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시민 건강과 도시 쉼터

전 세계의 일상생활과 업무환경에 급진적 변화를 가져왔던 팬데믹의 모든 지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감염병의 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뉴노멀(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현상을 근거로 인류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많은 도시와 시민들은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지난 2년여 동안 감염을 억제하기 위한 거리두기와 단절을 경험하면서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사회적 관계망 유지의 필요성을 체감하였고, 공중위생보건과 바이러스에 대응방안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거대 도시에서 집단의 삶을 지향했던 표준화 된 도시생활이 위기를 맞이하였고 감염병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우선순위 또한 변화하였다. 조심스럽게 일상의 회복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공간과 인프라,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고민하고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수용해야 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비일상의 일상화에 따른 도시 가치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신적・신체적・관계적 측면에서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도시의 이상적인 미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팬데믹 이후 이상적인 도시의 삶과 환경


( 서울 여의도 스카이라인 / pixabay.com )
 
재택근무와 원격 학습, 온라인 서비스 제공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근접성과 안전한 이동 방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다수의 공공 사회생활이 개인적 활동으로 전환되면서 물리적 공간과 거리의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 계획 및 보건 분야의 전문가들은 빼곡한 빌딩 숲이 주를 이루는 현재의 도시의 모습이 앞으로도 이상적인 도시 환경으로 인식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도시 연구 이론가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인류 역사상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 등 전염병에 의한 팬데믹 이후, 도시 지역이 서서히 호황을 맞이했던 변화의 패턴을 예로 들며 코로나19의 종식 후에는 도시의 밀도와 개인 공간에 대한 니즈에 따라 대도시 지역의 일부가 재편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원격 회의 및 화상 환경을 이용하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면서 상대적으로 직주근접(職住近接)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고, 밀집된 대도시의 인구 중 일부는 교외 및 소규모 도시로 이주하여 고착화 된 이주 패턴을 변화시켰다. 캘리포니아의 건축회사 Gensler의 연구 결과가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그들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오스틴, 덴버, 런던, 파리, 싱가포르, 상하이, 멕시코시티 등 1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종에 종사하는 인원 중 잠재적으로 이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70%가 인구가 적은 소규모 도시(27%) 또는 교외 지역(21%)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관점에서 조지타운 대학 의료센터의 소장 레베카 카츠(Rebecca Katz)는 그동안 많은 젊은이들이 기회와 새로운 경험을 찾아 도시 환경으로 향했지만,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확산과 감염 위험은 도시의 매력도를 하락시켰고 향후 도시 환경에 대한 가치와 선호 기준이 재조정 될 것으로 보았다. 더불어 미래의 이상적인 도시 환경은 견고한 보건 영역과 도시의 질병 대응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도시 인구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팬데믹 이후의 도시는 포괄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밀집된 생활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 건강 보안에 대한 계획이 최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팬데믹, 건강한 도시로의 전환점
역사상 질병과 건강 관련 문제들은 종종 도시를 더 건강하고 진화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1793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황열병(yellow fever)으로 인해 도시 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이때 필라델피아시는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쓰레기들이 질병 확산의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였고, 배수로를 청소하는 기금을 할당하여 도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구축하였다. 마찬가지로 1850년대 뉴욕시는 콜레라의 위협에 맞서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를 건설했고, 시민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센트럴 파크를 조성하여 도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전 세계 도시공원 설계의 전형적인 표본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에 근거하여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도시 발전의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감염병의 종식은 커뮤니티와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도로를 비우고, 더 많은 도시공원과 녹지 공간을 형성하는 등 이전부터 우리가 필요로 했던 도시 모습의 현실화를 앞당길 것이라 강조하였다. 이처럼 기능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도시들이 팬데믹을 계기로 웰빙과 안전에 중점을 둔 건강한 도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난 2년의 시간 도시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 도시의 지향점과 가치를 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의 봉쇄와 격리, 물리적 거리두기 조치는 일부 인구의 고독과 불안을 악화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을 계기로 사회적 활동과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공공장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강제로 격리된 많은 사람들은 개인 주거 공간 중심의 발코니, 앞마당, 집 앞 골목을 이용해 이웃과 교류하면서 도시 내 공공 공간을 경험하였고, 위치를 불문하고 자연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개방된 공간은 개인과 집단 모두의 사회화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생활환경으로 주목받았다. 


