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공공 디자인

해당 콘텐츠는 2022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사람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공공 디자인 



발표자: 카토 간지, Kato Kanji

(일본 GK Design 그룹 부사장, Vice President, GK Sekkei Incorporated)


인간의 삶에 대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본질적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를 사명으로 하는 GK디자인 그룹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는 종합적 디자인 창조 집단으로, 12개의 다양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국내에 6곳, 해외에 6곳, 총 12곳의 거점에 2백여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의 전문영역 기반으로 협업하고 있고, 전문적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따라서 서로가 연계하여 디자인의 종합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 디자인은 다른 분야에 비해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도시환경이나 공공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제품과 운송수단, 환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략과 엔지니어링 등 여섯 가지 영역과 협업하여 하나의 가치를 창출하여 종합적인 디자인을 제시합니다.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쾌적하게 만드는 공공디자인

본 발제에서는 GK 디자인 그룹의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쾌적하게 만드는 공공디자인에 대하여 도시의 자부심을 키우는 디자인, 도시의 가독성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디자인, 새로운 장소를 제공하는 디자인의 네 가지 관점에서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1. 도시의 자부심을 키우는 공공 디자인

GK 디자인 그룹은 도시 정책에 의한 경관과 공공 디자인, 그리고 공공 교통수단에 대하여 '토탈 디자인'이라는 종합적인 디자인 접근방식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하는데, 그 첫 사례로 도쿄 BRT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쿄 BRT는 도쿄 올림픽 개체에 앞서 선수촌을 포함하는 임해 지구를 달리는 새로운 버스 노선으로, 현재는 아직 네 곳의 정류장만을 운영하고 있는 짧은 버스 노선이며 버스 두 대가 연결된 긴 차량으로 트램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운송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전시장을 비롯한 주변 지역 주민의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기대되고 있는 도쿄BRT가 도심과 임해지역을 연결함으로써 생겨나는 거리의 활기찬 모습과 새로운 변화를 상상하며 우리는 다양한 색상이 변화하면서 두 점이 연결되도록 하는 노선의 심볼마크를 디자인했습니다. BRT 노선의 심볼마크는 신규 노선을 알기 쉽게 표현하면서 도시의 '아이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선명한 색의 변화를 적용하여 앞으로 발전해 나갈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나타냈습니다. 



 

버스의 디자인이나 정류장, 사인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나 차량 내부 안내 전광판, 스마트폰 앱 등 운행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터치포인트에 일관된 토탈 디자인을 전개했습니다. 심볼마크를 기반으로 각 요소를 다양하게 전개한 이 특징적인 그래픽은 여러 버스노선이 혼재하는 하나의 도시속에서 처음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망설임 없이 승차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알기 쉽게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또한, 토탈 디자인의 검토단계에서는 주민 공모로 버스 노선의 명칭을 결정하거나 주민 투표를 통해 심볼마크를 선정하는 과정을 도입하였습니다.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향후 버스 운행 계획을 홍보하고 향후 노선 운행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저희의 토탈 디자인 프로세스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단계입니다. 


토탈 디자인의 또 다른 사례로 도야마(Toyama) LRT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도야마시는 LRT 노선을 축으로 도시의 기능을 연선에 집약한 컴팩트 시티 만들기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는 일본 최초의 LRT 사업으로, 우리는 토탈디자인의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차량과 정류장 뿐만 아니라 노선 주변의 가로정비나 시설물 등 모든 요소에 일체적인 디자인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도야마 트램에는 송전선을 위한 가선주가 필요한데, 신칸센 역이 지상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트램이 지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어 가선주 디자인을 단지 기둥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대표하는 게이트로서 상징적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정류장에 설치되는 안내소와 벤치, 사인 등 다양한 시설물 또한 일관성 있게 디자인하였고, LRT노선 주변의 가로 디자인도 일체적으로 디자인하여 트램을 중심으로 질서 있는 경관을 연출했습니다. 가선주와 조명 기둥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명과 신호등을 통합하고 보행자의 이동이 편리한 거리를 조성하여 거리가 점점 더 활기찬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일관성 있는 디자인으로 이용자에게 일관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통 사업자의 사업이나 노선에 대한 방침을 바탕으로 하나의 디자인 콘셉을 결정하고, 노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심볼과 컬러를 선정하여 운행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횡단적으로 디자인 합니다. 이를 통해 승객들은 대중교통에 대한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를 체험하고 사업의 가치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GK 디자인 그룹이 추구하는 토탈 디자인의 목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교통을 중심으로 새로이 생겨나는 거리의 가치에 대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도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Civic Pride'를 키우는 데 있습니다. 



