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 시스템의 책임 있는 설계를 통해 공유 가치 창출
동적 시스템의 책임 있는 설계를 통해 공유 가치 창출 - 피터하이어 (미국 IDEO 이사)
최근 글로벌 팬데믹의 발생과 더불어 비즈니스 모든 영역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이루어지고 있고, 새로운 세계 지도자들의 선출과 전쟁의 발발, 인종문제에 이르기 까지 전 세계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여 혼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 조직은 신중한 변화와 진화를 꾀하며 어려운 시기의 파고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가치 있고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본 발제에서는 IDEO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디자인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간중심 디자인을 활용한 대규모의 시스템 디자인과 공유가치 생성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IDEO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대중화 시킨 세계적인 글로벌 디자인 조직입니다. 1978년 데이비드 캘리(David Kelly) 디자인 그룹에서 시작되어 1991년 합병을 통해 IDEO라는 회사가 설립되었고, 이후 '제품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라는 공동창업자 빌 모그리지(Bill Moggridge)의 강조에 따라 '인간중심 디자인'을 활동의 핵심에 두고 있습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인간중심사고와 행동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결성된 IDEO는 인간중심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제품 디자인을 넘어서 디자인 씽킹의 토대를 만들어냈고, 제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스템, 경험, 그리고 모든 산업군으로 디자인 작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작업의 과정에 디자인 씽킹과 인간중심 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니즈를 탐색하고 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기업의 수요를 조사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또한, 기업과 조직이 변화를 이끌어내고 미래의 가능성을 개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지원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하는 디자인 활동이 사회와 문화, 환경, 그리고 사회와 윤리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다시 디자인하거나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이를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프로세스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실사용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공통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책임감 있는 디자인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디자인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개인과 지역, 사회와 지구의 건강을 복원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목표를 최우선시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IDEO는 단순히 사람들을 위해 포용적으로 디자인하는 접근보다는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의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여 그들과 함께 디자인을 전개합니다. 또한, 조직과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은 좋은 파트너십에서 비롯되므로 비전을 가진 리더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가 협업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낼 때 단일 그룹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 있는 체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개별적인 디자인 솔루션이 아닌 체계적인, 그리고 변혁적인 생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회와 시스템의 변화를 초래하므로, 각 조직과 비즈니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Part 1.
Organizational transformation and capability building to enable a 120 year old company to create new value for itself, their customers and the planet.
인간중심 디자인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생성한 첫 사례로120년 된 회사의 조직 변화가 고객과 지구,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IDEO는 미국에서 10년 이상 포드 자동차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일해왔고, 유럽과 중국에서도 그들과 함께 모빌리티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포드사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스마일 모빌리티 프로젝트는 단순한 운송수단의 접근을 넘어서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서비스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실질적인 차량 탑승 경험과 관련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여 인간중심 디자인 허브를 구축하는 'D포드'는 400명의 인재들이 참여하고 있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 입니다. D포드(D-Ford)의 허브(Hub)는 런던, 상해, 일본, 상파울로, 팔로알토, 디트로이트 등 6개의 지역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허브를 통해 인재들을 지원하고 육성합니다.
이러한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체의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협업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원활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현되기 어렵고, 특히 포드와 같이 120년의 역사와 18만 3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거대 조직이 변화하는 것은 마치 대형 원양선이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이 천천히 이루어져야 구성원 모두가 동참할 수 있습니다.
2017년에 포드의 CEO가 된 짐 해킷은 당시 교통 네트워크 전체의 변화를 시도하는 대단한 도전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교통, 그리고 이동의 개념이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합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야기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드는 연간 400억불의 매출을 내며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트럭 'F150'에 대한 재고(再考)를 통해 F150 라이트닝을 만들고, 처음으로 전기차를 통해 주요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가장 판매량이 높은 인기모델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인간중심 디자인은 사람들의 행동과 맥락, 생태계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디자인이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는 것은 많은 신뢰를 필요로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미국의 트럭 구매자들에게 '휘발유 트럭을 전기차로 전환하기를 원하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뻔했지만, '트럭에 전기 톱을 연결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루 종일 낚시를 한 후에 차에 누워 잠을 잘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질문했을 때 사람들은 전기트럭 F150의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F150 라이트닝은 크게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기존의 파워트레인이 아닌 전기차와 고객 중심의 발상으로 새로운 차량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포드의 한 임원에 의하면, F150 라이트닝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부문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를 통해 최선의, 그리고 최고의 솔루션이 도출되었습니다. 그는 만약 이처럼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끝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IDEO는 지난 15년간 포드와 함께 일해 온 과정에서 디자인이 이끄는 조직을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디자인을 통해 그들의 제품이 변화하였고,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사람들을 디자인의 중심에 두면서 회사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포드는 그들이 ESG 목표달성에 조금 더 가까이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F150 라이트닝 전기차를 통해 포드는 무려 20만대의 사전주문을 받았고, 타임지는 F150전기차를 2021년 최고의 발명으로 선정하였으며 패스트컴퍼니는 이 모델을 2022년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선정하였습니다.
