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토론

해당 콘텐츠는 2023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패널 토론 

패널 : 토마스 헤더윅(헤더윅 스튜디오 설립자), 반 시게루(반 시게루 건축사무소 대표), 윤미진(코넬대학 건축예술대 학장), 최인규(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담당관), 최소현(네이버 디자인&마케팅 부문장), 송인혁(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이달우(마음 스튜디오 대표)

모더레이터 : 윤혜경(연세대학교 연구교수)


윤혜경 : 오늘 여러분들의 강연을 통해서 인간 중심의 도시가 얼마나 중요하고 인간 중심의 건축물과 이런 환경들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감성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잘 들었습니다. 서울시도 이런 디자인을 도입해 아름다운 도시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15년여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근대화 도시에서는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리적 환경, 인프라, 스트럭처 등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으로 다가왔고 이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웰빙과 인권이 강화되면서 이제 우리의 도시는 사람 중심, 인간 중심으로 변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여러 가지 사업들 중,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DDP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DDP는 매력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도시에 대해 처음에는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많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널토의에서는 앞의 연사 세션의 주제와는 조금 다르게 서울시에서 지금 정책 목표로 하고 있는 ‘약자를 위한 동행’과 ‘매력특별시’를 통한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과 디자인 해법 디자인 전략 등을 듣고 이곳에서의 인사이트가 서울디자인 2.0 실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패널 토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외 연사 세 분에게만 여쭤보겠는데요. 디자인 관점에서 서울의 첫 인상을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토마스 헤더윅 : 서울은 열정적인 뒤죽박죽이며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있고, 모순과 역설, 잠개성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시게루 :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울 텐데요. 서울과 도쿄를 한번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은 도쿄보다 흥미로운 건축물이 많습니다. 이는 한국의 기업과 리더들의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일종의 리스크가 되기도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이런 리스크 감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반면, 한국에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고자 하는 리더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윤미진 : 서울은 항상 다음 것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고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윤혜경 : 이런 말씀들이 서울시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사점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하겠는데요. 지금의 질문은 디자인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토마스 헤드윅 설립자님께 먼저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세션과 연장선상에서 말씀해 주셨으면 하고요. 선진도시들이 디자인 도시 개념을 통해 정체성 이미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 도시로서 서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토마스 헤더윅 : 요즘 세계의 관심과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죠. 한국은 어떻게 보면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가리워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 문화’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역시 굉장히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죠. 저는 지금 전 세계인들이 한국의 내러티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세계에 알려지지 않는 내러티브는 과거에 얽매어 있지 않으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최근에 제가 읽은 신문 기사를 보면 K향수 이야기까지도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는 것이겠죠. 한국은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은 곳이기에 기대감이 더 큽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 환경, 평등, 부채, 의료 등 다양한 위기가 언급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필요한데 한국 특히 서울은 우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즐거움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혜경 : 지금 말씀이 굉장한 인사이트를 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통 위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즐거움으로 바꾸어 이를 도시 경쟁력의 요소로 말씀해 주셨네요. 이는 서울시 디자인2.0에서 말씀해주신 ‘펀 디자인’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반 시게루 님께 디자인 도시 전략 중 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반 시게루 : 이건 비단 서울에만 국한한 이슈는 아닌데, 독창성 그리고 특이한 것의 차이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좀 특이하지만 지루한 건물도 있거든요. 인위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창적인 건축물은 지루할 틈이 없죠.  


윤혜경 : 부연 설명을 부탁드리면 독창성과 특이한 것의 차이점이 있는데 이런 것이 삶의 질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연결이 될까요? 


반 시게루 : 대부분 그냥 특이한 것만 만들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건물에는 아무런 애정을 가질 수 없고, 결국 20여 년이 지나면 철거해야 할 수 있는거죠. 