 

2. 도시의 가독성을 향상시키는 공공 디자인



 

우리는 일본의 거리를 안내하고 동선을 유도하는 도시 사인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였습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일본의 도시에 대해 적용했던 사인 계획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쿄의 3대 부도심 중 하나인 시부야 역의 터미널은 9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스크럼블 교차로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최대 승객수를 보유한 거대한 터미널입니다. 역 앞은 재개발과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여 있어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부야 역의 지하에는 여러 층과 동서남북으로 뻗은 복잡한 지하통로가 교차하고 있고, 주변의 지형은 큰 골짜기처럼 되어 있으며 지하 출입구는 주변 빌딩과 연결되어 있어 이곳을 통행하는 사람들은 현재 본인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사업자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적용되어 있었던 사인시스템까지 더해져 시부야 역은 거리의 구조와 방향을 알기 쉽도록 전달하기 위한 전반적인 디자인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지상의 이동경로상 존재하는 작은 광장이 안내 유도를 위한 하나의 거점으로 기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역 주변에서 대기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인 광장을 통해 역과 거리를 연결하는 경로를 집약시켰고, 이는 역과 거리의 방향성을 연결하여 거리의 구조를 단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역의 지하공간에는 수 많은 출입구가 있는데 지하와 지상의 거리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지상 구조를 고려하여 지하의 구역을 나누고 지상과 지하가 서로 관계성이 명확해지도록 하였습니다. 시부야 역에서는 이 다섯가지 영역(Zone)을 반영하여 지금까지 사용하던 지하 출입구의 번호를 모두 변경했습니다. 



 

사인의 배치 또한 각 거점의 상황에 따라 지하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고려하였습니다. 역 내부 뿐만 아니라 역과 연결되는 거리의 구조를 나타낼 때도 이해하기 쉽도록 단면의 구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직관적인 지도를 개발하고, 이를 평면도와 함께 표시함으로써 입체적으로 공간을 이해하는 가운데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쉽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거리의 상태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리고 그 도시의 특성에 알맞은 정보를 설정하는 것이 도시 사인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공공 디자인

평소에는 일상적이나 비상시 또는 재해에 대비하는 도시의 모습에 대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다양한 장소나 이용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이동식 생활편의 부스입니다. 화장실이나 변기 등의 유닛 시설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개수 만큼 조합하여 모듈 가구처럼 자유롭게 배치하여 공공공간에서의 쾌적성과 편의성, 이용성을 확보하는 아이디어 입니다. 이 이동식 생활 편의 부스는 추가 설치와 철거를 쉽게 할 수 있어서 공공공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휠체어 사용자 및 영유아 동반, 간병인을 동반한 사용자 및 발달장애를 고려한 시설 등 다양한 기능의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젠더의 다양성', '장애인에 대한 배려', '재해나 비상시'와 관련된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려하였습니다. 부스 개발시에는 사이즈와 기능을 검토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다양한 장애인 이용객의 실험과 평가를 실시하였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반복적으로 검증하였으며 화장실 뿐만 아니라 의료 및 재난 관련 설비를 갖추어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하였습니다. 이는 실제로 일본에서 발생된 호우재해로 인해 학교 체육관에 긴급하게 만들어진 대피소에서 적십자 병원 의료진이 직접 부스를 설치하고 활용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향후에는 해당 부스를 평소 병원에 설치하여 사용하고, 호우나 지진 등 재해발생시 피해지역으로 이전하여 활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니게토레'라는 쓰나미 피난 훈련용 스마트폰 앱입니다.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부터 피난 대책을 목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난을 미리 체험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실제로 주민들이 훈련하는 현지에 방문하여 피난 시 대피행동을 관찰하고 실증을 반복하여 개발하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위치정보를 GPS로 표시하고 이동하는 모습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동하는 경로 또는 장소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난에 실패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들 데이터를 이용하여 행정기관은 피난 경로 또는 지난 장소를 정비할 수 있고,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은 필요한 대책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수집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대피 훈련과 앱 사용법을 안내하는 서비스 사이트를 만드는 등 대피 훈련 홍보에 대한 지원 및 디자인 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새로운 활동의 장소를 생성하는 공공 디자인

