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공공디자인, 함께하는 공공디자인

디자인은 사회의 필요한 부분이나 목적을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늘 진화되어 왔다. 현재 경제의 문제, 환경의 문제, 안전의 문제 또한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구현 중에 있다. 디자인이 사회의 수요에 맞게 변화되어 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산업화의 시대를 지나 지속가능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작금에 이르러서는 산업제품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디자인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으로써 공공가치를 향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우리 사회에 공헌하기 시작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바로 그 중심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닥칠 많은 문제들을 ‘디자인’이 상당 부분 해결할 것이고 삶의 한 문화 축으로 여러 공헌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디자인이란 단순히 외형의 미적측면을 지칭하는 의미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설계, 비즈니스를 위한 창조적 아이디어, 또는 개인 생활자의 생활양상을 다루는 부분부터 한 국가의 정체성을 다루는 문화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이고 복합적으로 변천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 확장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전략으로 수용되어 디자인을 통해 공공가치를 발견하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공공디자인의 법적 의미는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제시된 ‘일반 공중을 위해 공공기관이 조성ㆍ제작ㆍ설치ㆍ운영하는 공공시설물의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되어있다. 현재 다양한 연구와 실무를 통해 공공디자인의 개념은 더욱 확장되고 있는데 광의적으로는 ‘공공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고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는데 공공디자인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공공영역에서 공공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획, 분석, 설계, 설치, 관리, 운영 등 유·무형적 과정에 대한 전략과 실천방법을 계획하는 것


국가는 공공디자인 진흥종합계획과 지역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을 통해 공공디자인 사업 유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핵심전략을 안전, 편리, 배려, 품격이라는 공공가치로 지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공디자인을 19개 추진전략과 49개의 실행과제로 지원하고 있다. 공공디자인 추진 과제들은 기존 타 부처 사업들의 기본 내용은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공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어서 오히려 사업간 융합이 용이하다. 


 

세이프티 레인                 폭염방지 그늘막                 옐로우 카펫

사진 : 공공디자인 중등 교사용 지도서



한국도로공사의 차로유도선 ‘세이프티 레인(Safety Lane)’의 경우 고속도로의 갈림길 사고를 27%나 줄인 매우 우수한 공공디자인으로써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의 ‘생활안전을 더하는 공공디자인’의 ‘교통안전 디자인’에 해당하는 과제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기존의 도로라는 시설 인프라 사업에 ‘안전’이라는 공공가치를 디자인 전략을 통해 높일 수 있다. 고속도로에 세이프티 레인 도입 후 국도 및 시가지 도로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 작은 디자인 하나가 커다란 경제적 효과와 안전을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옐로우 카펫’은 2015년 4월 서울 성북구 길원초등학교 앞에 처음으로 설치되었는데 ‘옐로카펫 효과성 증진을 통한 어린이통학로 안전보장을 위한 방안모색 토론회’를 통해 옐로카펫 설치 전 사람의 눈은 횡단보도 앞에서 하늘-차량-건물 순서로 물체를 인식하였는데 옐로카펫 설치 후에는 사람의 눈이 옐로카펫-차량-하늘 등으로 시선의 인식 순서가 개선되는 효과와 옐로카펫 설치 지점에 따라 시선집중도가 79%까지 증가한 곳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옐로카펫을 이용함으로써 본인이 ‘안전하다’ 혹은 ‘보호받고 있다’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초등학생의 62.1%가 안전함을 느낀다는 우수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폭염방지 그늘막은 서초구에서 2017년 4월 폭염에 대비해 횡단보도, 교통섬 등 54개소에 보행자를 위한 대형 그늘막을 설치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횡단보도의 그늘막에 대한 편의성에 대한 칭찬이 서초구의 SNS에 2,000여개의 댓글 등을 통해 폭발적으로 퍼져나갔고 주민 요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추가 설치하였다. 작은 배려 큰 효과가 돋보이는 횡단보도 그늘막은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는 오아시스 역할을 하게 된 것인데 사실 이 시설은 도로법에 의한 도로 부속시설물로 인정되지 않아 초기 무단시설로 치부되었는데  시민들에게 도로 공간의 편의시설로 사랑받으며 201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은 물론 유럽 그린애플어워즈, 그린월드 어워즈 은상, 201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행정안전부 재난관리평가 대통령상 등 국내외의 다양한 수상실적을 거두고 급기야 2019년 행안부의 그늘막 설치지침 지정을 통해 공식시설로 인정되었다. 


