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환경·기술의 공존을 돕는 디자인의 역할
세션1. 도시의 오늘-디자인의 실천적 해법을 통한 포용도시
인간·환경·기술의 공존을 돕는 디자인의 역할
_최소현, 네이버 디자인&마케팅 부문장
저는 네이버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공간과 건축을 맡고 있는 최소연입니다. 앞서 강연을 마치신 토마스 헤더윅과 반 시게루, 두 연사분의 얘기를 들으며 저도 디자이너로서 떨림과 설렘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저는 ‘인간 환경 그리고 기술의 공존을 돕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우리는 두려움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오히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 디자인이 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어떤 관점과 입장에서 지금 이 자리에 계시는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만드는 사람 이전에 아마도 도시의 구성원으로 이 자리에 계실 텐데요. 어떻게 살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볼까요? 각각 어떤 맥락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이제 네이버의 여러 공간들을 소개해드릴 텐데요. 네이버의 여러 공간들이 여러분 각각의 위치에서 답을 찾으실 때 어떠한 솔루션 그리고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공간들
네이버에서 공간이란 단순히 사람이 모여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기업의 문화와 방향성을 담고 구성원이 경험하는 장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테크 기업입니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 때에도 마치 UX를 설계하듯, 사용자의 니즈와 운영 데이터들을 굉장히 밀도 있게 보고 있습니다. 업의 본질 그리고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를 담아 공간으로 구현한 결과가 지금 여기 보시듯 벌써 6개나 있는데요. 사명감으로 만들어진 데이터센터 그리고 구성원과의 몰입, 이완을 돕는 연수원 또 일상의 업무 공간까지 하나하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두 개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각 춘천
먼저 데이터센터에 대한 얘기입니다. 네이버는 데이터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사명감이 중요한 기업이죠. 데이터라는 것이 뭘까요? 네이버는 창업 초기부터 자신만의 생각과 다양성을 지키려면 글로벌 검색 엔진만이 아니라 자국의 것도 있어야 된다는 부분을 굉장히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데이터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줄 수 있는 역할을 네이버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이를 위한 공간이 ‘각 세종’ ‘각 춘천’ 입니다. 각 춘천은 벌써 10년 전에 지어졌고요. 각 세종은 이제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각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팔만대장경을 지켜온 장경각에서 왔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장기적 시각으로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례로 보여준 곳이죠. 장경각은 건축재 그리고 환경의 고유한 성질을 이용해서 팔만대장경을 보관해 왔고, 에너지 제로인 공간입니다. 이런 선조들의 지혜를 데이터센터 각에 어떻게 녹일까 굉장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양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지키고 또 기업들의 데이터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각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건물의 배치부터 바람과 햇빛을 활용하는 방안, 안전한 지층을 찾고 여러 기후의 변화 환경에서도 굳건하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들을 많이 고민하고 구현했습니다. 데이터센터로는 세계 최초로 리드 플래티넘을 받기도 했고요. 각 춘천은 안정적이고 빠른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기술 구현뿐만 아니라 말씀드렸지만 친환경 부분도 글로벌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11월에 오픈할 각 세종은 단독 기업의 데이터센터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입니다. 각 춘천의 6배 이상에 달하는 대용량이고, 데이터의 보존을 넘어 미래를 만들어가는 브레인센터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각 세종의 건축은 자연의 지혜와 그리고 첨단 기술의 융합 지점에 있습니다. 지질 분석을 통해 서버동과 전기실들을 배치했고, 부용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을 이용해 서버 냉각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들으셨던 키노트에서도 자연의 바람을 이용한 공간들을 보셨을 텐데요. 여러 자연의 지혜를 어떻게 공간에 녹일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또 부용산 자락에서 원래 자라고 있었던 여러 풀을 되살리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기술이나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도를 했습니다.