일본에서는 도시의 도로 공간을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통행만을 위한 목적의 도로를 사람들이 체류할 수 있는 아늑하고 활기찬 장소로 만들기 위한 사회실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신주쿠 쉐어 라운지'는 도쿄 신주쿠 부도심의 도로, 공개부지, 공원 등을 다양한 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민간 주도의 프로젝트 입니다. 보행로 공간에 나무로 된 시설물을 배치하여 초고층 빌딩 주변의 보도 공간을 개방적으로 변화시켰고, 시민들이 서로 교류하거나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였으며 외국인을 위한 안내 및 서비스 공간, 도로 주변의 대학과 기업의 홍보부스 등을 설치하기도 하였습니다. 


 


GK 디자인 그룹에서는 도로위의 다양한 시설물 디자인을 담당하였습니다. 평소에는 보행자가 체류하거나 머무르기 어려운 보도 공간에 나무 소재의 단단한 벤치와 테이블을 설치하여 주변의 비즈니스 맨부터 공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까지 부담 없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라운지와 같은 공간을 조성하였고, 고층 빌딩 주변의 보도는 폭이 매우 넓어 파티션에 따라 사람들이 통행하는 공간과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안정감을 주는 휴식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카미하치키테르'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또한 히로시마의 도심에서 민간에 의해 주도된 공공 공간 활용 프로젝트이며 기존의 자동차나 노면전차가 우선시되는 도로를 '보행자가 편하게 머무르며 새로운 교류가 일어나는 길'로 전환하기 위해 차도, 민간구역의 공터, 재개발 예정인 유휴지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도 및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향후 공공공간에서 사람을 위한 장소 만들기는 단순히 오픈 스페이스의 제공 뿐만 아니라 아늑하고 쾌적한 새로운 시민들의 새로운 생활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그 요구가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근한 공공디자인의 역할

디자인의 힘으로 도시 환경을 어떻게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공공공간이 질 높은 '공공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공성의 개념은 크게 국가와 관계되는 공적인 것(Official), 모두에게 연관된 공통적인 것(Common), 누구에게나 개방된 것(Open)으로 구성되며 포럼의 주제와 연관 지어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 특히 'Open'의 키워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도시환경과 공공공간의 시설이나 서비스가 연령이나 장애 등을 이유로 모두에게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서비스를 갖추기 위해 디자인이라는 수단을 활용하면 보다 질 높은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성'을 형성하기 위해 두 가지의 의미가 중요시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성'의 새로운 의미로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것(Collab)과 함께 만든 공공장소나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서로가 공유하는 것(Share)을 포함시킬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 공간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람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함께 참여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 및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친근한 공공 디자인을 수행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유용성(Usefulness)'은 체계적인 기능과 정보, 서비스의 제공과 그 시스템을 만드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둘째, '편리성(User-friendliness)'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인터랙션을 만드는 시점입니다. 셋째, '심미성(Likeability)'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어울리는 것을 만드는 시점이며 마지막으로, '독자성(Identify)'은 지역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시점입니다. 이 네 가지 관점을 균형 있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디자인 목표와 방안을 체계적으로 세워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서울의 공공공간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디자인의 힘이 더욱 강하게 발휘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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