 

그림  장수의자    

사진 :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


장수의자는 노인정 및 교통안전 홍보 간담회에서 어르신들의 횡단보도 신호 대기시간 내 힘든 점을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된 공공시설이다. 고령자들은 무릎이나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 신호를 서서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건너고 싶어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찾아 이를 해결하고자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앉는 행위를 유도하여 무단횡단을 줄이고자 하였다.

고령자를 배려해주는 의자를 설치함으로써 지역 내 어르신들의 무단횡단 횟수가 줄어들었으며 이를 사용한 고령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현재 장수의자는 서리풀 원두막과 마찬가지로 횡단보도 내 시민들에게 배려를 줄 수 있는 사례로 선정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하지 않고 쉬어갈 수 있는 공공시설로서 많이 조성되고 있다. 장수의자는 보행 약자인 고령자에게 횡단보도 시간 내 쉬어갈 수 있는 배려를 제공하여 안전을 확보한 공공디자인이다.


그림  한국형 노란물고기 캠페인 ‘스마일 프로젝트’  

사진 : LOUD


한국형 노란물고기 캠페인인 ‘스마일 프로젝트’ 디자인은 비점오염원에 대한 청결한 관리를 위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심리적 측면을 이용한 넛지 캠페인형 공공디자인이다.

노란물고기(Yellow Fish) 캠페인은 1991년 캐나다 Trout Unlimited Canada 라는 비영리기관에서 시작한 어린이 대상의 비점오염 관련 교육 캠페인으로 주요 활동내용은 지역의 초등학생이 거주지역내의 우수로에 Yellow Fish 그리기, 지역 내 가정을 방문 Yellow Fish 책자 나누어 주기이며 ‘Yellow Fish’ 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환경을 상징화한 기호이다.

도심 내 빗물 역류로 인한 침수와 인명피해의 원인 중 하나인 빗물받이의 쓰레기는 심각한 문제로서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비점오염이 전체 수질오염부하량의 22~37%를 차지하고 있고 빗물받이 공간에서 연간 콘테이너 400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오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약 78억 원의 처리비용이 든다고 한다. 쓰레기로 꽉 찬 빗물받이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일으킨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노란물고기 캠페인인 ‘스마일 프로젝트’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을 모티브로 활짝 웃는 스마일의 모습과 캠페인 문구를 통해 시민들은 자연스레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줄이고, 행동 유도를 통해 디자인으로 빗물받이 쓰레기 투척 문제를 개선한다. 스마일 프로젝트는 다량의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버려지는 빗물받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빗물받이 위에 스마일 스티커를 부착하여 활짝 웃는 얼굴을 표현하여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공공디자인 사례이다.


 

그림  '슬래스틱'으로 만든 공중화장실 디자인   

사진 : 아모레퍼시픽


민간기업의 CSR과 ESG와 같은 사회공헌활동과 공공디자인은 지향하는 가치가 같아서 협업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는데 화장품공병을 활용한 '슬래스틱'으로 만든 공중화장실과 벤치 디자인은 좋은 사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까지 총 2,354톤을 수거하여 화장품 용기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다양한 재활용 방법을 연구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까지 공병 재활용 10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2020년에는 이른바 ‘슈퍼 콘크리트로 불리는 UHPC (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와 플라스틱 공병을 배합하여 제작한 벤치를 천리포수목원 및 서울시 종로구의 공공공간에 기부하여 설치하였고, 3명의 작가와 협업을 한 공병 재활용 벤치 작품을 아모레 스토어 광교 일대에 전시하였다.

'슬래스틱'으로 만든 공중화장실 ‘아리따운화장방’은 아모레퍼시픽과 용산구청의 협력을 통해 이태원 공중화장실을 화장품 용기 재생소재를 활용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개선한 사업으로 공중화장실 외장 마감재로 포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지원받은 친환경 소재 ‘슬래스틱’을 활용했다. 

공공디자인으로 환경을 생각한 착한 벤치를 만드는 ‘벤치 더 놓기 프로젝트’는 ‘당신의 자리’ 라는 벤치를 보급하여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데 본 기부벤치는 삼표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의 콘크리트와 화장품 공병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벤치로 삼표그룹은 기술연구소를 통해 개발한 특수 콘크리트를, 아모레퍼시픽은 버려져 쓰레기가 될 화장품 플라스틱 공병을 활용하였다. 벤치의 이름인 ‘당신의 자리’는 ‘이웃에게 편안한 쉼 공간’이라는 뜻으로 설치장소와 기부액에 따라 1인용부터 3인용까지 제작되며, 기부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벤치에 부착되어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기부벤치 프로젝트는 종로구 뿐 아니라 강남구 등에서도 진행되며 확대되고 있다. 일상 속에서 휴식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편안함을 선물하고 기부자와 기부단체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홍보효과를 누리며 기업들이 기부한 업사이클링 벤치를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CSR)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의식을 전환시키는 측면에서 공공디자인적 가치를 지닌다. 


