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다면적 가치측정: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 관리자
발표자: 구유리 (홍익대학교 서비스디자인학과 교수)
1. 공공디자인 패러다임의 전환
-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의 가치 및 역할
과거 공공디자인은 도시 환경, 건축물, 외형, 경관 중심의 디자인 활동으로 이해되었으나 오늘날 사회문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이면에도 훨씬 더 복합적이고 개인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가진다. 이에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문제해결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공간과 신뢰성, 전문성이 중시되는 만큼 전문가 중심의 해결방법을 시도했다면, 현재는 그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주체인 주민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주민들이 문제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고, 함께 해결해 나간 후 적용해야 할 대상이기에 시민 참여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에서도, 법적인 측면에서도 명시되었으며 이미 상당히 많은 변화를 규정화 하고 있다. 과거에 등장했던 개발, 물리적 환경, 탑다운 방식의 프로세스 등의 키워드에서 협력, 서비스적인 측면의 소프트웨어가 강조되고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국민이 주도하는 프로세스이다. 이제 새로운 건축물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커뮤니티를 재생하는 측면으로 사회적 이슈가 이동하고 있다.
- 공공디자인의 대상, 과정, 방식의 변화
과거 공공디자인은 시각 영역, 환경 영역, 또는 제품 영역의 구분에 있어 물리적인 형상을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현재 디자인의 영역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사람의 감성이나 인식, 지각과 같은 것을 포함한다. 이제 디자인은 보이는 영역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영역까지 포함하여 이해해야 하며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적인 변화가 아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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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자체의 범죄예방디자인
그러나 이런 성공사례가 많이 알려지다 보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사례들이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범죄예방은 노란색이 효과적이다.’, 또는 ‘거리를 눈에 잘 띄도록 하면 범죄가 줄어든다.’와 같이 표면적인 가치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적절한 목적과 테마를 고려하지 않은 방법들은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초기 문제점이 동일하지 않다면 솔루션 역시 달라져야 한다. 소금길이 하나의 범죄예방사례로써 시스템을 확산한다면 외관을 무조건적으로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확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한다.
또한,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교통수단 이용 시 불편한 점에 대한 의견이 다수 파악되었다. 이에 초기 임산부들을 보호하는 정책 중의 하나로 핑크 어프로치라는 임산부 배지를 제작해 동사무소에서 나누어 주도록 했다. 이 배지를 붙이고 지하철을 타면 자리를 양보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배지를 가진다 해도 지하철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 임산부는 많지 않았다. 배지의 부착은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임산부 좌석 영역의 바닥과 의자를 핑크 컬러로 교체하였다. 누구나 의문을 갖지 않고 임산부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도록 전용 좌석을 표기하는 방식도 시도하였다. 임산부 좌석에 대한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해당 좌석에 앉아있는 많은 남성과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예의 없다’는 보도를 전달한 바 있는데, 사실 이것은 사회적 분란을 일으킬 뿐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임산부가 승차하지 않았을 때에도 전용 좌석은 항상 비워둬야 할까? 의문을 던져본다.
비슷한 유형으로 부산의 경전철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좌석에 앉아있다가 임산부 승객이 탑승하면 기꺼이 배려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적용하기도 했다. 일반 승객이 자리의 양보를 강요 받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리를 양보해주는 호의적 관계를 유도하는 것이 서비스 디자인적 접근법이다.
2.2. 사후 평가 및 관리체계
- 사업의 목적 및 맥락을 고려한 통합적인 평가체계 필요
현재 공공디자인 프로세스는 대상지 선정부터 문제 조사, 시공 평가까지 하나의 정책 안에 들어가 있고, 이후 평가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과연 이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그 효과성을 타당성 있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숫자적인 정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평가는 프로세스의 일부로서 실행되고 있고, 결과물의 활용성 및 효율성 등 사용자 만족도 조사가 중심이 되고 있다. 사업의 목적, 수요자의 행동 변화, 이해관계자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한 통합적 관점의 평가가 필요하다.