윤혜경 : 네, 알겠습니다. 다음은 윤미진 학장님께 질문드립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계시기에 해외에서 바라보는 글로벌 선도도시 서울의 ‘서울다움’을 위한 디자인 도시 차별화 전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미진 : 사실 이건 서울에 사는 이들이 더욱 생각해야 할 이슈일 수도 있겠는데요, 제가 감히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저의 시각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서울은 독창적인 면을 분명이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요. 최근 앞에 ‘K’를 붙이면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 시각에서 신선함과 동시에 성숙함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한국에서 오는 인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인재 양성과 함께 성숙함이 강력한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서울 디자인 전략과 비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혜경 : 최소현 부문장님께도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기업의 디자인 총괄 기획자 입장에서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경쟁력이 있는 도시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보시나요? 

최소현 : 라이프스타일도, 디자인 경쟁력도, 경제 가치 창출도 어려운데요. 저는 멋있는 디자이너의 작품이나 건축가의 건물이 몇 개 있다고 해서 디자인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한다면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가를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랬을 때 디자인 경쟁력은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생각해야 합니다. 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등 전반에서 도시의 정체성이 느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디자인 경쟁력이라고 했을 때는 산업적인 측면, 혹은 문화나 생활의 측면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정체성이 분명하고 시민의식이 있는 도시라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산출물들 그리고 마을과 도시들이 멋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다도 그 도시의 생명력 생동감이 느껴졌을 때 디자인 가치도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경제적 가치는 바로 지금 당장 뭔가 ROI를 뽑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근미래인지 먼 미래인지의 시점에 따라서도 매기는 가치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도시도 사실은 살아온 시간이 있을 테니 그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 또한 디자인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혜경 : 굉장히 쉽게 설명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부문장님께서 말씀하신 이 생명력이라는 관점이 아까 반 시게루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창의성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최인규 디자인 정책관님께 또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데요. 디자인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인규 : 사실은 우리의 삶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 정책 업무도 어려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도시에서 일을 하면서 쉽고 녹록지만은 않을 거예요. 이를 도시 디자인의 측면에서 보면 이를 파악하고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의 생각이 시민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너무 많고요. 의사결정자와 다른 경우도 굉장히 많죠. 그런데 저는 전문가라 함은 결국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고요. 그 과정에서의 조화가 결국 도시의 모습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윤혜경 : 그러면 시민과의 조화라는 것을 인간 중심의 디자인 방향성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요?