( 샌프란시스코 North Beach & Washington Square Park / https://commons.wikimedia.org

미국 브루클린 윌리엄스 버그 Domino Park / www.dezeen.com )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도시 내 공원 시설은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본연의 기능과 함께 방역과 보건의 측면에서 건강한 도시 활동을 보장하는 안전한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구글의 ‘코로나19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COVID-19 Community Mobility Report’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시행된 기간동안 전 세계 공원의 이용비율은 기준치 대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고, 미국 내에서는 여행객에게 인기있는 저명한 공원들보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근린 공원이나 국립공원의 이용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원 이용 행태의 변화로 인해 미국 브루클린 윌리엄스 버그(Williamsburg)의 도미노 파크는 흰색 원형 구역을 표시하여 방문자의 밀집을 해소하고 세계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6피트의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도시 혼잡과 공중 보건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교통수단 사용 인구가 급증한 현상이 눈길을 끈다. 많은 도시에서는 도시 전체의 이동성 시스템을 재고하여 자전거와 도보 이동을 위한 보행로의 비율을 확대하였다. 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일정 시간 이후 보행자를 위해 일부 주요 도로의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였고,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를 비롯하여 뉴욕, 덴버, 포틀랜드 등에서는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는 저속 도로를 운영하여 시민들이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특히 미국 덴버시는 2020년 4월 초 시내의 8개 도로 일부 구간에서 자동차 통행을 차단하였고, 시 교통국에 따르면 시민들은 감염병의 대유행 속에서 자전거와 걷기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덴버시는 보행자와 자전거 인구가 평소의 2~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자동차 통행 제한 조치에 기한을 두지 않고 추이를 관찰하며 이를 지속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denverstreetspartnership.org )


저속 도로의 운영은 도시의 환경적인 측면에서 공해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 교통부는 시민들이 가벼운 교통수단으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단거리를 이동할 때도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하였다.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은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을 초래하므로 단거리 운행시 이동수단을 대체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도시 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여러 도시는 팬데믹이 야기한 여러 가지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잠시 멈추었던 시민들의 일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래에 더 많은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가 등장하리라 예상되지만, 우리가 경험한 개방형 공공 공간의 필요성 충족을 비롯하여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에 이르기까지 팬데믹 이후의 도시 생활을 예측 할 수 있는 현재 시점의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싱가포르의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Park Connector Network)

팬데믹 이전부터 도시 내 공원과 녹지는 공해를 저감시키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여 시민들의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자원으로 여겨져 왔다. 싱가포르는 정원의 도시라는 국가 성장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도시 곳곳에 녹지 공간을 조성해왔다. 싱가포르는 도시의 발달 지표를 녹지의 비율과 연결하여 친환경적인 도시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에 건축물의 벽면과 베란다, 옥상 등 도시 전역에서 쉽게 녹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녹지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개방된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파크 커넥터를 조성하여 공공 공간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www.nparks.gov.sg )

 

싱가포르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Park Connector Network)는 300km가 넘는 산책로를 통해 싱가포르 전역의 주요 공원과 녹지를 연결하고 자연 공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도시 내 생태계의 연결성을 향상시키는 개방형 네트워크이다. 파크 커넥터는 수변과 도로변을 활용하여 자전거 및 보행 겸용 노선과 폭 2M 이상의 조경 공간을 조성하였고, 다양한 루프(loop)를 서로 연결하여 어떠한 경로와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항상 공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약 3분의 1이 녹지로 되어있는 도시의 특성상 파크 커넥터의 5가지 코스를 통해 시민들은 도시 경관을 감상하거나 수변을 따라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을 즐길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www.nparks.gov.sg )

( 이미지 출처 : www.nparks.gov.sg )


싱가포르 공원청(NParks)은 팬데믹 이후 자연보호 지역과 공원 등 녹지공간의 방문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곧 도심 공원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를 의미하므로 국민들의 웰빙 증진을 위해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특히, 2030년까지 싱가포르 내 모든 가정이 도보로 10분 이내에 공원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팬데믹 기간 주거지 인근의 한정된 생활권 내에서만 지내야 했던 시민들의 하이퍼 로컬(hyper-local) 생활패턴과 부합하는 방향이며 팬데믹 이후 시민의 웰빙을 위한 더 나은 도시를 위한 계획이라 할 수 있겠다.     

- 자연을 품은 복합 공공 공간 ; 주얼 창이 공항 (Jewel Changi Airport)
싱가포르가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도시 녹화 정책의 또 다른 사례로 도시의 관문이자 환승 허브인 주얼 창이 공항을 들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손꼽히는 주얼 창이 공항 내부에는 정원(Garden)의 개념이 접목된 녹지공간과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 및 폭포가 조성되어 있어 도시의 아이덴티티인 숲과 정원을 담아내는 창의적인 공간이자 관광 인프라로 자리잡았고,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 ©Jewel Changi Airport Devt )


공항 건축물 중심에 위치한 세계 최고 높이의 실내 인공 폭포인 레인 보어 텍스(Rain Vortex)는 공항 내 온습도를 조절하고, 실내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환기 방식을 적용하여 쾌적한 공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공간인 포레스트 밸리(Forest Valley)는 다양한 관목이 식재된 다층의 테라스 휴식 공간을 제공하여 도시의 시설과 자연, 공공 공간을 유연하게 연결하고 있고, 상층부에 위치한 캐노피 파크(Canopy Park) 미로정원과 놀이 공간 등 녹음이 어우러진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 레인 보어 텍스(Rain Vortex)와 포레스트 밸리(Forest Valley)(좌), 캐노피 파크(Canopy Park)(우) /  ©Jewel Changi Airport Devt )