주민들을 위한 솔루션이 다시 문제점이 된 감천문화마을 사례
정리해보면, 프로세스 상에서 주민들이 해당 문제점의 해결을 얼마나 원하는가, 제안된 솔루션에 주민들이 얼마나 공감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성공 사례의 무조건적인 확산은 아닐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사후관리와 평가 체계에 있어서도 실제로 지역사회에 얼마나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지속 가능한 운영방법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려가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3. 서비스디자인 관점의 접근
앞서 발견한 이슈들과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무형성을 서비스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지하철 편의를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7가지의 서비스디자인적 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 디자인 리서치의 활용과 사용자 중심의 프로세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스트레스프리디자인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문제의 무형의 측면, 개인적일 수 있는 측면의 이슈를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접근한 사업이다. 리서치를 통해 지하철 공간이 실제로 시민들의 출퇴근길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게 되었다. 한국의 통근 시간은 평균 58분으로 OECD 통근 시간의 분포 중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통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스스로 느끼는 인생의 행복 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상당히 낮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를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선정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3개의 노선으로 환승 가능하고 14개의 출구가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가장 혼잡도 높은 지하철역사로 판단하고 이를 대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다. 가장 긴 동선을 가지고 있는 역사 중 하나인 이곳에서 우리는 모든 프로세스를 사용자 중심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워크숍을 통해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알아내고자 했고, 프로토타입과 함께 실제로 적용되고,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사용자 중심적인 원칙을 사용해보고자 했다.
<관찰조사 ; 쉐도우 트래킹Shadow Tracking>
인사이트 밸런스를 위해 사용자에게 문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들이 대답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아도 무의식 중에서 느껴지는 인사이트들도 있다. 이것들을 다방면으로 꺼내기 위해 우리는 시민들에게 여러 방식으로 묻고, 체험하고,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현장 조사를 통해 실제로 어디에서 가장 큰 문제점들이 발견되는지를 조사하고, 문제점이 발생되는 지점을 표시했다. 불쾌한 지하 환경, 사인의 문제점, 높은 혼잡도와 같은 외형적인 측면이 많이 도출되었으며 실제로 가장 많은 불편이 발생하는 부분은 환승 구간에서 사람들이 교차될 때였다.
이러한 매크로 레벨의 환경적인 문제점에서 조금 더 깊게 사람들의 불편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그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한 관찰 탐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가장 큰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하철 역사 내 시민들의 스트레스는 지하철 사인이나 휴식 공간, 환경의 불쾌함이 아니라 상대방의 배려 없는 행동,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 상처받고 있었고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다.
관찰 조사 (Shadow Tracking)
<심층 인터뷰와 문제 발견>
이후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하철 이용 빈도와 개인적 스트레스 민감도에 따라 사용자 그룹을 나누었고, 그 결과 출퇴근을 많이 하며 민감한 집단인 ‘통근예민형’, 그리고 간헐적으로 이용하는 ‘비통근예민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사용자 인사이트를 분류할 때도 사용자 경험 분류에 따라 인지적, 행동적, 관계적, 감성적과 같은 축을 이용해 사용자 관점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발견된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인지적 측면에서는 정보가 너무 많아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행동적 측면으로는 시간대 자체가 기본적으로 혼잡해 무질서한 상태라 질서유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감성적 측면으로는 지하공간이라는 공간 자체가 근본적으로 탁하고 메마른 공간이기에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피로도가 있었고, 관계적 측면에서는 타인의 민폐 행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견되었다.
맥락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위한 이해관계자 맵
<통합적 관점의 솔루션 도출>
발견된 문제의 유형은 크게 이용자중심의 정보, 질서유지/안전, 편의/휴식, 에티켓/캠페인의 4가지 유형이었다. 직접적으로 사용자가 겪는 정보에 있어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보 체계부터 간접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의 질서유지, 심리적인 안정과 휴식을 줄 수 있는 행동 유도와 휴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식과 가치를 바꿔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캠페인까지 직접적인 측면부터 간접적인 측면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하고자 했다.
사회문제해결디자인에서 서비스디자인적 관점을 통한 평가 전략은 4가지 핵심요소가 있다. 평가 목표는 사업의 목표에 따라 반영해야 할 평가 지표로, 각 사업의 목적 및 유형, 타겟에 적합한 평가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가지고 있는 굉장히 많은 사업들의 테마를 반영해 그것의 목적에 부합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의 시기는 꼭 마지막이 아니라 사용 전, 사용 중, 사용 후에 각각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구상하고, 평가의 주체 역시 사용자 관점과 이해관계자의 공동 가치 창출을 고려해야 한다.
평가 지표 역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를 아우를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러한 솔루션이 항상 순환 되고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하므로 이해관계자들의 역량 관리 또한 전제되어야 한다. 평가는 프로세스의 일부로 새로운 전략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평가는 지금 현재의 판단 그 자체보다는 우리에게 학습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전략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