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에서 구현까지, 한계를 기회로 풀어가는 디자인
세션1. 도시의 오늘-디자인의 실천적 해법을 통한 포용도시
아이디어에서 구현까지, 한계를 기회로 풀어가는 디자인
_ 이달우, 마음 스튜디오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인 마음스튜디오가 추구하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러브(love), 플레이(play), 마음(heart)입니다. 이 슬로건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마음스튜디오는 ‘아이디어는 곧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스튜디오에서 진행했던 스토리 기반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하면 작지만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마음스튜디오의 프로젝트를 다양한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키워드로 전개하는 마음의 이야기
사랑, love
첫 번째 키워드는 사랑입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좀 쉽게 하고 싶었어요. 마음스튜디오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그곳 1층에 작은 라운지 공간이 있는데 동네 자체가 워낙 아파트도 많고 사람들도 많으니, 그곳에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뢰였습니다. 마음스튜디오는 당시 ‘사랑을 투하하고 모두 웃게 될 공간’을 콘셉트로 삼았는데, 아이디어는 당시 7살이었던 저의 아들이 준 것이었어요. 아들은 ‘노는 공간에 탱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전쟁놀이가 하고 싶은 것인지를 물었더니 ‘하트나 발사되면 모두 웃게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메시지가 아이들과 엄마 모두에게 공감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어서 그 아이디어를 살려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간 안에 자리한 크고작은 구멍을 통해 하트들이 나오는거죠. 그냥 들어가서 숨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영역들을 아이의 생각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사실 마음스튜디오가 공간뿐만 아니라 그래픽도 하고 상품도 만들거든요. 요즘의 디자인 스튜디오들은 하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양하게 펼쳐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마음스튜디오는 연필깎이를 만들어 봤어요. 이를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서 하트 모양의 연필깎이를 만들었고요. 스튜디오에서 ‘러브피스마음’이라는 숍과 쇼룸도 운영하는데, SNS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트는 하나, 세 개, 다섯 개 등으로 증폭되면서 즐거움을 주죠. 이곳에는 망치맨이라는 아이템도 있는데, ‘사랑이 없어서 힘이 없어졌다’는 메시지를 주고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전달할까 싶어서 문진으로도, 화병으로도 만들었습니다. 쇼룸은 골목에 있어요. 불은 다 꺼져도 하트 모양 하나는 계속 켜져 있어 밝힙니다. 그러면 동네 자체가 조금 더 귀여워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마음스튜디오가 스몰 디자인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억, memory
한화에서 앞치마 디자인 의뢰가 왔어요. 용도를 물어보니 보육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사용해야 하는 앞치마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다른 건 기억 못해도 선생님이 나뭇잎 같은 엄청 큰 무언가를 두르고 있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펼쳐진 나뭇잎에서 놀기도 하고 이불처럼 덥기도 하고요. 선생님들은 앞치마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이 모이기 쉽게 할 수 있죠. 앞치마를 늘어뜨리면 크게 펼쳐지는데, 단점은 아이들이 잡아당기면 선생님들이 좀 위험할 수 있으니 힘이 좀 세신 분들이 입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죠. 또 다른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앞치마 프로젝트에 이어 한화생명과 함께한 보육원 프로젝트인데, 정해진 비용으로 여러 보육원의 아이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일지를 제안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그때 보육원 아이들의 특징을 관찰해보니, 보육원 아이들이 말이 느리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며 말도 빨리 배우고 익히는데, 같은 나이대 아이들끼리 있으면 학습 속도가 느리다고 하더라고요. 이에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보육원 아이들은 각자 사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에 사적인 생활도 누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플레이 매트입니다. 하나의 공간을 만들 비용으로 36군데의 보육원 아이들이 경험하도록 만들었죠. 다양한 오감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요. 아이들은 매트를 이어붙여 큰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즐거움, fun
마음 스튜디오가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 프로젝트를 여러 번 맡았어요.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즐거움을 주고자 만든 것이 DIY입니다. 모나미 펜을 다양한 컬러로 조립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거죠.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모나미 펜 한 자루가 1만~1만5000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스토어에 방문하는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구매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죠. 모나미는 원래 매우 대중적인, 누구나 편히 사용하는 펜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컬러를 조립해보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나중에 모나미의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를 위한 컬러 조합 패키지도 따로 선보였습니다.