Part 2.
Creating shared value, building business while also tackling waste through a coalition of retail leaders.
세계적인 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합체를 구축하고, 시스템 내에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IDEO는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사들이 서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거하는 데 협업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클로즈드 루프 파트너스(Closed Loop Partners)라는 순환 경제 투자 회사의 혁신 파트너로 참여하였습니다. 그들의 'Beyond the Bag' 프로젝트는 컨소시엄을 넘어서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파일럿으로 개발해보고 다양한 유통사들과 함께 비닐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연구하여 이를 시험해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0억개의 비닐백이 사용되고 있고, 그들 중 10% 미만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매년 해변과 수로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는 비닐백은 환경적으로 매우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접근하였습니다. 미국 내에서 매년 1000억개 이상이 사용되고 있는 비닐백을 다른 소재로 대체한다는 것은 한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고객 유치 측면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유통사들은 지구의 유해요소를 줄이고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협업을 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했고, 이에 클로즈드 루프 파트너스(Closed Loop Partners)는 CVS, 타겟, 월마트를 비롯한 12개의 선도적인 유통사들과 함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IDEO는 혁신 파트너로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자 하였습니다. 450개의 스타트업이 제안서를 제출했고 9개의 최종 후보들이 6개월간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양한 대안과 솔루션이 도출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IDEO는 파트너 유통사와 협업하여 산업 데이터와 비즈니스 디자인의 전문성을 제공하였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은 비닐백을 사용하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어떤 한 회사가 주도적으로 단시간에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파트너십을 형성하였습니다. 이러한 연합체는 곧 미래를 위한 촉매제가 되어 수요와 공급, 물류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생태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생태계는 최종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의 필요를 확인하고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대안을 점진적으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발견과 지속적인 실험이 필요합니다.
Part 3.
Taking a platform-centric view enable a South American conglomerate to transform education, healthcare, finance and retail while creating shared value.
다음은 플랫폼 중심의 시각을 통해 자국의 교육, 의료, 금융, 그리고 유통을 변화시키고 공동의 가치를 창출한 페루의 사례입니다. 페루는 유구한 역사와 문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데스의 높은 산과 아마존 강이 있는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페루는 2020년 기준 비공식 근로를 하고 있는 인구가 전체의 68%에 이르고, 이들은 당연히 세금도 내고 있지 않습니다. 이 비공식 경제 규모는 물론 지난 10년간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루는 경제성장률이 평균 6%대로 산업 성장률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중남미에서 가장 번영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중남미의 대기업 인터코프(Intercorp)는 페루의 일반 가정들이 번영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인터코프는 페루를 중남미에서 가정을 꾸리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중산층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그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의료체계와 디지털 금융 서비스, 새로운 유통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인터코프는 그들의 비즈니스 또한 2배 이상으로 그 규모를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인터코프의 CEO는 페루 국민들의 필요를 충족하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자 IDEO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건물을 건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 육성, 교습법을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페루의 중산층을 위한 학교, 이노바 스쿨(Innova Schools) 을 설립했습니다. 68개 위치의 5만 5000명의 학생들이 이노바 스쿨에 재학하게 되면서 학교는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되었고, 이노바의 교육 시스템은 9만명에 이르는 인터코프의 직원 교육 방법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페루 가정의 필요를 충족하는 방법과 서비스 제공 방식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IDEO는 이를 지속하고 확장하며 추가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위하여 혁신적인 허브 '라 빅토리아 랩(La Victoria Lab)을 출범하였고, 이를 통해 인터코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제품을 위한 엑셀러레이터를 만들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수립하여 고교 졸업생의 진학 또는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통 부분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다양하게 창출될 수 있도록 벤처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신생 기업을 육성하여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켰습니다. 인터코프는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었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들은 페루의 인재양성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페루의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전 세계 사회와 환경 문제는 점차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이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민첩성과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 다양한 방법론과 디지털 도구가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도구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사람을 우선시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던 페루 인터코프의 전략과 같이 HR(Human Resources)을 통해서 인재에 대한 문화를 새로이 만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중심 디자인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비닐백을 없애거나 기업 스스로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고객이 원하는 유용성을 충족시킵니다. 이러한 활동은 결코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일정한 시스템의 생태계를 갖추고 솔루션을 도출했을 때, 고객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책임감과 형평성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