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의 삶의 체계는 경제적 성장의 산물이며 주요 도시들이 직면해온 문제점들은 주로 빈곤이나 질병과 같이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성장에 의해 해결 가능한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급격한 성장과 발전은 도시 문제의 질적 다각화를 초래했고, 지역을 불문하고 발생하는 지속 불가능한 현상과 사회적 불균형에 따라 인류는 성장의 한계와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에 주목하게 되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개념은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에서 최초 언급되었다.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1987)는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정의하였고, 최근에는 경제, 경영, 기후, 환경, 국가 정책 및 민간 활동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ttps://sdgs.un.org/goals) 


2015년 UN회원국들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17개의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선정하였다. 세계 기구가 정의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은 경제와 사회, 환경 등 인류가 삶을 영위함에 있어 필요한 전 영역에 걸쳐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으며 서로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UN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목표를 선정한 이후,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는 인간과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조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형평을 추구하며 광의적 관점에서의 실질적인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관련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와 도시차원의 정책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민간과 시민사회, 그리고 개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기회를 발견하고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시민들의 일상에 밀접한 영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접근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도시의 소비생활과 환경파괴

현대사회는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으로 고도화 된 소비사회이다. 오늘날 도시의 모습은 생산과 소비를 주축으로 한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발달의 결과물이며 소비사회의 주체인 사회구성원들은 개인화된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상징적 소비를 반복해왔다. 과다한 생산과 소비활동은 한정된 지구 자원의 훼손과 고갈, 환경 파괴를 유발하였고, 소비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일회용품과 포장재, 식품과 공산품의 폐기물 처리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체감할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전 세계 20억톤으로 집계되었던 폐기물 배출량이 2050년에는 34억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일각에서는 전 세계 인구 증가 추세에 따라 생산과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구조가 환경을 파괴를 가속화하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ttps://sdgs.un.org/goals) 


UN에서는 인간의 소비와 생산활동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2015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열 두 번째 목표로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Sustainable products & consumption)'을 선정하였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은 제품과 서비스의 전 생애주기에서 자연자원과 유해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과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경제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세부 내용으로는 천연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식품폐기물 및 유통과정의 식품 손실량 감축, 폐기물의 친환경적 관리, 재생 및 재사용을 통한 폐기물 발생량 감축 등이 포함된다. 해당 항목이 목표로 하는 자원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조성하며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양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즉, 제품생산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폐기물 및 각종 유해요인의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수리하고 수선하는 삶, 네덜란드 리페어 카페

사용하던 물건이 낡거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를 폐기하고 새 것으로 교체해서 사용하곤 한다. 새롭고 좋은 기능을 갖춘 물건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대량생산 시스템은 제품 가격의 하락을 이끌었고 이에 우리는 점점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버리는 삶을 살고있다. 물건을 쓰고 버리는 자연스러운 소비활동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영속적으로 반복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전 세계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르는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이러한 과잉소비패턴을 자각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음에 공감하고 있다. 

물건의 수명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일부 기능을 고쳐서 쓸만한 물건으로 바꿀 수 없을까? 

이러한 문제의식과 과잉소비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담긴 리페어 컬쳐(Repair Culture)는 2009년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리페어 카페(Repair cafe)로 시작되었다. 시민들이 고장난 물건을 가져와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리페어 카페는 처음에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운영되다가 시민들의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정기적으로 운영하게 되었고, 2011년 1월에는 리페어 카페 재단을 설립하여 네덜란드 정부 지원금 및 각종 기금을 재원으로 본격적인 수리 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리페어 카페는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인 플랫폼21(platform21)의 리페어 선언(Repair Manifesto)의 영향을 받았다. '기술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되고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맥락의 이 선언은 고장난 물건을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재활용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여러 산업의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수리 문화 확산에 기여하였다. 리페어 카페는 수리문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러 시민들에 의해 주변 도시로 급격하게 확산되었고 2021년 1월 기준, 영국과 벨기에, 독일, 인도, 일본 등 세계 각지로 확산되어 한해 4만여개의 제품이 수리되고 3만여명의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리페어 가이드 (https://www.repaircafe.org)                    전 세계 리페어 카페 분포 (https://www.repaircafe.org)


리페어 카페에서는 수리 기술을 갖춘 자원봉사자들이 수리를 진행하고 제품에 대한 수리정보를 기록하여 전 세계 리페어 카페 및 소비자, 제조업자와 공유한다. 오프라인 공간과 더불어 리페어 카페의 온라인 플랫폼은 리페어 카페 운영 및 참여 유도에 주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리페어 카페의 온라인 사이트는 네덜란드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등 다국어로 일부 제품별 수리 가이드를 제공하고,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수리용이성을 위해 제품의 부품 수명을 늘리고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의 만남과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리 가이드를 찾거나 수리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비대면 세션이 제공되기도 하였다.