최인규 : 사실 시민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하고 얻으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시민의 의견을 들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정말 시민이 원하는 방향이 이게 맞을까’하는 의문을 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시민은 모르지만 ‘이런 방향으로 갔을 때 과연 시민들이 좋아할까’하는 의문도 있죠. 결국 저희가 가장 고민스럽고 어려운 점은 이 방향이 맞는지, 또 이렇게 했을 때 어떤 큰 이점과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결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윤혜경 : 말씀을 들으며 디자인 정책은 서울시에서만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균형감을 가지고 시와 시민이 조화를 이루어 가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두 번째로 ‘약자와의 동행, 매력특별시’라는 주제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연사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이달우 대표님과 송인혁 대표님께 같은 주제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서울시정의 기조가 약자와의 동행과 매력특별시인데 동행 관점에서 디자인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 무엇일지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달우 : 여러 가지가 많겠지만 결국에는 흔히 말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거리를 예로 들어보면 좋겠더라고요. 거리는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동네마다 큰 나무들이 하나씩 있었거든요. 거기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시고,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들도 계시고 그러면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공간을 쓰는 모습이었죠. 결국 도시에서 내어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지금은 사실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3.3㎡ 짜리에 어떠한 스페이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공공시설물 같은 요소로요. 앞서 토마스 헤더윅 님이 ‘공공시설물은 산호초 같다’고 하셨는데 결국 약자들에게도 열려 있는, 그래서 그들이 숨쉴 수 있고 CCTV처럼 지켜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인혁 : 보물찾기 해보신 적 있나요? 젊은 분들이나 연배가 있는 분들이나 모두 다 사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되게 쉬운 형태의 놀이죠. 만약에 11월에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물찾기 대회가 있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시죠? 좀 엉뚱한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건데요. 동행이라는 관점에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를 위한 캠페인은 사실 아무를 위한 것,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약자와 같은 특정 누군가를 위한 디자인, 누군가를 위한 경험이죠. 하지만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늘 익숙하고 잘 함께 즐겼던 경험들을 이제는 기술이나 캠페인, 많은 자원들을 활용해서 놀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그것에 꼭 동행이라는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합니다. 캠페인의 경우 특정 대상만을 위한 캠페인이 돼서는 안 되고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가 딱 멈출 때 띵 소리 나죠? 그 장치는 원래 사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었지만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거든요. 소리가 안 나면 갑자기 이상하게 느낍니다. 누군가를 위한 거지만 우리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일 때 사람들이 선택을 받는 느낌을 갖거든요. 저희가 만든 콘텐츠 중 청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비장애인도 청각장애인과 수화로 대화하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짜릿한 느낌을 주고요. 청각장애인 역시도 ‘아, 내가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즐겁게 소통하면서 나의 특성이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굉장히 재미있는 지점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모두가 즐거워지는거죠. 저는 이런 형태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형태의 참여 요소들을 잘 만들어 놓고 이를 도시 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들을 개발한다면 ‘동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혜경 : 감사합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동행의 관점에서 디자이너 역할을 본다면 물리적인 그 해결이 있겠고 또 사회적인, 정신적인 디자이너의 역할이 있습니다. 지금 사회는 점점 인간 중심으로 가면서 이전에 물리적 환경에 한해서 동행을 추진해 온 것과 달리 정신적인 분야까지 확산시켜서 그 동행을 추진하고 있죠. 이런 변화가 좀 더 성숙된 동행 디자인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제가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동행은 같이 하는 것인데 여기에 함께 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이 없는 동행은 의미가 없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동행을 하는 의미에 대한 인식, 이것을 먼저 갖는 우리 시민의 태도도 필요합니다. 

다음, 반 시게루 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서울시 비전인 ‘약자와의 동행’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에 도움이 되는 그 프로젝트를 하나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 시게루 : 제가 우크라이나에서 병원을 짓고 있습니다. 물론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젝트는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전쟁 중이기 때문에 병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병원을 건설하면서 모금 활동도 하고 있죠. 제가 다음 주에 이 모로코의 마라카시에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상당히 많습니다. 리비아에 대홍수도 있고 하와이에서도 최근에 자연재해가 있었죠. 사실 건축가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도울 기회가 있습니다. 


윤혜경 : 말씀 들으신 바와 같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윤미진 님, 그동안 미래지향적인 경험 가치를 기반으로 한 공공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셨는데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적용하고 싶은 공공 프로젝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윤미진 : 서울의 장소와 공간들을 반영한 그런 프로젝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 즉흥적으로 대답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포용적인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합니다. 사실 건축 분야를 보면 특히 시민들의 참여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설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최근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시민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런 배움을 토대로 조금 더 인간 중심의 도시를 설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로서는 조금 겸허한 자세,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임해야 독특하면서도 인간 중심의 도시를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혜경 : 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의 태도와 시민의 참여 태도에 대해서 말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현 부문장님께 다음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부문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도시의 매력은 무엇인지, 디자인의 역할과 사례를 부탁드립니다.


최소현 : 매력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생각과 말, 글, 그림이 연결되어 있는, 뭔가 같은 맥락으로 움직이는 존재에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톡홀름이나 코펜하겐 같은 경우(물론 저는 서울을 너무 애정하지만 나고 자라서 애증이 있는 관계로 다른 도시를 말씀드리면), 공공과 사적인 영역의 역할이 너무나 분명하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느껴지고 엄청난 퀄리티의 작품들이나 공공 영역이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조금 전에 윤미진 님이 말씀하셨듯이 토론과 합의와 플로런스(Florence)라는 부분들이 그래도 잘 작동을 해서 만들어졌겠구나 싶고요. 디자이너 역할로 넘어가자면 결국은 디자이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합의를 이끌고 어떻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지에 따라서 매력도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혜경 : 감사합니다. 토마스 헤더윅 님께 또 질문 드릴게요. 매력적인 도시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과 미래 도시 서울에서 적용할 만한 사례를 부탁드립니다.


