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토론
HOW DOES DESIGN ENRICH OUR FUTURE?
디자인이 어떻게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가?
패널토론
좌장 김현석 홍익대학교 교수
패널 백준상 연세대학교 교수
윤혜경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이현성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 교수
김규리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담당관
이나미 스튜디오 바프 대표
[좌장]
이번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은 ‘디자인이 어떻게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포럼의 발제에서는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시 환경의 문제들과 해결책이 제시되었습니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패널분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도시경쟁력이라는 개념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도 글로벌 도시로서 성장하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경쟁력 평가기관에서는 문화 교류, 생태 자연환경, 접근용이성, 공공서비스, 교통, 휴식 제공, 안전성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을 평가의 지표로 설정하고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시 환경의 문제들에 대한 의견과 더불어 도시 경쟁력 관점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이현성 교수]
이번 포럼에서 연사님들의 발제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어는 바로 ‘사람과 공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에는 디자인에 대한 논의에서 세부분야가 조금씩 다를지라도 디자인의 대상, 오브제, 형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오늘의 논의 대상은 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생’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본 포럼 이전에 진행된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의 3차 사전포럼에서는 2014년부터 진행되어 온 사회문제해결을 비롯하여 디자인에 대한 서울시의 다양한 사업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의 폭력문제와 스트레스를 저감시키기 위해 자연요소를 교실로 유입시킨 ‘마음풀’ 공공디자인 시범사업은 바이오필리아 이론에 근거하여 교실안에 다양한 식재들을 배치하였고, ‘화목 경로당’은 기존에 구축된 유니버설 디자인 매뉴얼을 단순 적용하기보다 시민 체험단이 직접 문제점을 발견하여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치매예방 공원인 ‘백세정원’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거주하던 생활 장소에서 인생을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AIC (Ageing in Community)의 개념을 반영하여 근린공원 및 일상생활 속에서 인지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 결과물들은 디자인 사업을 통해 현실화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지금까지 디자인이 외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으로만 인지되어 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면 앞으로의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며 그 가치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가 건널목에 서 있을 때 뙤약볕을 막아주는 폭염 대비 그늘막이나 아이들의 등교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스쿨존의 옐로 카펫과 같은 일상 속 훌륭한 공공디자인들은 기존의 법으로는 만들 수 없는 시설들입니다. 거리의 이러한 시설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디자인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서울시, 나아가 대한민국의 디자인 사업이 앞으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디자인은 하나의 실천문화로써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풀어나가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의 공공공간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디자이너와 함께, 디자인을 통해 그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역할 수행을 위해 현재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과 사업에서 제시되는 긍정적인 모델들이 지속적으로 계승되고 확장되길 바랍니다.
[좌장]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고 공공디자인 사업이 지자체 또는 국가사업으로 꽤 오랜 시간 진행되어 왔습니다. 어쩌면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보통명사화 되면서 우리가 이를 지칭의 대상체로서 관념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오늘 발제와 사전포럼의 내용에서 다루어 진 것과 같이 디자인은 실천적인 문화이며 우리가 공생하는 삶 속에서 이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삶의 질을 위해 디자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윤혜경 교수]
우리는 항상 공공공간과 공적인 영역을 마주하고 있고, 이들은 사적인 영역과 더불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주관적인 만족감과 행복감을 위한 공공디자인은 매력적인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매력은 강요를 통해 전달할 수 없고,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이를 위해 유니버설디자인 관점에서 공공디자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나아갈 공공디자인의 방향은 사용자인 인간중심의 디자인,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개념을 전개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네 가지 중요한 요소는 공존, 공감, 공유, 공정의 키워드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그 중 ‘공감’은 사용자를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사용자에게 공감할 때에는 같은 눈높이에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낮은 시점과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공감’은 Understand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 대한 공감을 위해 잠시 휠체어를 타본 후 그들의 전부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공감을 위해서는 일정기간 그들과 같은 상황이 되어 휠체어를 타고 외부활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경험해보는 것과 같이 좀 더 낮은 곳에서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공공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의 확산을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시가 기획 및 진행하고 있는 ‘약자 동행프로젝트’, 육아활동이 존중 받을 수 있는 도시를 위한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는 진정한 공감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공존’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얼만큼 이해하고 있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과 더불어 공공성과 관련한 비배재성, 즉 우리의 일상에서 배제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하는 사회 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도시차원에서 이러한 공존의 개념이 적용된 공존사회를 추구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개념은 ‘공유’입니다. 