네이버 연수원 ‘커넥트 원’과 도쿄 베이스캠프
다음은 연수원입니다. 좀 전에 소개해 드렸었던 각 춘천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요. 구성원 스스로의 몰입과 이완을 돕는 커넥트 원입니다. 이곳은 건축뿐만 아니라 주변의 자연 경관이 굉장히 멋있는데요. 자연 경관 그리고 공간의 구성 하나하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이곳을 찾는 많은 구성원들이 좋은 시간들을 경험하고 갑니다. 저도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이곳에 가게 되는데, 과수원도 있고, 특히 산책로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런 공간에 가면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음에 늘 고마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수원이 지어진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전혀 노화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자연과 함께 잘 나이 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커넥트 원이라는 이름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연결한다’는 네이버의 가치 그리고 옛 선비들이 본질을 탐구하던 서원이라는 부분에서 의미를 따왔습니다. 세 개의 동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요. 보통의 연수원에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 많은데. 커넥트 원에서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스스로 몰입하고 이완하고 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를 바랐습니다. 초기 기획 자료들을 살펴보면 정말 많은 시나리오들이 있더라고요. 이 공간이 사계절에 따라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각의 구성원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되리라고 예측했던 시나리오들이 지금 거의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의 숙소는 모두 1인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당시에는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작은 공간에서 잘 쉬고, 잘 먹고, 잘 머무르고, 비우고 채우고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매트리스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여기만 가면 잠을 조금 잘 자더라고요. 이런 디테일까지 많이 신경을 썼고 특히 식사 같은 경우, 커넥트 원의 텃밭에서 기른 식자재 그리고 지역의 상생 식단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도쿄 베이스캠프는 출장자들을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신청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신청자가 줄을 이어서 항상 추첨을 하게 되는데, 당첨되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습니다.
네이버의 업무공간
이제 일상의 업무 공간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네이버의 첫 번째 사옥, 그린팩토리입니다.
이곳에 있었던 라이브러리 때문에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었는데요. 온·오프라인에서 ‘그린’이라는 일관된 맥락으로 브랜딩 했었죠. 지금은 더 건강한 공간으로 오래오래 함께하기 위해서 개보수 중에 있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우리가 어떻게 덜 버리고 더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에 대한 말씀을 주셨는데, 그린팩토리도 그렇게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해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간이 그렇듯 열 차단, LED조명뿐만 아니라 빗물 재활용 관련된 부분까지 밀도 있는 설계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또한 리드 플래티넘을 수여받았습니다. 당시에 일하는 맥락 그리고 여러 구성원들의 성격에 따라 공간 프로그램들이 구성됐습니다. 그린팩토리가 지어질 당시에는 여러 서비스가 모여 있는 하나의 회사 네이버였습니다만 이 서비스들이 점점 더 성장하고 진화해 독립 법인들 각각이 굉장히 큰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를 ‘팀 네이버’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제 팀 네이버의 새로운 플랫폼, 1784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네이버 1784
네이버 1784는 ‘네이버’하면 그린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조금 깨고 넥스트 네이버의 플랫폼으로서 어떤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테크 컨버전스 공간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죠. 무엇보다 개념은 굉장히 멋있는데 ‘이렇게 큰 건물이 과연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을까?’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를 하다 보니 정말 매일 진화하고 매일 변하고 있었습니다. 1784는 네이버의 테크 그리고 디자인 융합을 위한 ‘테크 컨버전스’ 그리고 ‘테스트베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1784는 이곳의 집원이기도 하고 동시에 산업혁명이 시작됐던 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문명 그리고 문화가 많이 변화했듯이 이곳에서도 그런 가치가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네이버 디자이너들에게 압박만 주는 것이 아니라 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PC와 모바일 세상을 넘어서 물리적인 세계에 스마트 빌딩 그리고 로봇, 자율주행 등을 통해 사람과 머신 그리고 공간 정보를 새롭게 연결하는 가능성을 만들어 갑니다. 테크와 디자인 융합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말씀드렸죠. 기술은 혼자 존재할 때보다 여러 연결 지점을 만들었을 때 더 효과적일 수 있을 텐데요. 공간과 기술 그리고 사람과 로봇이 촘촘히 연결되고 또한 융합되는 이것이 연구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녹여지는 많은 시도들을 진행했습니다. 매일 끊임없는 도전이 일어나는 네이버 1784에는 얼굴 인식 장치, 로봇 딜리버리, 비대면 주문 시스템 등 굉장히 다양한 기술들이 녹아 있습니다. 빌딩 인프라는 로봇 친화적으로 만들었고요. 실제 로봇 서비스는 인간 친화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두를 위했다는 이야기겠죠. 