존중, respect
제주도에 이타미 준 건축가가 만든 포도뮤지엄이 있죠. 포도호텔의 콘셉트는 제주도의 서민적인 집 지붕이었어요. 그런 형태가 얼기설기 얽혀 있는 모양이 포도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죠. 마음스튜디오는 포도뮤지엄 라운지를 만들었는데, 이런 콘셉트 그리고 포도호텔과 포도뮤지엄의 관계 그리고 건축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연장선에서 끈으로 엮은 것처럼 가구 집기들을 구성했습니다. 아크릴에 깊이감을 주어 변화무쌍하게 표현했고요.
상상, imagine
지난 해 성수동에 파이로트라는 일본의 펜 회사의 매장을 맡았었어요. 파이로트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브랜드 자체가 소구하는 감성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감성을 어떻게 좋은 기억으로 되돌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봤고요. 그래서 좋은 말들을 폴더에 모으는 공간, ‘소중한 말들 모음 사무소’라고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동그라미와 일자를 주로 그립니다. 그래서 이 동그라미하고 일자 형태만을 가지고 공간과 상품 집기들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소중한 말을 쓰고 전하는 데에서 휴머니즘을 발견한 것이고요. 그래서 100개의 폴더에 좋은 말, 다툼, 화해 등의 말에 관해 모았어요. 펜에 직접 쓴 것으로요. 우리가 만들어가는 펜 하나만으로도 따뜻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가치, value
국제사회기구인 앰네스티 프로젝트입니다. 국내에서 벌써 50주년을 맞은 앰네스티의 기념숍을 만들었습니다. 연대, 사랑, 평등과 같은 앰네스티의 가치를 표현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관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죠.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관이기에 마음 스튜디오도 더욱 기꺼이 함께했어요. 처음의 아이디어는 사물을 밝히는 초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숍’이라는, 불을 키울 수 있는 숍을 만들었고요. 초의 불이 여러 곳을 밝히는 모습들로 표현해 봤습니다. 그리고 매장 관련 초대장에는 성냥만 보냈어요. 초를 밝히려면 성냥이 필요하잖아요. 받은 성냥을 가지고 쇼룸에 오면 초를 드리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연대하는 의식처럼요. 모든 집기들 또한 희망, 연대, 포용이라는 주제들로 만들었습니다. 이중 의자는 좀 더 독특한데, 의자 하나만 앉으면 넘어져요. 의자가 이렇게 3개가 같이 있어야 앉을 수 있는 의자인거죠.
자연, nature
대림미술관에서 전시했던 ‘프레젠트(Present)’입니다. 페이퍼 프레젠트(Paper Present)라는 콘셉트로, 종이를 주요 소재로 활용했죠. 가장 큰 이슈는 아무리 디자이너 입장에서 자연을 좋아하고 모티프를 딴다 해도 이는 흉내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연을 흉내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인데, 윤광준 선생님이 책에서 쓰신 내용을 보면 ‘진짜 자연을 보면 감탄한다’는 것이었죠. 저는 그런 상황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자연에 감동받는다는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모티브로 사람들한테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 것이 페이퍼 프레젠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공간에서는 관람객에게 종이를 다 만져보게 하려고 실제 사용량의 2배에 달하는 종이를 생산했어요. 그런데 그 아래쪽에 종이로 만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도 만지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직도 재고가 많습니다.
희망, hope
다음 소개할 프로젝트는 전시 공간입니다. 호텔 안에 들어간 전시 공간이고요. 주제는 사랑과 희망으로, 어떻게 이 두 가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사랑이 너무 넘쳐서 지붕이 부러져 보이게 하려고 한 의도인데, 많은 분들이 실수로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하트와 꽃으로 번갈아 변하는 키네틱 아트 작품도 있습니다. 여행을 하러 오거나 떠날 때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하고 담는다면 좋겠다는 의도로 기획했고요.
모든 마음이 더해진 이야기
마음스튜디오가 사랑, 기억부터 시작해 여러 키워드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소개한 건, 디자인을 통해 우리가 이런 마음을 이어 나가면 모두를 조금 더 포용할 수 있는 마음들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도시란 결국 우리 개개인이 다 살아가는 세상이니까요. 마음스튜디오는 이야기로 시작했고요. 그래서 이야기로 끝을 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