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디자인, 공유된 가치의 확산
도시, 디자인, 공유된 가치의 확산
디자인은 현대 도시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디자인이 주로 제품이나 시각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현재의 도시디자인은 이제 도시의 건축, 교통, 환경, 사회 문제, 공공시설 및 공간 등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켰으며,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기능성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디자인이 발전함에 따라 도시 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자인 접근법이 다양화되고 있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친화적 도시계획이나 싱가포르의 생태적 도시개발 등은 도시디자인이 도시의 건강성, 편의성,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도시디자인이 건강한 도시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및 공공 공간의 디자인, 지속 가능성, 사회적 포용성, 디지털화 및 정책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될 많은 이슈들이 남아있다.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도시 및 공공 공간의 재구성과 개선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도시화의 증가로 인해 도시의 환경과 건축, 교통 시스템, 공원 및 공공시설 등에 대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디자인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성은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위한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친환경적인 교통 시스템, 재생 가능한 자원 활용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디자인은 도시의 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
또한, 디자인은 모든 사회 계층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의견 수렴, 장애인 및 노인을 위한 접근성 확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도시는 스마트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이러한 디지털화에 적응하고,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도시의 기능성을 향상시키고 시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공디자인은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과 규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효과적인 공공디자인을 위해서는 법적 규제, 정책 지원, 예산 할당 등을 고려하여 정부와 디자인 전문가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핵심 이슈들은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도시 및 공공 공간을 위한 혁신적인 디자인 접근법과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와 연구들은 도시 및 공공 환경의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촉진하며, 미래 도시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디자인, 공공디자인의 역할
디자인 역사학자 빅터 마골린(*Victor Margolin, 1941-2019)은 디자인이 전문적인 업무로 분류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적 또는 미학적 업무로만 소외되어 진행 중인 모든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흐리게 하고, 그 범주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대문자 D’ 디자인과 ‘소문자 d’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통해 디자인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대문자 D’ 디자인은 주로 전문 디자이너가 제품, 서비스, 경험 등을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만, 마골린은 이러한 디자인이 기술, 문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였다. ‘대문자 D’ 디자인은 사회적 가치를 형성하고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형태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사회적 상호작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편, ‘소문자 d’ 디자인은 일상적인 삶에서 우리가 디자인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을 지칭한다. 우리는 소문자 d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집, 일상생활, 소셜 미디어 프로필 등을 디자인한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 가치,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문자 d’ 디자인은 ‘대문자 D’ 디자인보다 훨씬 더 일상적이고 미묘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골린은 이러한 두 가지 디자인의 구분을 통해 디자인이 기술과 사회, 문화, 윤리 등 다양한 측면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였다. 디자인은 우리의 가치, 행동, 사고방식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한다. 디자인은 사회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며,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형성한다.
디자인은 이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디자인의 형태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디자인의 접근은 장애인을 위한 보행로 설계, 도시 내 다문화 가정들을 위한 공간 마련, 노인을 위한 공공시설의 편의성 증진 등과 같이 다양한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시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적대적디자인(*Hostile architecture)은 공공장소에서 원치 않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이나 시설을 의미한다. 노숙자가 공공벤치에 눕지 못하도록 설계된 분할된 벤치나 난간, 대중이 장기간 머무름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건물 출입구의 경사면 등은 공공 공간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포용적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디자인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회적 배타성을 강화한다.
거리의 무질서한 간판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거리를 방문하거나 경유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제한한다. 하지만 상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신의 브랜드와 판매정보를 홍보하는 것이 자신의 경제활동에 필수적이다. 이처럼 도시의 디자인은 절대적 선을 기대할 수 없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실타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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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Margolin, 1941-2019
고(古) 빅터 마골린은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디자인사학과 명예교수이자 세계적인 디자인계 석학으로 2015년 국제디자인총회(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Gwangju, Korea)의 주제 발표자로 한국을 방문, 한국디자인의 발전과 학술연구 증진을 위한 후원금 기부함.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연구부문 특별상 ‘빅터 마골린상’
*Hostile architecture is an urban-design strategy that uses elements of the built environment to purposefully guide or restrict behavior. - 위키피디아 (원문) : 적대적 건축(Hostile architecture)은 건설된 환경의 요소를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행동을 안내하거나 제한하는 도시 설계 전략임.
노숙인이 누울 수 없게 설계된 공공 벤치와 간판으로 뒤덮힌 건물외관
행정조직으로서 디자인조직의 역할의 변화
행정조직 내에서도 디자인조직의 역할은 예전과는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주로 시각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지금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시민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디자인조직은 행정기관 내에서 정책 수립부터 실행까지의 모든 단계에 개입하며,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도시디자인의 변화는 디자인의 범위와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사회적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인 디자인의 원칙을 중요시한다. 또한, 행정조직 내 디자인조직은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시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도시 및 사회 발전을 위한 노력에 기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사고를 조직의 문화로 내재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의 리더십과 정책, 프로세스는 디자인 사고를 촉진하고 장려해야 한다. 열린 의사소통 문화를 조성하고, 실패를 허용하며, 실험을 장려하는 등의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의견을 나누며,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디자인 사고방식을 행정조직 내에 확산시키고, 조직의 혁신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문화적 변화와 교육적인 노력이 결합되어야 하며, 조직의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 거는 기대
2013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와 2017년 서울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포럼이 합쳐져 2020년 새롭게 출범하게 된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은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행사가 개최되었다.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의 국제적 지식과 전문성의 공유 및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은 다양한 연사의 발제를 통해 진행되는 본 포럼도 중요하지만,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포럼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며 다양한 관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이를 통해 도시디자인의 새로운 트렌드나 혁신적인 방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을 통해 다양한 지역과 문화에서 온 전문가들과의 연결과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사회, 문화환경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한 협업을 통해 도시디자인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결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도시에서의 ‘삶의 질’은 해결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책입안자와 시민 모두가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미래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태도와 행동의 변화는 다양한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된 가치와 믿음의 공유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공통된 가치를 논의하는 장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김현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그림출처: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1512041942565#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