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서비스 플랫폼 디자인
1.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공서비스가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에서 발표하는 국가 디지털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19년 10위에서 2020년 두 단계 상승한 8위를 기록하며 디지털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OECD에서 발표하는 정부평가에서도 디지털우선정부 1위, 플랫폼 정부 2위, 데이터 기반 정부 3위, 열린 정부 1위, 국민주도형 정부 4위, 선제적 정부 12위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공공 서비스의 강점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 역시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나아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 그리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가치 창출의 측면에서 변화의 모습을 요구받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사전적으로 플랫폼은 ‘플랫폼은 원래 기차나 전철에서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말하는데 오늘날에는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통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반 모듈, 어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자산·기술·노하우 등 모든 형태가 가능하다.’ 라고 정의되어 있다. 플랫폼은 기차역의 승강장이나 무대라는 뜻이지만 산업계에서는 기초가 되는 틀 · 규격 · 표준을 의미한다. 자동차에서는 주요 장비들이 장착된 기본 골격을, 컴퓨터에선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를 가리킨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서비스 · 콘텐츠 · 기기를 포괄하는 생태계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그 구체적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이런 것들을 수요자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타고 내리는 승강장, 제품이나 서비스 · 자산 · 기술 · 노하우가 모이는 곳,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생태계, 비즈니스, 그리고 놀이터로 요약해 볼 수 있으며 플랫폼은 결국 매개제와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팀 오라일리(Tim O、Reilly)는 2010년에 발표한 「Government as Platform(플랫폼으로서의 정부)」에서 정부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상정하여 그 위에서 개인, 기관, 회사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시장 관리자나 사용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공공 서비스의 모델이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자판기 서비스, 백화점식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플랫폼으로서의 공공 서비스는 시민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참여토록 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플랫폼으로서 사용자 중심의 공공 서비스는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시민들이 모이고 만나는 놀이터이다.
2. 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요자가 모두 고객이다.
3. 연결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양면시장이자 신뢰 중심의 비즈니스 장이다.
4. 네트워크 효과와 경쟁이 이루어지는 촉매제이다.
5. 조화로운 규칙과 참여와 분산, 협력, 보상, 변화가 이루어진다.
2. 디지털 플랫폼 기술과 디자인의 패러다임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루어진 정보화 물결과 기술의 변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과 UX/UI역시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여 변화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서비스 디자인, 인간 중심 디자인, 데이터디자인, 그리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탄력 회복성(Resilience)을 중심으로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결국 사람들에게 기술의 의미는 새로운 경험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 분야나 한 기술의 영향력이 대두되기 보다는 모든 기술 산업과 일상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와 지능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며 이로 인해 기업 뿐 아니라 정부와 일반 시민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의 기회 확보를 위한 선도적인 기술력과 서비스의 경험 가치를 향상 시키는 창조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연결기술(통신) 및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클라우드 및 보안기술 등의 기반 조성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사용자 측면에서는 Digitalization, 즉 전방위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기술 적용 뿐 만 아니라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떠한 똑똑한 경험을 줄 것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술의 변화는 디지털 플랫폼 차원에서 다음의 6가지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1. 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및 강력한 플랫폼으로 전환
2. 정부의 디지털 및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
3. 제조, 소매, 유통업체 등 공급망 고객 중심의 가치창출 동인 전환 모색
4.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 새로운 업무 공간과 근무 경험 변화
5. 필수 요소 :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
6. AI와 머신러닝 도입, 고급 데이터 수집/구조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의 기술
이를 공공 서비스 차원에서 보자면 기술 발전을 수용해 시민에게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고, [인간]을 중심으로 [공간]과 [연결]에 관한 경험 가치를 증대하며, 시민의 새로운 경험 가치가 높아지도록 물리적-디지털적 총체적 경험(Total eXperience)을 배려한 멀티채널의 접근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다. 즉 시민의 경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접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의 측면에서는 개인 맞춤화, 연결의 관점에서는 가족을 포함한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다양함, 공간의 관점에서는 메타버스를 포함한 기존 공간의 확장, 나아가서는 공유와 협력의 플랫폼을 디자인해야 한다.