토마스 헤더윅 : 제 아버지가 한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국제회의에 가서는 특히나 말조심을 해라”라고요. 이런 자리에 오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고 또 경청을 하고 또 기업에서 나온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서 들은 얘기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딱히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 지금 서울시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그리고 야심차게 변화를 꾀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감히 하자면 저희가 계속해서 공공의 선 그리고 인권, 공공장소에서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지해 주는 건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난 100년간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건물에는 철저히 문화가 배제되어 있어요. 예전에는 건물을 보면 문화와 가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가 건물에 이름을 새기기도 했고요. 한 가지를 말씀을 드리자면 서울은 ‘도시를 휴머나이즈 하자’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포함시킨 최초의 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도시들이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물에 대한 전략도 마찬가지죠. 거리에서 건물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또 지상층에서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 굉장히 많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층과 2층, 그리고 행인들이 보는 건물 등 다양한 시선에서 느껴야 하는 정서와 감정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까 저의 강연에서도 말씀드렸듯, 건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줄 수도 있지만 또 많은 것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건물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에서, 특히 건물 외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건물의 경우, 문화를 철저히 배제 당하며 건물과 별도의 광장에 갑자기 예술품을 설치하는 트렌드가 생겨났죠. 그래서 디자이너와 시민 그리고 커뮤니티 단위에서 특히 건물의 1층은 정서적으로 무언가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내러티브가 있도록요. 우리의 인간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회의 정신 건강과 공공의 선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이야기일 필요는 없습니다. 새롭게 만든 모든 건물이 건물 내부를 활용하지 않은 행인에게도 무언가를 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과 관련됩니다. 그래서 저는 도시들이 기본적인 정서의 교류 그러니까 자재와 디자인을 통해 건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정서적인 제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화려한 건물만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고 보잘 것 없어도 사람들에게 감성을 일으키고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혁명이 필요합니다. 건물에 다시 문화를 입히는 혁명이죠. 그래서 상상력이나 문화가 없는 건물을 보장하기 위해 예술품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에 문화를 입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제가 이 정도 발언을 했다는 것을 알면 만족하실지 모르겠네요.