최근 경제적인 측면에서 공유 주택, 공유 주차장, 공유 부엌과 같이 공간을 공유하는 다양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영역을 접하는데 있어 누군가 배제되지 않고 함께 일상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모든 것이 선순환하기 위한 ‘공정’, 즉 정의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통합되었을 때 공공디자인은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과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한 디자인회사의 연구 결과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93%는 휠체어를 타지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보이지 않는 장애인(Hidden Disabilities)’은 공황장애를 겪거나 루프스병, 당뇨, 알츠하이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관절염 등의 질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장애를 겪는 이들을 위해 29종의 픽토그램을 제시하였고 더 많은 대상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우리 사회에 투영해 보았을 때, 공공디자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범주별로 세분화 하여 현재 제도 내에서 누군가 배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이지 않는 장애인(Hidden Disabilities)’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실천적 차원에서 서울 시민들이 일상에서 편안함과 편리함을 느끼도록 하려면 디자인이 적용된 거점을 서로 연결하여 이동 및 환경의 불편과 장애 없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생리적이고 안전한, 사회적 차원의 디자인을 시민들에게 제공하였고, 삶의 질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는 상위단계인 자아존중과 자아실현을 위한 디자인의 목표가 설정되어야 합니다. 데이터의 구축 또한 중요합니다. 공공공간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정확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문제가 바르게 정의된다면 이후 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모든 내용은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탁상공론이나 형식적인 정책에 그치게 될 수 있습니다. 시민과 사회구성원들이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창의 인성 교육’과 같이 교육을 통한 소통의 장도 필요합니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소통을 유도할 수 있는 이러한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공공공간이라는 하드웨어에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공공디자인의 모든 것은 사람, 즉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를 고려하는 디자인 활동은 우리의 미래와 현재를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해를 정리하며 ‘서울 시민의 삶이 디자인 속으로, 또 디자인은 서울 시민의 삶 속으로’라는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좌장]
기업에서 디자인을 진행하거나 정책으로 디자인을 펼칠 때에도 문제의 발견, 그리고 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 포럼에서 게일(Gehl)의 제프 리솜(Jeff Risom)의 발제에서도 ‘인간 행태 분석이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언급된 바 있습니다. 특히 발제에서 얘기했던 대중교통과 청소년 비만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음을 찾을 수 있었고, 이런 것들이 바로 인간행태 분석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입니다. 이에 도시의 경쟁력 향상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다양한 문제를 대상으로 시민의 행태를 분석하는 것은 도시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적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행태 분석을 여러 가지 디자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반영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의 조직을 보면 복지, 교통 등과 같이 분과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디자인 부서가 행태분석 및 디자인 리서치 방법론을 정책에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백준상 교수]
우리가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공공 섹터의 문제들은 사회적 이슈와 문화적 이슈, 환경적 이슈과 정치적 이슈 등 여러가지 주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난해한 문제들입니다. 또한, 공공 섹터와 같이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곳일수록 부처 간 협업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디자인 주도의 혁신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디자인과 여러 분야들이 협업을 하는 상황에서 톱다운(Top-down) 방식의 진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잡스가 이끌었던 애플에서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협업할 때, CEO의 권한으로 톱다운 방식의 협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때로는 권한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인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기업과는 다른 조직문화이기는 하지만 만약 시장 또는 부시장급에서 협업을 강력하게 주도한다면 실무진들에 의해 다양한 협업 기회가 발굴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방법은 디자이너가 촉진자, 그리고 연결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2017년, 제가 덴마크 콜링시에 방문했을 때 콜링시의 시장님으로부터 ‘우리는 디자인이 주도하는 시정을 펼친다.’는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콜링시 디자인 정책과의 역할은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디자인 정책과의 구성원들은 다른 부서로 각각 배치가 되어 타 부서의 현안을 디자인적 지식과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은 굉장히 학제적인, 그리고 수평적인 방식의 일을 하는데 익숙합니다. 때문에 디자이너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의 역할도 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참여적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여러 부서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고, 이들을 모아 디자인 부서에서 디자이너들끼리 공유하면서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결자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이 제대로 동작하려면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는 공무원들이 필요합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더라도 디자인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 인력, 즉 사일런트 디자이너(Silent Designer)들이 배치되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이들을 양성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조직문화의 특성에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부처 간 높은 벽을 조금씩 허물어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좌장]
지금 서울시 디자인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을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김규리 담당관]