도시의 인프라와 자연을 결합한 싱가포르의 주얼 창이 공항은 24시간 열려 있어 관광객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이용빈도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인공적이지만 압도적인 스케일과 시설로 이용객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도시가 필요로 하는 녹지공간이 야외 뿐만 아니라 실내로 유입되어 조성될 수 있고, 새로운 개념의 공공공간이 구축되고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도심 속 작은 자연 공간 ; 포켓 파크(Pocket Park)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우리는 밀집된 도시에서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는 실제로 도시 거주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긴장감을 유발해왔고, 특히 팬데믹의 기간에는 심리적 압박과 극심한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도시 생활이 유발하는 정신적 피로감은 대부분 녹지 및 자연 공간이 부족한 도시 환경과도 직결되어 있기에 도시 내 유휴공간에 자리잡은 소형 공원, 즉 포켓 파크(Pocket Park)는 번잡한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포켓 파크는 도심부의 작은 공간에 계획되어 시민들이 도보로 가볍게 방문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녹지공간을 일컫는다. 주로 활용도가 낮거나 황폐한 도시의 공간을 커뮤니티 자산으로 전환하는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계획되며, 도시에 조성된 녹지는 신체활동을 유도하여 시민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여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 ©Project for Public Spaces )


1967년 미국 맨해튼에 처음 등장한 포켓 파크는 산업 시설 중심의 도시 개발로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삭막해지는 도심의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최초의 포켓 파크인 팔레이 파크(Paley Park)는 120평이 채 안되는 작은 빌딩 사유지에 인공 폭포를 만들고 덩굴 식물과 나무를 심어 쾌적한 휴식 공간을 조성하였다. 팔레이 파크 내 6미터가 넘는 높이의 대형 폭포 소리는 도심 소음을 차단하고 시민들의 정신적 휴식을 돕는 효율적인 공공장소로 활용되었고, 이후 도시 내 유휴 공간에 다양한 형태의 개방형 포켓 파크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캐나다 밴쿠버의 미드 메인 파크(Mid main park)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만나는 접점에 조성된 휴식과 야외활동을 위한 작은 공원이다. 80년대 후반,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인기 상점인 'Palm Dairy and Milk bar'이 문을 닫으면서 그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긴 삼각형의 부지에 녹지와 플라스틱 빨대 모티브의 시설물을 설치하여 공원을 조성하였다. 겹겹이 이어진 식재의 구성은 도로의 가로 환경 재정비에 도움이 되었고, 지역의 주민들은 추억이 담긴 휴식 공간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공원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에서 시민들은 포켓 파크의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였다.


  

주요 도시의 대규모 공원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런던의 하이드 파크 등과 같이 도시의 상징적 명소가 될 만큼 도시 이미지 형성과 시민들의 휴식 및 커뮤니티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포켓 파크는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고, 입지적 조건에 따라 도시와 시민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개방형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도시의 공원은 시민에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경관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으며 포켓 공원의 경우 개방된 소규모 공간이 도시 내 연결 지점으로 작용하여 연결망을 생성한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에 도시 내 유휴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의 콘텐츠가 담긴 소규모 도심 녹지가 확산된다면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신체적 회복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당연한 것들의 재발견과 새로운 도시의 미래 

감염병으로 인한 혼돈의 시간을 지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도시는 변화에 대응하여 더 나은 일상을 되찾고 회복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Robert Foster)는 역사의 큰 궤도에서 볼 때 팬데믹이 도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변화의 트렌드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하였다. 과거에도 도시에 들이닥쳤던 여러 위기는 결과적으로 필연적인 혁신과 사건의 발생을 앞당기고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도시의 열린 공간과 걸을 수 있는 도로, 바람, 공기, 따뜻한 날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고, 도심 내 녹지와 공원들은 거리 두기의 장기화로 인한 도시의 위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고립과 우울을 해소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하였다. 고립된 일상의 누적 효과는 도심 인구를 분산시키거나 외곽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고, 보건 안전이 보장된 건강하고 친근한 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부터 시민들의 건강과 웰빙에 기여하기 위해 도심 내 녹지를 조성하고자 했던 많은 도시의 시도와 실행이 팬데믹을 계기로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가 된다.


미래의 도시공간을 위한 이니셔티브는 건강과 안전을 필두로 더 활동적이며 개방적인 특성을 반영하여 공공 공간에 대한 개별적 접근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적이고 활동적인 도시를 지향하는 흐름에 따라 도시가 시민의 일상을 담아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공 공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고민한다면, 지금의 팬데믹이 도시 환경 개선의 시점을 앞당긴 계기로 회자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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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승희 (홍익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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