윤혜경 : 제가 정리를 간단하게 해보자면 디자인의 역할은 공공성의 확장이고, 인권에 대한 지지이며 인권을 중시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죠. 또 정신 건강을 지지하면 문화가 살아나고, 그 문화가 살아있는 곳에서 창의성이 나타나고 이것이 곧 디자인의 역할이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미래 도시 서울에 적용할 요소는 우리가 개인이라고 생각하는,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는 건축물의 1층과 2층에 문화를 입히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고요. 그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는 미래 도시가 되었으면 하시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분명 아버님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송인혁 디자인 정책관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현재 시장님의 시정 철학을 디자인에 녹인 마스터플랜 디자인서울 2.0을 만들고 또 실행·추진하고 계신데요, 시민분들에게 선보일 야심작이 있다면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송인혁 : 오늘 저의 발표에서는 디자인 원칙 그리고 디자인의 15개 키워드를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어떤 하나하나를 말씀드리기 보다는 그 원칙에 맞는 즐거운 디자인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임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서울은 산과 강 등 자연 경관이 멋지고요. 도로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침 며칠 전, 새로운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발표를 했습니다. 그 노선도를 보시면 굉장히 편리함도 느낄 거고요. 특히 디자인 측면으로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에 이런 하나하나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즐거운 디자인을 만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혜경 : 저도 지하철 노선도를 봤는데요. 컬러 코디네이션이 편안하게 시각장애인 분들이 봐도 편안할 것 같고요. 또 한 눈에 볼 수 있는 직관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전 예약할 때 올라온 질문을 패널분들에게 드리겠습니다. 토마스 헤더윅 님 먼저 드리겠습니다. 어떤 교수님의 질문인데요. 디자인의 단계를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단계, 기능행동적 단계 그리고 경험인지적 단계, 이렇게 구분했을 때 이 세 단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적용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토마스 헤더윅 : 질문주신 교수님께서는 자신만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설명하신 것 같은데요. 헤더윅 스튜디오에서는 처음에 연구를 최대한 많이 수행합니다. 그래서 이런 연구를 통해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최대한 우리가 제기해야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찾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답해야 하는 진짜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헤더윅 스튜디오가 2012년 런던올림픽 성화대를 디자인할 때, 당시 요청 사항은 스태이디움에 성화를 가장 높은 곳에 두고 싶다는 것과, 움직이는 부분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고심을 하다보니 이 요청 사항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왜냐하면 세레모니를 주도하는 분은 이 세레모니를 대중들과 좀 더 함께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화가 시민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움직이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요청은 일종의 염려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연구를 해보니 시드니올림픽에서 성화대가 2분 정도 이게 이동을 하다가 잠시 멈췄었던 사례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이는 실제로 움직임을 제한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진행 과정에 오류가 있으면 안된다는 메시지였던 것이죠. 실질적으로 우리가 충족해야 하는 요청 사항이 무엇인지, 기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겁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태도입니다. 사실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각, 내 관점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디자인스튜디오를 보면 이 상상력을 가지고 뭔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내가 가진 상상력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상상력을 활용해 ‘다른 사람은 어떨까’ ‘다른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를 상상해 보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어떻게 참여를 시킬까, 장소와 건축물을 만들 때 이 커뮤니티에 어떻게 참여시킬까에 대해 말씀드리면, 우선 사람들에게 주인 의식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커뮤니티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커뮤니티와 소통하려면 내가 자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가끔은 프로젝트 완수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입장을 들어볼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감정을 느낄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지성을 활용을 하면서 유저의 감성도 고려하고 나의 감성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건축업계에서 좀 논란이 된 이슈가 있었는데요. 런던 클럽에서 대중의 여론이나 일반 시민의 의견이 과연 중요한가에 대해 토론과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투표 결과 일반 시민의 어떤 의견이나 피드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사실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건설 그리고 건축업계에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일반 시민, 대중의 지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은 다른 건물을 그대로 모방한 건물을 원하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건물에 대해서 충분히 잘 알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혜경 : 감동적인 말씀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탐구하고, 탐구하고 스터디하고 연구하는 것이 바로 약자와의 동행과 매력 도시로 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세계적인 연사님들을 모시고 인간 중심의 도시, 이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습니다. 또한 서울시 디자인 정책의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과 ‘매력특별시’에 대해서 연사님들의 고견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시대의 변환점에 이미 발을 넣었고, 4차 산업혁명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의 나쁜 것들은 버리고 성장하기보다는 성숙을, 어떤 수치로 성장을 따지기보다는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과 삶,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우선시하면서 서울시는 글로벌 도시로 다시 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그런 것을 서울디자인2.0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시 뛰는 서울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또한 이런 다시 뛰는 서울을 통해 액티브하고 매력적이고 시민의 마음을 담는 그런 활력솔(이건 제가 만든건데요)의 표정을 가져가는 디자인 2.0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많은 연사분들이 서울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특히 요즘 서울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끼는데요. 서울이 가지고 있는 산길과 물길, 바람길이 시민의 마음길과 합치가 되는 날이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서울이 좀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고, 그 매력을 사람들이 많이 느끼며 일하고,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행복해지는 도시가 되는 날을 기다리며 포럼을 마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과연 그 전문가나, 디자인 전문가나 서울시만의 일일까요? 시민 여러분의 참여와 그 뒷받침이 없다면 이루어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라고요. 

오늘 끝까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참석해 주신 온라인, 오프라인에 참석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인사를 드리면서 오늘 포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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