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토론 1] 도시 주도적 글로벌 디자인 역량 강화
패널토론 1 "도시 주도적 글로벌 디자인 역량 강화" 좌장 이현경 (연세대학교 교수) 패널 성정기 (데이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다영 (2025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 피터 젝 (레드닷 회장) 크레이그 카이너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수석) 이상인 (틱톡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두인 (OMA 파트너) |
[좌장]
DDP가 세계적인 디자인 문화를 선도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디자인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를 조명하고자 저희가 오늘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크레이그 카이너(Craig Kiner) 님, 성정기(Junggi Sung) 님, 이상인(Sang Lee) 님, 피터 젝(Peter Zec) 교수님, 그리고 정다영(Dahyoung Chung) 큐레이터님을 모시고 도시 디자인의 균형과 보편성, 그리고 공공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세션은 디자인 사고를 통해 탄생한 결과물들이 우리 도시의 경쟁력과 정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문화적 담론의 장이 될 것입니다. 특히 오늘 토론에서는 디자인에 내재된 철학과 문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접근성, 그리고 차별 없는 디자인의 맥락과 경험, 창의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도시 디자인과 포용성
[좌장]
성정기 디렉터님께서는 DDP에서 진행했던 제품 디자인 전시들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롱블랙' 플랫폼에서 '언어와 국경의 벽을 넘어 차별 없는 디자인을 말하다'라는 글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으셨는데요, DDP에서 선보이신 보편적 가치와 균형, 그리고 배려가 담긴 디자인 전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성정기]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성정기입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DDP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도전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하나의 살아이는 유기체처럼 느껴졌기에, 기존의 전시 방식처럼 기둥을 세우거나 구조물을 설치하는 대신 바닥 공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농부가 씨앗을 뿌리듯이 작품들을 바닥에 배치함으로써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전시된 15개의 작품들은 차별적 가치와 보편적 가치의 균형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번째로 선보인 쓰레기통은 그물망 형태의 뚜껑을 통해 단순한 수거 기능을 넘어 쓰레기 발생과 처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절수형 수도꼭지는 사용자를 향하도록 설계하여 자연스럽게 물 절약을 유도했으며, 생수병 프로젝트는 새로운 페트병을 디자인하는 대신 수돗물 음용을 권장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샴푸병 디자인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를 위해 질감을 활용하여,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차별적 가치와 보편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더 넓은 사용자층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흔히 '사용자'와 '비사용자'로 구분 짓는 것과 달리, '현재 사용자'와 '잠재적 사용자'로 보는 관점이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좌장]
디자인과 포용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시 공간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는 접근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글로벌 디자인 경연과 인정
[좌장]
피터 젝 회장님님께서는 DDP 건축 당시 한국의 디자인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셨으며,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지정되신 바 있습니다. 독일에서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사상가로 인정받으셨고, 디자인 서울 1.0 수립 과정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피터 젝 회장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 첫째,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s)에 대해 시민들께 간단히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둘째, 한국 디자이너들의 레드닷 수상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도시 주도적 프로젝트 중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 강화 사례가 있는지, 특히 에센 졸버라인으로 레드닷 뮤지엄이 이전한 것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피터 젝]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세 가지 부문으로 운영됩니다. 전통적인 제품 디자인 어워드는 칫솔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산업 디자인 제품들을 평가합니다. 이 출품작들은 다양한 제품군의 국제 심사위원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며, 가장 뛰어난 디자인만이 수상하게 됩니다.
두 번째 부문인 브랜드 및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Brand and Communication Design Red Dot Award)는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도시 이니셔티브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의 우수성을 기념합니다. 이 상은 웹사이트, 포스터, 조명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포괄하며, 공공 참여에 있어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인정합니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레드닷 디자인 콘셉트 어워드(Red Dot Design Concepts Award)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독특한 플랫폼은 참가자들이 실제 제작 전에 디자인 콘셉트를 제출할 수 있게 하여,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귀중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그 결과, 콘셉트 수상자들이 자신들의 디자인을 제품으로 발전시켜 이후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도 수상하는 많은 성공 사례를 목격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개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는 기업에게도 가치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레드닷은 전 세계적으로 세 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일 에센의 박물관은 옛 탄광에 자리 잡고 있으며, 노먼 포스터의 건축과 스튜디오 SANAA, OMA를 포함한 여러 저명한 건축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졌습니다. 마리나 베이 지역에 위치한 싱가포르 지점은 규모는 작지만 디자인 우수성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샤먼의 최신이자 가장 큰 박물관은 중국 디자이너들의 중요한 발전 플랫폼이 되었으며, 그 방대한 컬렉션을 둘러보기 위해 전국의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건축과 도시 재생
[좌장]
그럼 이제 크레이그 카이너(Craig Kiner)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창의적인 여성 건축가이자 아이코닉한 글로벌 힘을 가진 자하하디드가 DDP를 건축할 당시 함께하셨고. 또 여러 도시의 건축물을 디자인해 오시면서 특히 DDP에 애착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이유신지요?