서울시의 디자인 조직은 과거에 문화본부 내에 ‘디자인정책과’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었고 지난 8월 19일자로 조직 개편이 되면서 ‘디자인정책관’이라는 국 단위의 조직이 새로 생겼습니다. 디자인정책담당관, 그리고 디자인산업담당관이 신규로 구성되었고 과거 도시계획부서에 있던 도시경관담당관이 병합되어 디자인정책관이 새롭게 구성되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오늘날 도시가 마주하는 사회문제들은 굉장히 복합적으로 발생하여 다양한 원인과 결과의 행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바와 같이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 많이 직면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중앙부처보다는 특정 부서가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복합적인 당면과제가 많습니다. 때문에 시 내부에서도 과거보다는 협업에 대한 대응이 조금씩 익숙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조직이 신설되면서 각 부서의 업무와 관련하여 디자인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공간이나 제품과 같이 물리적 영역에 대한 디자인 지원 및 협업 요청이 대부분이지만 저희는 이러한 유형의 것들을 포함하여 궁극적으로는 무형의 행정 서비스까지 확장하여 디자인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디자인정책관이 추진해야 할 방향성은 조직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디자인과 협업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습하도록 하고,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구성원들이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을 하면, 현재 ‘생활안심디자인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는 ‘범죄예방디자인사업’은 사업이 처음 시작되던 10여 년 전, 범죄예방과 디자인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하거나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조직과 구청, 기업, 학교, 주민단체, 예술가 단체들까지 협업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참여자들은 디자인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알게 되고 디자인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며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단 한 가지의 사례이지만 이러한 사례가 오랜 시간 쌓이게 된다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조직내에서 디자인 부서의 역할이 충분히 기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좌장]
본 포럼의 발제 중 공공성이 언급되면서 공공디자인 프로세스의 공적인 것, 공통적인 것, 함께하는 공유 등의 키워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디자인을 집행하는 과정 또는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정책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이현성 교수]
현재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공공성에 대한 우수한 지표들이 다수 구축되어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지표들을 적용해 나가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제도화 된 공공가치의 실현을 어떻게 현실화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서울을 거대한 공공디자인의 실험실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앞서 다양한 시범사업들을 통해 디자인의 숨은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듯이 선진사회로 도약을 위해서는 규제에 의한 도시 관리 계획 차원에서도 권고와 유도, 가치 중심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계획 중심 마스터플랜과 톱다운 방식에서 이제는 실행 중심, 그리고 주체적인 참여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디자인이 존중 받을 수 있고 공간 안에서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현재 통학로 주변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조성된 옐로카펫의 사례가 만약 디자이너와 행정가의 합의와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현장에 설치되었다면 지역 주민과 사용자들의 이해도가 충분히 형성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전달되기 어렵고, 오히려 법적 문제나 주민 불만을 야기했을 것입니다. 팀 브라운은 만족은 과정에서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 줄 수 있고 사회 가치나 공공 가치를 지원하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행정기관 안에서도 단일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에서 협력하도록 통합 행정 체계를 구성해야 합니다.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여 궁극적으로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했을 때 모두가 만족하는 디자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성은 객관적인 지표와 규제의 관점에서 높고 낮음이 평가되는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공공에 의한 디자인이 전개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를 허물고, 일방적인 공급보다는 시민들의 권리와 의무가 동등한 무게감을 가지도록 하여 서로 협업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서울이 거대한 공공지원 실험실이자 거버넌스 기반의 모델이 되어 세계적인 공공디자인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좌장]
본 포럼의 진행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발제는 개인의 경험을 풀어 주신 이나미 교수님의 발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삶의 디자인 측면에서 웰다잉을 넘어선 웰리빙에 대한 개념을 주창해 주셨고, 정책적으로는 방문요양 지원 확대 및 주거문화 지원 확대, 공동안전망 구축 등의 제안도 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시의 정책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인클루시브 디자인, 참여적 디자인, 또는 소셜 디자인 등의 개념을 다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들이 지속가능한 사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서울시가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나미 대표]
본 포럼의 발제와 패널토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들 모두를 삶의 디자인과 연결하여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고 단절되어서는 안되며 맥락적이어야 하는데, 이를 삶에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모든 개인은 여러가지 일상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살아가는 삶의 주인이자 주체이기 때문에 절대 분절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갖습니다. 서울시에서도 디자인의 이러한 맥락적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과 법의 기준에서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이 사용자들의 필요에 따른 의견 제안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를 가정 안의 상황에 적용하여 주부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그들은 다양한 일상의 문제를 맥락적이고 유연하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동선을 이동할 때 필요한 집안일을 생각하면서 수시로 이를 실행에 옮기고, 때로는 빨래를 개면서 TV를 보고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냉장고 안 식재료와 저녁메뉴를 구상하는 등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손으로 하는 행동들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합적이고 맥락적인 집안의 일상과 과제들을 혼자서 다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우리는 역할분담을 통해 과업을 해결합니다. 