3. 공공 서비스의 플랫폼 디자인을 위한 벤치마킹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플랫폼혁신을 위한 또 다른 질문은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무엇을 벤치마킹할 것 인가?’이다. 특히 서울은 이미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 선도도시인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동기를 찾기 위해서는 한층 더 시민중심의 마이크로(Micro)한 측면의 실질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폴, 헬싱키, 코펜하겐 등 스마트 시티는 마이크로 차원에서 디지털 공공 서비스의 혁신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싱가포르는 2020년도 스마트시티 인덱스(Index)의 1위를 차지하였으며, 총리직속의 기구를 두고 정부 주도의 공공 서비스 혁신과 디자인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 의료, 생활환경, 교통, 디지털 정부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솔루션 개발을 정책지원의 목표로 삼고 있다. 싱가폴은 ‘의미 있고 성취감을 느끼는 국민 모두의 삶’을 목표로 하여 체감하는 서비스와 시민 참여의 실험실을 주된 모토로 담고 있다. 2020년 까지 190억 싱가폴달러를 투자하여 국가운영 전반의 스마트화를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과 공공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도시 데이터 수집 및 활용도를 제고하고 시험적용 단계에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여 실제 서비스디자인으로 구체화하고 실행하는데 주력하며, 디지털 기술과 디자인을 활용한 시민 삶 증진의 5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솔루션 디자인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운영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볼 때는 우리나라와 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정보를 실생활의 기술과 디자인 솔루션으로 결합하는 것과 직접 디자인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민 참여와 협력의 실험실은 중요한 벤치마킹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코펜하겐과 헬싱키 역시 시민 주도의 서비스 혁신이라는 거버넌스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여 정보거래의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기술거래, 시민의 의견과 참여를 진흥하는 리빙랩, 혁신시민 클럽 등을 운영하며 서비스 혁신을 실험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와 정책의 목표에서도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시민과 디자인 주도적 사회혁신, 비영리 조직을 통한 민간 주도 분산형 거버넌스가 그 특징이다. 헬싱키의 서비스 캐치 프레이드는 이러한 차별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날마다 1시간의 시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시민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의 구체적 목표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시민의 정보가 모이는 데이터 센터와 시민 참여의 ‘혁신가클럽’은 서비스 초기에서부터 핵심적으로 운영되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신들의 서비스를 도시 기반과 연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일반 시민들의 40%가 정책의 수립, 추진, 운영, 유지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하고 있다. 코펜하겐 역시 리빙 랩이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의 다양한 실험, 공공 혁신기관의 마인드랩, 시민의 아이디어와 기술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벤치마킹해야 하는 핵심 요소로 볼 수 있다. 혁신적인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플랫폼을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수요자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데이터 기반의 인프라 확보와 가치와 해결책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는 실험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4. 참여와 협력의 공공 서비스 플랫폼 디자인
서비스 수요자의 참여와 협력이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플랫폼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결국 이러한 수요자 중심의 참여 협력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플랫폼으로서의 수요자 중심의 참여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참여-보상-협력의 서비스 디자인적 접근이 중요하다. 암스테르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스마트 시티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6천 명의 시민과 민간 기업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플랫폼의 개념을 단순히 디지털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가 의견을 교환하는 논의의 장으로 여긴다. 보르도매트로폴 2050(Bordeaux Métropole en 2050)에서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하여 가까운 연도의 미래를 특정해 미래도시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며, 시민과 디자이너,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하며 여러 주제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광범위한 브레인스토밍을 추진하고 있다. 2050년 우리의 주거방식은? 이동수단은? 일하는 모습은? 의료문제는? 교육은? 음식문화는? 등의 다양한 주요 주제를 고민하고 보르도 도시계획정책을 수립해 나간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는 논의의 장을 인터넷 플랫폼 내에서 개설하고 의견을 교환함과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나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서울시의 참여와 협력의 공공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시, 시민, 디자이너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디자인거버넌스의 구축과 커뮤니티디자인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디자인거버넌스 운영사업은 시민참여의 정책발굴-계획-참여-개발-평가의 추진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문제해결의 디자인적 접근의 우수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업이 시-시민-공공기관-민간기업으로 연계되는 플랫폼으로 시스템화 되고, 다양한 디자인적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지는 시민참여의 디자인랩(실험실)으로 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혁신을 위한 서비스디자인과 디자인씽킹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공감하기-계획하기-정의하기-아이디어개발하기-실행하기의 단계적 접근과 시민들이 다양한 이슈를 제기하고, 시민, 전문가, 시, 공무원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는 디자인 공동체 서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 플랫폼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가 어떻게 참여하고 협력하며 보상이 이루어지는가를 전체 여정의 관점에서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수행하고 있는 시민 생활밀착형 맞춤형디자인 서비스 역시 강화와 혁신이 필요한 사업이다.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하여 범죄예방, 복지, 스트레스, 건강, 재난 등 복잡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업 운영은 공공서비스 플랫폼 디자인의 구체적인 운영모델과 성과 가시화의 콘텐츠가 될 것이다. 주제적 측면에서도 1회성의 현재 문제해결이 아니라 미래의 문제를 발견하고 상상력을 펼 수 있는 디자인적 접근이 필요하며 결과물을 서울시의 비즈니스와 도시 정책으로서 발전시키는 지속적 지원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공공서비스 플랫폼이 구축될 수 있으며 시민을 위한 서울의 서비스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디자인거버넌스 구축과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공공서비스 플랫폼 디자인은 서울시의 지속가능한 디자인 생태계 구축의 기반이 되며, 나아가 디자인 주도의 미래 도시경쟁력 강화를 가시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글 | 최민영 (성신여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