[크레이그 카이너]
제가 DDP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컨셉 설계부터 완공까지 거의 6년입니다. 착공식을 하던 중에 문화재가 발견되면서 공사를 멈춰야 했고, 이걸 꼼꼼히 기록하고 발굴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벽 서쪽에 있는 공원 부분을 다시 설계해야 했는데, 서울시 문화재청에서 전시와 관련해서 특별한 요구사항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공간도 만들고 파빌리온도 새로 디자인했습니다.
설계하면서 구조적으로 꽤 까다로운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제가 '코'라고 부르는, 움푹 들어간 광장 위로 튀어나온 부분이랑 건물을 가로지르는 다리 부분이 그랬습니다. 그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다 보니 거기에는 큰 구조물을 설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해낸 '메가 기둥’을 통해35미터나 되는 캔틸레버를 지지하고, 건물 가장자리를 따라 트러스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예산이 넉넉했다고는 하지만, 워낙 큰 규모에 야심찬 프로젝트다 보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시장님께서 굉장히 열정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관계자분들 모두가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건축과 문화적 감수성
[좌장]
다음은 정다영 큐레이터님께 여쭙겠습니다. 내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서 도시의 감수성, 지속 가능한 가치 등의 이야기를 나눠주시죠.
[정다영]
저는 오늘 도시의 감수성, 특히 파빌리온이라는 건축적 장치를 통해 도시를 매개하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보면 파빌리온 프로젝트들이 때로는 섬세한 기획이나 충분한 예산 없이 진행되는 등 오남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설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건축 폐기물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어떻게 더 신중하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내년에 공동 예술감독을 맡게 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자르디니 공원 내 29개 국가관 중 하나인데요. 이번 전시는 파빌리온의 30년 후를 상상하고, 이를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무대에서 어떻게 새롭게 재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석철 건축가와 프랑코 만쿠조 교수께서 아카이브를 기증해 주신 덕분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관의 역사와 기억들을 연구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과거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살펴보는 것이 파빌리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시와 디자인의 상호작용
[좌장]
크리스 반 두인님께서는 OMA의 파트너로서 많은 혁신적인 건축물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홍익대학교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이처럼 창의적인 디자인 사고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크리스 반 두인]
모든 프로젝트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건축계에는 여전히 한 개인이 마법 같은 순간에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려 디자인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결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닙니다. OMA 사무실에는 300명의 재능 있는 건축가들이 있고, 항상 그룹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최고의 아이디어가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와 층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적 맥락, 도시의 역사, 문화, 그리고 그 건물을 사용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통해 설명할 수 있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저희는 디자인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홍익대학교의 경우, 처음 몇 주는 순전히 분석에만 집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올바른 답을 얻으려면 먼저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건축은 단순히 파사드가 있는 볼륨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 그것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죠. 프로젝트의 진정한 잠재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때로는 도발적일 수 있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속 한국 디자인
[좌장]
이상인 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틱톡,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서 경험을 쌓으시고, 디자인 사고에 관한 책도 쓰셨는데요.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의견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인]
제가 뉴욕에서 경력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의 위상이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문화적 배경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함께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정책적 지원과 사회문화적 관심이 꾸준히 있었고, 저 역시 그런 영향으로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해외에서 지내며 한국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직접 체감했는데요, 이런 성과는 개인의 역량만이 아닌, 전체적인 관심과 노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현재 한국 디자이너들의 수준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달했고, 해외에서도 '한국 디자이너'하면 실력을 인정받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는 시대정신에 맞는 국가적 투자와 개인의 노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국 디자이너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결론
[좌장]
마무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논의를 통해 디자인, 특히 도시의 공공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별 프로젝트가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서울시가 추진해온 다양한 정책들이 모여 지금의 'Seoul, My Soul'을 만들어냈듯이,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세션1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