리페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수리를 통해 제품을 재사용하는 방법은 선형경제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임에 공감하며 전문가와 함께 물건을 고치는 방법을 고민하고 수명을 다한 제품을 새롭게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제품의 수명과 가격에 대한 논의, 지구와 환경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수리 문화는 지식을 교환하고 창의적 활동을 전개하는 방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리페어 카페의 활동은 무엇보다 자원과 환경에 대한 의식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버려진 물건이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대상에 대한 가치를 재창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 



네덜란드 리페어 카페  ©Ilvy Njiokiktjien for The New York Times     리페어 카페의 수리인력 자원봉사자 ©https://www.repaircafe.org/


이처럼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사용자들의 노력이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제품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지속사용 가능성과 지구 자원의 상황, 생태계와 에너지의 균형을 고려한 설계와 디자인이 적용된다면 앞으로 제품의 수명과 수리가능성은 제품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건의 수명을 늘리는 핀란드의 재사용문화

이처럼 자원의 순환이 어려운 선형경제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폐기단계의 제품을 수리하거나 재활용, 또는 재사용하여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과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재활용과 재사용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재활용(recycle)은 수명을 다한 제품을 기술을 통해 가공 또는 합성하여 원래의 물성에 변화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다른 재료와 혼용하거나 전혀 다른 제품의 원료로 만들어 재사용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재사용(reuse)은 제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온전히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또는 약간의 보수를 통해 상태를 개선하고 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고유의 재사용(reuse)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핀란드인들은 재사용의 대표적 유형인 중고물품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핀란드의 중고물품 상점은 가격과 품목, 성별,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 되어 있다. 기부형 중고상점부터 빈티지 상점, 공간대여형 셀프 상점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의 물건을 다른 누군가가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기부한 상품부터 수리를 거쳐야 하는 제품들, 또는 조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제품들이 일정한 수선과정을 거쳐 상품가치를 갖게 되면 다양한 중고물품 상점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간다. 

또한, 중고물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헬싱키에서는 매년 5월과 8월에 하루동안 자신의 물건을 동네의 공원과 골목, 공터에 가지고 나와 판매하며 즐기는 '청소의 날(Siivouspäivä)' 행사가 개최된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시민들에 의해 조직된 이 행사는 핀란드의 명물이 되었고, 이는 핀란드인들에게 중고문화가 평범한 일상이자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헬싱키의 청소의 날(Siivouspäivä) 행사 (https://siivouspaiva.com/fi/cleaningday) 


헬싱키 대도시지역의 재사용센터Kierrätyskeskus (www.myhelsinki.fi) 


헬싱키 재사용센터의 순환경제 교육관련 Plan B 워크샵 (www.kierratyskeskus.fi) 


핀란드의 재사용 문화의 정착과 중고물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배경을 살펴보면, 1980년대 핀란드 환경부에서는 당시 6~7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여 제품의 재사용 운동을 지원한 바 있고 이후 핀란드 경제 대공황(1991~1993)시기에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체화된 재사용 문화와 더불어 핀란드 대도시지역에서 중고제품을 판매하는 재사용센터는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수리와 환경에 대한 교육을 계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환경제 및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모든 기업과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탄소발자국 개념과 순환경제의 필요성, 자원절약과 같은 전문가 강의와 환경교육을 제공하고 워크샵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에 대한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핀란드의 사례는 공공이 주도하는 정책적 차원의 실행과 시민들의 행동이 자원의 재사용 시스템을 문화로 정착시켰고, 이로 인해 중고상점의 수와 관련업종 종사자들이 점차 늘어나 제품 수명의 연장과 재사용문화의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원순환의 실천을 유도하는 서울 새활용플라자

헬싱키의 재사용 센터와 유사한 사례로 국내에는 시민들에게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각종 제작 및 연계활동을 지원하는 서울 새활용플라자가 있다. 서울 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Upcycling)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을 넓히고 새활용 기반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2017년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자원의 순환과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소재와 디자인, 제조, 유통을 일원화하여 전문적인 시설을 갖추고 새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 (https://opengov.seoul.go.kr/mediahub/18113129)