모든 서비스와 인프라 역시 저희 자체의 기술과 그리고 디자인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빌딩 전체는 하나의 앱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약, 온도, 조명 조절 그리고 엘리베이터 호출 등을 정말 간편하게 조율할 수 있고요. 사원증 없이도 얼굴만 가지고 혹은 스마트폰 앱만 가지고도 오피스 출입부터 결제 그리고 다양한 로봇 서비스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하다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앱으로 주문하면 루키라는 이름의 로봇이 배달을 해주는데요. 앱으로 로봇의 도착 알림과 그리고 수령 과정 또한 모든 UX가 굉장히 매끄럽게 이어져서 제공됩니다. 현재 네이버 1784에는 100대의 로봇이 저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로봇을 동시에 핸들링하려면 로봇 각자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브레인리스로 로봇으로 구현이 되어야 되고요. 그렇다면 거기에 적합한 클라우드 또한 굉장히 잘 갖추어져야 되겠죠. 로봇의 주행 또한 사람 친화적으로 설계를 하되 지도에 다 혹은 사전에 데이터에 입력되어 있지 않더라도 지나가다가 정적 혹은 동적인 어떤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이동하면 좋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꼼꼼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용자만이 아니라 서비스 관리자나 그리고 제공자를 위한 UX도 중요할 텐데요. 택배를 받은 이후에 이제 옮길 때 지나치게 허리를 굽히거나 아니면 팔을 뻗지 않아도 충분하리만큼 크기와 그리고 높이 등등을 조절했습니다. 네이버의 디자이너들은 로봇 엘리베이터도 만들었더라고요. 이 건물에 실제 300개가 넘는 특허가 있는데요. 그 엘리베이터의 기초 원리가 탄탄합니다. 서비스 로봇의 효율적인 수직 이동 문제를 UX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이를 비롯한 굉장히 많은 문제를 현재에도 해결하고 있는데요. 로봇 셔틀만 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 부분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간에서의 사이니지도 UX 개념으로 구현했습니다. 사람과 로봇 그리고 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공간은 사용자 경험 고도화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공간의 지표가 될 수 있는, 또 휴먼웨어 터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분들이 유니폼 또한 직군별 행동 방식에 따른 편의성 그리고 사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했고요. 추출한 폐플라스틱, 재생 원사 사용 원단으로 만들었습니다. 남는 천들로 또 저희가 굿즈를 만들었는데 많은 구성원분들이 사랑해주고 계십니다.
출근 시에는 페이스 사인부터 주차 결제까지 일관된 맥락의 UX가 구현되어 있고요. 굉장히 많은 팀들이 협업을 했습니다. 실제 네이버 1784를 위해서 네이버 내부의 팀들이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한 부분인데 새로운 궁금증 그리고 문제 해결점들이 나올 때마다 새롭게 팀들이 구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획과 실행에 8년이 걸렸고 지금도 여전히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는데요. 투어를 오시는 많은 분들이 부럽다는 말씀을 하세요. 어떤 부분이 부럽냐고 여쭤보면, 건물은 지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해보지 않은 시도를 구현하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도전과 용기와 또 의사결정 포인트가 필요했을까를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다양한 부분들을 구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맨파워가 필요했을 텐데 그 부분들이 부럽다는 말씀들을 주십니다. 저도 네이버 1784에 대해 각자와 모두 그리고 사람과 로봇 안과 밖 모두를 존중하고자 하는 공간인 것 같다고 정의를 해봤는데요. 기술이 직접 사용자와 만나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경험 접점을 통해서 만나게 되잖아요.
유니버설 공간으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모든 공간의 단차를 없애서 베리어 프리(barrier free)로 만든 부분입니다. 로봇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굉장히 편하게 다닐 수 있겠죠. ‘같은 공간에서 사람과 로봇이 어떻게 함께 생활할까’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던졌고요. ‘실제 이 공간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밖에까지 이동한다면 혹은 더 많은 로봇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들도 던졌죠. 실제 이런 기술들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초기부터 고민을 했습니다. 건축 자체가 쉽게 변화할 수는 없으니까요.
3개의 존으로 구성된 2층의 파트너 룸은 보통 파트너 룸이 회의실만 있거나 굉장히 동떨어져 있잖아요. 이곳은 이동하면서 네이버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또 업무가 끝난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라운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있고요. 리셉션을 거치지 않아도 모바일로 부여받은 QR코드로 자유롭게 입출입이 가능합니다. 또한 파트너 회의룸에도 루키가 배달해주는 커피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하 1층과 5층 2곳에는 식당이 있습니다. 5층에는 문이 닫혀 있는 곳과 열려있는 곳이 있는데, 운영되지 않을 때는 문이 내려옵니다. 그래서 비대면 현장에서도 어떻게 서빙을 할지 혹은 유휴 시간에는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지를 면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건축적인 부분 몇 가지 말씀드릴 건데요. 포디움 외장은 눈부심을 막기 위해서 도장이 아닌 스테인리스 타공 패널을 활용했습니다. 앞쪽 시야는 주거시설과 굉장히 가까워서 프라이버시 침해 부분은 저희가 반드시 해결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실내에서 답답하지 않게 개방감도 고려했어야 했죠. 공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또한 주변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했습니다. 외장의 수직 루버는 가로인 포디움 공간과 달리 수직 루버로 구성되었습니다. 일사를 차단하면서도 외부 조망이라는 상반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수직 로버의 타공을 입사량 그리고 입사각을 고려해서 향별로 다른 타공률을 가지고 갔습니다. 또한 사용자 환경에 맞게 높이도 다르게 구성을 했죠.
