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건축가, 반 시게루 : 공간과 건축의 힘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만약 지구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맞아(영화에 꽤나 자주 등장하는 지구 멸망이나 인류 종말 등의 소재처럼) 인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소수의 집단만 피난처에 갈 수 있다면 건축가 혹은 공간 디자이너는 그 집단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는 곧 건축가 혹은 공간 디자이너가 우리 사회에, 인류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가벼운 반문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집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단 피난처부터 건축가나 공간 전문가가 없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울뿐더러 그렇지 않으면 그곳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지 않을까?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쓴 책 <행동하는 종이 건축>(2019년, 민음사)의 부제는 ‘건축가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다. 건축이나 공간, 디자인 관련 분야에서가 아닌 대중에 입장에서 보자면 건축은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유형의 존재다. 랜드마크로, 거점 또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존재으로서의 건축으로 대부분 인식한다. 건축의 수명은 또한 꽤나 길기에 아니, 더 정확히는 길어야 하기에 건축에 대한 경험은 단편적이거나 구체적이기도 힘들다.