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토론 2] 미래를 위한 디자인
패널토론 2 "미래를 위한 디자인" 좌장 권효선 (국민대학교 부교수) 패널 이정연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뉴미디어학부 교수) 비르깃 마거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 회장) 제프리 고 (싱가포르 공과대학 교수) 김카야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문위원) |
[좌장]
반갑습니다. 세션 2 좌장을 맡은 국민대학교의 권효선 부교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저희 세션의 주제는 '미래를 위한 디자인'입니다. 앞서 연사분들께서 발표해 주신 내용들이 현재 우리의 생활과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어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이번 패널 토의에서는 세션 연사님들과 패널분들을 모시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혁신 기술들이 우리의 공공 서비스와 제품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가 도시 생활과 우리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서울시 공공 서비스 디자인의 구체적인 사례
[좌장]
먼저 이정연 교수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서울에 오래 거주했지만, 서울시에서 실행하고 있는 공공 서비스 디자인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체감하면서 살고는 있지만, 대표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정연]
저는 실제로 다양한 공공정책 서비스 디자인에 있어서 공무원들에게 서비스 디자인을 교육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공공 서비스가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지, 그 기본 개념과 마인드셋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패널로 초청받게 된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10년 이상 공공정책과 서비스를 위해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방법론이 상당히 내재화되어 있으며, 더욱 고도화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늘 시장님께서 언급하신 'FUN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내재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사업들 중에는 사회 문제 해결 디자인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사업들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Oodi 도서관처럼 도시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핀란드가 1위인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 시민들의 행복도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님께서 제시하신 펀 디자인을 통해 서비스 디자인이 더욱 고도화되고 내재화되어, 모든 시민 정책에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디지털 전환이 공공 서비스 디자인의 과정 자체에 미치는 영향
[좌장]
오늘 기조연설의 주제가 '디자인을 통한 스마트한 삶'이었는데요. 디자이너들이 공공 서비스를 형성하고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사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디자인은 고객이나 사용자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사용자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컨셉을 도출하고 개발하는 방법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미래로 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르깃 마거 교수님께 여쭈어보고 싶은 점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공공 서비스 디자인의 과정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비르깃 마거]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솔루션으로 변환하는 데 서비스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정부가 서비스를 디지털 형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터랙션 디자인 에이전시를 고용할 수 있고 이들이 훌륭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가치는 기존 아날로그 서비스가 실제로 유용하고 시민 중심적인지를 검토하는 서비스 디자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데 있습니다.
디지털화를 통해 정부와 시민 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재검토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묶어내며, 더 이상 관련성이 없는 서비스를 제거할 수 있어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 격차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경제적, 교육적 격차로 인해 디지털 기기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하지 않은 상당수의 인구가 앞으로 수십 년간 존재할 것이므로, 정부와 기타 분야의 서비스를 설계할 때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디지털화와 관련해 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좌장]
이정연 교수님, 지금 학교에 계시니까 디지털화와 관련해서 교육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정연]
최근 학교 환경에서 디지털화와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라는 용어를 넘어 'AI 디바이드'라는 새로운 개념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격차, 그리고 고급 AI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학생과 무료 서비스만 이용하는 학생 간의 결과물 품질 차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결과물 중심의 교육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념의 이해도와 문제 분석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이 교육 문화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학교의 역할을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이 아닌, 가치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디자이너의 역할 또한 단순한 결과물 제작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 미래 디자이너들이 가져야 할 접근 방식
[좌장]
오늘 제프리 고 교수님의 발표에서 디자인의 확장된 역할과 미래 환경에서 기술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매우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특히 발표 마지막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디자인이 과연 필수적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조건적인 디자인이 아닌, 그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씀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물리적 객체나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넘어서, 새로운 시스템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는 시스템, 경험,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요소들을 다루게 됩니다. 오늘 이 포럼에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학생들이 많이 참석해 주셨는데요, 이러한 변화하는 환경에서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어떤 접근 방식을 가지고 실무에 임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프리 고]
1960년대부터 인공지능이 존재해왔고, MIT 교수들이 수십 년 전에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과 같은 개념을 개발했지만, 오늘날 AI와의 주된 상호작용 방식은 대화입니다. 이는 전 세계의 대학들이 - 많은 기술 교육기관들을 포함하여 - 기술 프로그램을 선호하면서 인문학, 문학, 철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는 현재 추세를 고려할 때 특히 흥미로운 점입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대화형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작가, 카피라이터,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미래의 복잡한 AI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화자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있습니다. 생성형 AI 플랫폼과 같은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상실할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는 학생들과 전문가들이 AI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때 특정 원칙들을 따르기를 권장합니다.
싱가포르 공과대학교의 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기본 원칙은 "인간 우선"입니다. AI와의 협업과 개선은 가치있지만, AI의 도움을 받기 전에 먼저 독립적으로 과제를 시도해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결과를 비교하고, 아이디어를 종합하며, AI와 협력적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저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보기를 제안합니다. 우리 삶에서 최고의 파트너들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더 나아지도록 도전을 줍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로 대함으로써, 우리는 그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보는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이러한 시스템들과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AI 기술 기반의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
[좌장]
김카야 전문위원님께 여쭤보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오늘 발표를 통해 대기업에서 바라보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현재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고,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점은, 다른 혁신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관련 규제가 마련되기 전에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AI에 대한 표준화나 규제 체계가 미흡한 상황인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AI 기술 기반의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이 윤리적 디자인 원칙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추구하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요?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지침이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김카야]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제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 NVIDIA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도 이 주제가 핵심적으로 다뤄졌습니다. AI의 윤리적 측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현재 AI 시스템의 복잡성과 관련된 주요 과제들이 있습니다:
첫째, AI의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입니다. 예를 들어 GPT는 약 2만 5천 개의 GPU를 활용하는 거대 모델인데,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이 특정 답변이나 추천을 하는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시하거나, 특정 문화적 편견이 반영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엑스 구글 디자이너의 표현처럼 '트라우마가 있는 데이터'가 AI 학습에 사용되면, 그 편향성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중립적인 AI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데이터 자체가 인간에 의해 생산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편향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문화적 편향성이 제거된 AI가 과연 실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AI 관련 국제 표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려는 측과 완화하려는 이익집단 간의 조율이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은 '식품 원산지 표시제'와 유사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즉, AI 시스템에 대해 개발 주체, 개발 목적, 사용된 데이터의 특성, 잠재적 편향성 등을 명확히 표시하여, 사용자가 이를 고려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서울의 변화상
[좌장]
매거 교수님께 마지막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서비스디자인학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나라입니다. 새로운 것을 빠르게 수용하고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교수님께서 12년 전 방문하셨던 서울의 모습과 현재를 비교해 보신다면, 어떤 변화들이 가장 인상적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외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서울의 변화상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르깃 마거]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서울의 접근성이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버와 같은 택시 앱과 다양한 내비게이션 도구 덕분에 이동이 훨씬 수월해졌죠. 영어 소통 면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훨씬 더 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서,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도시의 발전 모습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가장 감명 깊었던 점은 서울이 옛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어우르는 방식입니다. 현대적인 건축물에 투자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양식의 건물들을 보존하고 심지어 재건축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현대적 발전과 함께 문화유산과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서울은 걷기 좋고, 친근하며, 다양한 예술과 디자인 활동이 펼쳐지는 활기 넘치는 대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도시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좌장]
네 마거 교수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모든 패널 분들도 깊은 견해 나눠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저희 세션 2는 이만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