 

그림  화장품 공병 폐기물을 활용한 기부 벤치 디자인   

사진 : 아모레퍼시픽


한 해 평균 약 3천 건의 횡단보도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에서 횡단 신호 및 차량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면서 더 많은 위험에 처해지고 있다. 바닥 신호등은 보행로의 경계부에 바닥 신호를 도입하여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야가 바닥으로 향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신호를 인지할 수 있게 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시각적 유도 효과를 통한 디자인이다. 노란 발자국은 노란색 보행자 정지선과 노란발자국을 설치하여 차도와 약 1m이상 떨어져 신호를 대기하도록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스마트폰 사용자나 어린이들이 발자국을 보고 멈춤의 은유적 인식을 유도하여 잠시 멈추게 함으로서 차도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공공디자인이다. 노란발자국은 학교 주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개발되었으며, 학교 주변 및 교통위험지역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대기하는 학생들이 차도에 가깝게 있거나, 차도에 나와 대기하다 발생하는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이 놀이를 하듯 정지선 뒤에 그려진 노란발자국에 서서 신호를 기다릴 수 있게 하는 행동유도와 넛지(Nudge)효과 기법을 적용하였다. 

노란발자국과 바닥 신호등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사용 또는 횡단보도에서의 과도한 행동에 있어 무의식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함을 통하여 사용자들에게 안전을 제공하고 있으며 규제가 아닌 심리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안전한 긍정적 행동을 유도하도록 디자인 되었다.


그림  노란발자국                                                                           그림  바닥신호등

사진:아스팔트아트                                                                           사진:남양주시

 

그림  말하는 소화기                                                                           그림  재난 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사진 : 대한민국정책브리핑                                                                         사진 : 공공디자인기획전 ‘익숙한 미래’


일상에서 소화기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소화기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고 있더라도 실제 불이 났을 때 당황해서 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화기 사용법을 음성을 통해 알려주는 말하는 소화기와 화재 시 던지는 직관적 행동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던지는 소화기 등은 사용하기 쉬운 공공안전디자인 용품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화기 사용법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40.2%, 여성 8.5%에 불과한데 이를 해결하고 일상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행태와 인지적 측면에서 사용성을 향상시킨 디자인을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경기도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한국소방산업협동조합과 협약을 맺고 ‘말하는 소화기’를 상용화하였으며 말하는 소화기 이외에도 똑같은 원리를 이용해 ‘말하는 소화전’도 똑같은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공공공간의 안전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일반 소화기와 말하는 소화기의 사용 실험에서 말하는 소화기를 사용한 그룹이 화재진압을 더 빠르게 완료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림  재난 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사진 : 경기도주식회사



라이프 클락은 재난 발생 시 스스로를 보호하고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1차적 재난 대비 기능을 우선으로 디자인되었다. 조명봉, 보온포, 압박붕대, 호루라기, 구호요청깃발 등 구조용품 5종과 긴급상황연락카드(ICE카드), 교육용 자료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품 크기는 한 변이 20cm 길이로 정사각형 형태이며 평상시엔 탁상 위에 올려두거나 벽에 걸어서 시계로 사용하여 일상 공간 안에서 사용성을 향상시키고 위급 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라이프 클락은 안전교육 교재로도 적합한 제품으로 기획돼 ‘재난대기 -> 재난 -> 구조대기 -> 구조활동’의 4단계 재난단계 중 3단계 구조 대기까지를 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공공용품의 안전가치를 우선시 하는 디자인 전략은 공공영역에서 안전을 유지하고 재난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전략은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안전, 편의, 배려, 품격의 요소들은 일상의 삶과 직결되어 있고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이라는 수단으로 대안을 만들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지하철에서 스트레스를 저감시키고 고령자의 치매를 예방하고, 스쿨존과 건널목의 교통사고를 줄이고 한 마을의 범죄율을 낮추며 장애인들도 해수욕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안전, 편리, 배려를 제공하는 시민체감형의 공공디자인은 규모로는 작을지 몰라도 가치로는 매우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있어 공공디자인은 작은 민원해결부터 다양한 공공가치 창출까지, 시민들의 체감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다. 




글 | 이현성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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