가족구성원이 분리수거와 빨래 등 집안일을 나누어 하면 각자 과업을 완료한 후 효능감을 느끼게 되고 이후 자신이 맡을 일을 훨씬 더 잘 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그리고 같은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향후 그 일을 아주 잘 할 수 있게 되는데, 이처럼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입체적으로 접근했을 때 지속가능성이 생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문제는 분명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도시는 다양한 시민들의 종합적인 상황이 얽혀 있고 모두가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동등한 권리와 각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도시의 차원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맥락적으로 흘러가는 삶의 전반을 고르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너무 확장하여 거대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보다 개인이 일상의 삶을 생각하듯 접근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생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공공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개연성과 관계성에 의해 맥락을 엮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대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특정 시장님이 임기동안 수행하시는 일들이 재임기간에만 진행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아버지의 세대와 나의 세대, 자녀의 세대가 연결이 되었을 때 한 가족의 삶의 완성되고 개인의 행복과 웰리빙(Well-Living), 또 다른 웰리빙(Well-Leaving)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은 백 년의 미래를 생각하는 맥락적인 관점에서의 계획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좌장]
다양한 세대 또는 삶의 생애주기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들, 그리고 필요로 하는 것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서울시와 같은 지방정부에서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백준상 교수]
앞서 발제를 들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존엄과 존경을 유지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정말 의미있는 리빙(Leaving)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사실 요양원에서 홀로 외롭고 쓸쓸히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삶을 유지하고 이러한 환경이 삶의 마지막까지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일종의 조건으로 수반되어야 합니다.
에치오 만치니의 저서 「Livable Proximity」에 등장하는 ‘15분 도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15분 도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서비스, 예를 들면 삶과 일, 교육,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때, 도보로 이동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15분안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에는 2020년도에 당선된 파리 시장님이 15분 도시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고, 밀라노와 바르셀로나 등의 도시에서도 15분, 또는 20분 도시의 개념을 도시 설계의 중심에 두고 추진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의 서비스 접근성을 생각해보면, 사실 서울은 굉장히 밀도 있는 도시이고 대중교통도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15분 도시와 같은 다원화적 목표를 지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이 확충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교육 환경과 자연 환경의 개선,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 개선 등 해결되어야 할 이슈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15분 도시라는 개념은 시민을 중심에 두고 삶의 시간과 공간을 재편하는 과정입니다. 서울시에서도 도시 설계나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오늘날 당면한 문제들은 굉장히 어렵고 다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고령화,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불균형, 생물 다양성의 파괴와 환경오염 등의 문제점들은 환경문제이자 사회문제이며 다학제적 협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디자인 조직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여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일전에 덴마크 디자인 센터에서는 조직이 디자인을 활용하는 방식을 4단계로 구분하여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디자인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조직과 심미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조직, 문제해결의 프로세스로 활용하는 조직, 디자인을 조직의 비전에 반영하고 리더가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앞서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서울시는 이미 디자인을 문제해결 프로세스로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현대사회의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디자인이 주도하거나 중재하고 연결자로서 앞장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자인 부서에 권한과 지원이 주어져야 합니다. 충분한 지지와 권한이 부여되었을 때 서울의 디자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이는 곧 도시의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좌장]
본 포럼 발제 중 제프 리솜(Jeff Risom)이 ‘일상의 경험은 상징적인 경험만큼 중요하다’고 언급하였고, 서울의 디자인은 상징적인 경험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생각됩니다. 서울시 디자인 정책이 추구하는 방향은 일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과 더불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방향은 디자인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서울시 디자인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 정책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그 방향성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규리 담당관]
말씀하신 것처럼 디자인이 단독으로 어떤 사업을 하게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이는 디자인의 본질적인 특성과도 연관 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다른 영역과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내므로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전 시정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으로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전 시정에 디자인의 관점이 결합되도록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시정의 모든 과정에 디자인 프로세스를 연결하여 제도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모든 시민이 보편적인 삶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에서 추진하는 공공시설물과 공공건축물, 공공공간 등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이 각종 심의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부서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에는 컨설팅을 지원하고 다양한 유형별 공간에 샘플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적용할 공간을 만드는 등 실제 디자인 프로세스가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다양한 프로세스의 적용을 시도했을 때 디자인이 시정에 실제로 적용되고 확장될 수 있으므로 일련의 과정들을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도시를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디자인의 역할 뿐만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에 있어서도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해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좌장]
