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건강디자인 확산을 위한 전략
발표자: 전미자 (한국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1. 서울시 인지건강디자인의 배경과 이해
서울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정책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인지건강디자인 사업은 어르신의 거주환경을 중심으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디자인을 적용하여 고령화와 치매노인 급증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도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일반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인지건강디자인의 개념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물을 보고, 정보를 취득하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생애주기 가운데 안타깝게도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거나 고령화로 인해 이런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의료분야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서울시의 인지건강디자인 사업은 국내 최초로 신체활동과 오감자극, 사회적 교류의 콘텐츠를 통해 어르신들의 저하된 기억력과 집중력, 지남력 등 인지기능의 유지와 향상을 유도하는 사업입니다.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 시행 초반에는 디자인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부족했고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장벽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도시 내 판독이 어려운 안내표시들이 많았고 실내 공간에서도 층별 구분이나 공간 안내가 모호하여 시민들이 위축되거나 당황스러움을 겪는 빈도도 높았습니다. 디자인이 적용되면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 또한 디자인의 폭넓은 적용과 활용에 제약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현장과 시민에게 디자인 적용과 접근이 어려웠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자인을 친근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시키고, 누구도 소외 받지 않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통해 사회의 통합과 소통을 유도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이용자의 다양한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자인, 이용자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여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편리한 디자인에 지향점을 두고 디자인 정책의 시작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고령화, 인지장애와 사회문제
고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많은 도시들은 인지장애에 대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0.3%로 나타났고 이는 10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적인 치매 발병율의 증가와 동시에 치매 유발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지건강이 특정 상황이나 연령대에서만 주목해야 할 이슈가 아니라, 이제는 인간의 전 생이주기를 아울러 일상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리더가 되어 공간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광장이 대중에게 오픈된 이후, 어르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어린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공간에 유입되면서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교류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외부 공간은 프로그램과 공간의 초기 구축단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다양한 활용사례를 보면서 구축 완료 후 이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주인의식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3. 서울시 인지건강 디자인의 방향과 제언
앞서 살펴본 ‘군포시 늘푸른 인지광장’ 조성 사례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공간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됨에 따라 모두에게 필요한 외부 공간의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단계부터 광장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유되었고, 이는 동기부여 요인으로 작용하여 참여자들 스스로 인지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간 구축에 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향후 인지 광장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을 세분화하여 이용자, 복지관, 직원, 지역주민, 협의체 등에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소통과 협력을 유도한 점 또한 성공요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이 구성된 이후 이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진과 운영기관은 평상시 접하지 못했던 인지와 연계된 환경, 연극, 푸드, 건강, 원예 등 전문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공간의 유지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완에 대한 연구를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은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도시의 시민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누구나 존중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인지건강 디자인은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당사자와 운영자, 주민들이 서로 생각과 입장을 바꾸어 디자인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세대를 아우르는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교류와 신체강화를 통해 인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유휴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보급형 모델의 개발 또한 필요합니다. 공간을 구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 주체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나아가 어르신들을 리더로 양성하여 일자리로 연계하고 그분들의 재능을 활용한다면 이는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의 강점이 될 것입니다.
향후 서울시 디자인 정책이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확산시키는 주체로서 일상의 공간과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인지건강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