물음표’ 상태다. 고객에 대한 정의가 있거나, 사회문제해결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드는 두 가지 모델을 만나 목표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sopoong의 역할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 이를 위해 sopoong은 MVP(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만든 시제품을통해 솔루션에 대한 유효성과 가설을 검증한다.

임팩트와 비즈니스의 결합, 전환

통상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업 동기는 ‘사회문제의 해결’ 즉, 임팩트다. 따라 임팩트를 가장 중심에 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업을 결심하고 법인을 세우는 순간부터 비즈니스가 메인이 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없이는 임팩트가 창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임팩트와 비즈니스의 전환은 대단히 어려운 전환이다. 정체성에 있어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에 그렇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좋은 사회적 기업자로 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sopoong과 같은 투자사를 찾게 된다. sopoong은 자본의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가와 창업자가 사회적 기업가로 변하는 전환 과정을 함께 한다.

사례 1. 동구밭

발달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동구밭

발달장애인은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없어 근속연수가 짧기에 기업에 대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소셜벤처 동구밭을 만나게 된 이유는 서민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투자회사가 없을 뿐더러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팩트가 아닌 비즈니스의 문제는 심각했다. 이 곳은 발달장애인에게 교육비를 받는 곳이었기 때문에 돈을 내지 못하는 장애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장애로 태어난 것이 그들의 잘못도 아니며, 한국의 발달장애인 중 몇 명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모호했다.

동구밭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텃밭에서 교육시키기를 원했다. 당시 유행했던 수경재배 셋업박스를 이용하고자 했으나 설비투자와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sopoong 측에서는 비누 제품을 권유하게 되었다. 보통 비누라 하면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 리서치를 통해 고급 수제 비누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누는 싼 가격에 사는 생필품이 아닌 고급 수제 상품이 된 것이다. 우리는 텃밭에서 발달장애인이 재배한 것으로 유기농 고급 수제비누를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였다. 처음엔 대표의 완강한 거부가 있었지만 한달 간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시범 기간을 거친 뒤, 동구밭은 비누 제조 회사로 전환하였고 지금은 놀랍게도 연 매출이 대략 30억에 달하는 기업이 되었다. 동구밭 비누는 좋은 품질을 인정받아 전세계 8개국에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강한 임팩트와 취약한 비즈니스 전환의 좋은 사례이다.

사례 2. 학생독립만세

학생독립만세

학생독립만세는 본래 과외 사업을 진행하던 기업으로, 당시 수업료 지불이 어려운 학생들의 많은 사연을 듣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후 회사는 수업료 지불 방식을 후불제로 변경하여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여기엔 큰 문제가 있었다. 당장 수업료를 지불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해 주는 것은 좋으나, 과외를 받고 난 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문제인 학벌주의에 줄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돈 없는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창출되는 임팩트가 마이너스였던 것이다.

sopoong과의 미팅을 통해 이러한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발견하였고, 몇 가지 수정을 거쳐 모든 교육을 후불제로 변경하였다. 교육을 받은 뒤, 취업을 하면 월급의 2%나 3%씩 책정하여 3년동안 상환하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기업이 200여명의 과외를 진행했던 과외 회사로의 역량을 통해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변화를 거듭한 학생독립만세는 현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경우는 강한 비즈니스와 미비한 임팩트 전환의 성공적 사례라 할 수 있겠다.

sopoong의 임팩트 측정과 평가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 임팩트의 측정은 SDGs와 임팩트 로직 모델, 그리고 임팩트 KPI 합의를 통해 진행한다. 먼저, 소셜 미션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필요하다. 정형화 되어있는 일반 기업 정관의 2조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이후, 명확하게 임팩트 KPI를 설정해 회사 전체의 문화로 만들고, 소셜 벤처 정체성 확인과 임팩트 KPI를 추적하며 투자 심의 보고서와 정기 보고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임팩트 투자자의 70%와 같이 임팩트 SDGs를 사용한다.

임팩트 측정, 평가 방법

임팩트 로직 모델 (Impact Logic Model)

임팩트 로직 모델

임팩트 로직 모델(Impact Logic Model)은 임팩트 투자 영역에 논리 모형을 적용한 Morgan(2010)의 모델이다. 일반 기업에게 매출액은 아웃컴(outcome)이 될 수 있으나, 소셜 벤처에게는 아웃풋(Outputs)이다. 소셜 임팩트는 기업의 인풋(input)에서 아웃컴(outcome)까지 전 과정에서 창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예시로 든 동구밭과 같은 경우는 텃밭에서 교육시키고 비누공장에서 고용하는 21명의 발달장애인을 아웃풋(Outputs)이나 아웃컴(outcome)이 아닌, 인풋(input)으로 보아야 한다. 인풋(input)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 월경 컵을 국내에서 처음 출시했던 회사에 투자했을 때, 월경컵 출시를 위해 정부 허가를 받은 것이 어떤 가치인지 살펴보면 이는 아웃컴(outcome)이 아닌 액티비티(activities)에 속한다. 액티비티(activities)를 통해 임팩트가 도출된 것이다.

앞서 다양한 활동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는 기업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기업은 좋은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많아지면 이상적인 ‘기업의 상’이 형성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가치를 포함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증가하게 되면 소비자들을 해당 제품을 구매하면서 ‘좋은 소비자’가 된다. 이전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젠더 감수성이 반영된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곧 좋은 시민이 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사회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