본 포럼에서 싱가포르, 일본, 네덜란드, 그리고 서울시 등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 받으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았습니다.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이 가지는 목적 중의 하나는 이러한 내용들과 의견들이 서울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에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의견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나미 대표]
시는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사실 공공은 개인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삶을 통해서 변화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본 발제 중 행복한 마무리를 위한 주제에서 제안 드렸던 내용 중 ‘장기임대 형태의 돌봄 나눔 주택’은 어찌 보면 공공과는 거리가 먼,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총체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잘 살 수 있도록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에 대한 프로토타입은 개인의 영역이기보다는 법규와 정책에 기반한 공공에서의 접근성이 훨씬 용이합니다. 대중들이 고루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듦에 있어 부지의 선택부터 설계와 운영에 있어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이 필수적이며 공간을 운영하기 위한 조례 및 방향성이 명확하게 수립되어야 합니다. 도시 곳곳 작은 모퉁이 땅에 매력적인 건물들을 짓고 돌봄 나눔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계획되고 시도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습니다.
[윤혜경 교수]
지난 10년간 유니버설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함께 해 왔던 서울시의 다수의 사업들이 오늘날 많은 시민들에게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향상된 만큼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중인, 또는 향후 계획하는 많은 용역 프로젝트의 좋은 성과를 바랍니다.
우리는 누구나 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좌절을 느꼈을 때, 그 순간 우리는 일시적인 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장애, 즉 사회통념적 범주에서 빠져 있는 부분도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꼭 필요하고, 좀 더 치밀한 접근을 통해 사회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이현성 교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연구와 실무를 경험 바에 의하면 사실 디자인의 범주가 공공기관, 민간, 주민 등의 주체로 분리되어 운영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의 프로세스는 이해관계자들 간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디자인 사업을 열심히 추진하는 지자체 또는 기관에 시민들의 필요와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불편한 상황을 개선하거나 민간 기업들이 CSR이나 ESG 사업을 통해 특정 지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는 수행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에 머무르는 한계점을 지닙니다. 지자체, 또는 디자인을 수행하는 행정적인 힘을 가진 주체가 이들과 함께 모여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일정한 체계를 형성한다면 ‘디자인’이라는 틀 안에서 민간 기업의 잉여가치가 투입되고, 주민들이 직접 민원과 관련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 행정의 주체는 디자인을 시민들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전략이자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여 일상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이 이어졌을 때 디자인과 도시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좌장]
최근 기업 사이에서 ESG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공공영역과 함께 협업을 하고자 하지만 특히 지방정부나 공공기관과의 협업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사전포럼에서는 기업의 ESG 활동 전문가의 발제 중, 디자인 씽킹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의 디자인정책과와 함께 공적인 영역에 대한 협업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ESG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공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 기업과 공공의 협업에 있어 고려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백준상 교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면 공공영역과 집단의 조직문화, 성향과 같은 부분을 잘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행에 대한 추진력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공무원의 경우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쏟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공무원의 평가 지표는 굉장히 정량화 되어있기 때문에 정해진 틀 안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거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했을 때 이것이 긍정적인 평가에 반영되거나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업을 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공 조직 특유의 환경과 문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고, 더불어 새로운 혁신과 시도가 지속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좌장]
패널토론을 마무리하며 서울시 디자인정책 담당관님께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규리 담당관]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의 패널토론에서 나눈 좋은 의견들을 앞으로 시정에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정책관이라는 조직이 신설된 만큼 향후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디자인정책관에서 진행하는 사업들 중 일부분은 시민, 기업, 대학과 협업하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오늘 디자인 거버넌스에 대해 말씀해주신 부분들 가운데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해법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제시해주신 아이디어는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갈 때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조언을 얻으며 추진해 나가보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