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은 새활용 소재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새활용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상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폐기물을 새활용 소재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소재가공실을 운영하며 소재 거래 및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재은행은 수명을 다 한 각종 폐기물이 새로운 제품의 재료로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이들을 수거하여 세척하고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고, 기업 또는 개인에게 소재를 기증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새활용플라자 내 입주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재가 있는 경우 관련 기업과 연계하여 소재의 공급이 원활하도록 연결한다. 또한, 디자이너와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일상의 폐기물들이 새활용 소재가 되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정보를 제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새활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성과 자원순환,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업사이클 제품들은 미적 가치나 기능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재은행과 같이 일상에서 버려지는 자원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새로운 쓰임새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확산된다면 향후 심미성과 효율성의 경쟁력을 갖춘 업사이클 제품들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업사이클이 제품의 특수한 배경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또 하나의 시장 경쟁력의 요인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다회용기의 지속적 사용을 위한 민관네트워크 - Reuse Seattle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와 배달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품의 소비가 크게 급증하였고, 이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최초 발생 후 7개월간 전 세계에서 약 5억 3천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서울에서만 하루 2,3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쓰레기의 상당량은 플라스틱 합성물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데 서울의 사례만 보더라도 각 자치구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약 68%는 재활용되지만 나머지 31.9%는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때문에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과 시도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일상생활 속에서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 하려는 제로웨이스트 캠페인과 최대한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다회용기의 사용, 순환경제구조를 지향하는 재활용 실천과 분리수거 등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이 또한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다회용기의 사용은 포장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일회용품 소비를 근절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재사용하기 위한 세척과정에서 환경적 부담과 전력소모를 감수해야 하므로 실제로 스테인리스 재질의 경우 220회 이상, 플라스틱 재질은 50회 이상 재사용되어야 유의미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CIRAIG, 캐나다 환경보호단체). 

도시 차원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를 제정하고 이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레스토랑에서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도록 조례를 제정하여 주변 도시로 이를 확산시켰고, 2022년 미국에서 최초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산업 대표들로 구성된 생산자 책임기구를 설립하고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https://www.reuseseattle.org


또한 시애틀 시 정부는 자원의 재활용을 위해 '리유즈 시애틀(Reuse Seattle)'이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리유즈 시애틀은 시애틀 시와 도시 내 주요 스포츠 경기장 및 레스토랑, 공연장, 영화관 등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여 재사용 가능한 포장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결성한 민관파트너십이다. 앞서 다룬 바와 같이 다회용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사용주기에 따른 보관, 세척, 배송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시애틀 시의 공공 유틸리티 담당부서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재사용과 리필, 교체를 위한 협력체인 'PR3'와 비영리조직 'RESOLVE' 등과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공과 민간이 상호운용 가능한 재사용 생태계 시스템의 설계 표준 개발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식품 서비스 산업과 지구 및 공중보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공동의 사명을 지녔으며 도시와 기업이 서로 더 큰 효율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폐기물 관리 회사와 재사용 서비스 제공업체, 소비재 회사 및 레스토랑, 워싱턴 환경 위원회와 같은 파트너 목록을 확장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유즈 시애틀 소개 Information Flyer (https://www.reuseseattle.org)

시애틀 공공 유틸리티와 재사용 파트너인 알컵(r.Cup)은 ‘리유즈 시애틀’ 프로그램에 따라 탄소발생을 최소화 한 다회용 식음료 용기를 제작하여 용기의 수집과 운송, 세척, 배달 프로세스를 통합하여 처리하고 있다. 알컵이 제공하는 다회용 컵은 세척 및 소독과정을 거쳐 1000번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시애틀에서는 주로 용기의 반환이 적절하게 제어될 수 있는 스포츠 경기장이나 공연장을 중심으로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알컵은 스포츠 구장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음료를 자주 즐기는 장소성을 반영한 특별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며 시애틀 시의 경제개발 구역에 대규모 세척 허브 시설을 구축하여 다회용기 세척 및 물류 운송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 하고 있다. 시애틀 시는 리유즈 시애틀 프로그램을 통해 다회용기 사용을 꾸준히 확대시켜 재사용이 모든 커뮤니티의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도시에서 이러한 표준시스템을 채택한다면 공공과 민간의 상호운용성을 위한 거버넌스를 확립 및 지속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콜로라도 콘서트장의 r.Cup (https://coloradosun.com) 

자원의 소비를 줄이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시도들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이자 중요한 과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인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 즉, 서비스와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자연자원과 유해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 감축을 비롯하여 폐기물과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경제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가치와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는 앞으로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고, 인류와 환경에 더 큰 이익을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활동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확산이 중요하므로 다양한 접점이 생성될 수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의 리페어 카페는 오프라인의 공간의 만남의 토대가 되는 수리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기록하여 이를 확산시키고 있고, 헬싱키 재사용센터 역시 일반 시민들부터 교육 프로그램 및 워크숍 참가를 원하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정보를 접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에 자세한 정보를 게재하여 시민들의 참여와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 새활용플라자와 리유즈 시애틀의 사례 역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인식 제고와 확산을 위해 웹사이트와 SNS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앞서 사례를 통해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지속가능한 도시의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재조명되면서 별도의 에너지 또는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이미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자원 순환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최상위 활동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유한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패턴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시대 다양한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과 민간, 시민과 기업의 요구와 필요가 반영된 맞춤형 대안이 도출되고, 업계와 공공 거버넌스가 주도하는 자원의 배출과 재사용에 대한 체계가 단계별로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touchpoint)이 생성되고 이들이 보편화된다면, 도시 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접근성 또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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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박현선, 헤이북스, 2019 

글 | 홍승희 (홍익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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