네이버의 그린을 넘어서는 ‘팀 네이버’의 변화무쌍한 컬러를 어떻게 보여줄까? 너무 밋밋한 건물들은 인간의 뇌에 오히려 부작용을 준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네에버 1784에는 금속 자체의 물성을 드러내는 아노다이징 처리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전체 건물 중에서 사선을 활용한 것은 유일하게 28층입니다. 7m 이상의 높은 천고를 유지하면서도 개방감을 주기 위해서였고요. 남측은 외부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또 북측은 자연적으로 자연 빛이 들어오게끔 해서 공간의 분위기를 유도했습니다. 네이버 1784는 전체 3천 평 이상의 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건물이 하나 통으로 들어갔으면 굉장히 답답했을 거예요. 여러 개로 분절해서 건물 내에 다양한 자연을 향유할 수 있고 또 사람과 바람이 움직이는 길을 만들 수 있는 아트리움을 만들었습니다. 업무 공간의 모듈화는 복사 패널 적용으로 여러 고민의 지점에 이르렀는데요. 4.35m의 정방형 모듈을 기준으로 모든 공간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듈화는 실제 벽체가 2개만 있어도 회의실을 만들 수 있는 그런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고요.
또한 위치가 굉장히 정확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으로 배달 또 온·습도 조절, 직관적인 인지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동측에는 주거단지에 면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는데, 어떻게 하면 가장 저반사율로 사람들의 시선에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도 편하게 가져갈까, 정말 많은 목업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일반적인 건물의 반사율이 10~20% 정도인데 비해 1784는 1.3% 이하의 저반사 유리를 활용했습니다.
네이버 1784에는 국내외 파트너 분들이 끊임없이 오가며 일합니다. 지역과 상생하는 프로그램으로 저희 통학로를 공유하는 이웃인 늘푸른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2주 전에 방문했습니다. 이 친구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얘기하고요. 또한 네이버에 다니고 싶다는 포부를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각 세종을 준비하면서도 네이버가 지역을 위해 교육 활동들 그리고 전통시장을 온라인화 하는 방법들을 많이 고안했기에 네이버 1784에서도 그런 활동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더 나은 도시를 위한 가능성의 시대
네이버가 만들어 온 공간은 도쿄 베이스캠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리드 플래티넘을 받았습니다. 이를 보아서도 얼마나 공간이 진심인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고 또한 연결의 허브이기도 한 기업의 공간은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할까요? 사적 영역에서는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원의 경험을 강화하고 세미 퍼블릭에서는 공존하고 공생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그리고 퍼블릭에서는 선도적인 롤모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될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자이너는 기술에 겁먹고 적대적인 관계만 가져야 될까요? 충분히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말씀드렸듯 기술이 기술로만 존재하지 않도록 경험 접점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가능성이 열린 고민과 부담도 클 텐데요. 이전에는 없던 관계들에 대한 경험 디자인, 이전에는 없던 융합에 대한 고민들, 이런 부분들 앞에 계신 여러분들도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우리 삶의 터전 오늘 도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명확한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주변과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는 또 다른 연결 지점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연결된 세상일수록 더욱 그러하겠죠. 각자를 존중하면서 진화된 도시,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환경까지 고민을 하는 도시를요. 저는 무엇보다 다양한 관점 그리고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모여있는 이 자리에서 제 바람을 조금 적어봤습니다. 정책을 만들고 기관에 계시는 분들은 아마 연결을 하다 보면 비어 있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그 비어 있는 지점을 메꿔 주시기를 바라고 또 부탁드립니다.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선택을 해 주시기를 바라고요. 또한 많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분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경험을 밀도있게 만들고 또 함께해 주십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가요? 혹은 만들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드리며 시작했는데요. 오늘의 시작점이 여러분들의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 지점이 되기를 바라보면서 발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